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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년의 백성을 배불린 '감저(고구마)' 밀반입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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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수년째 이어진 지독한 가뭄. 조선의 들녘은 쩍쩍 갈라졌고, 백성들은 소나무 껍질과 진흙을 파먹으며 처참하게 굶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바다 건너 대마도 통신사로 파견된 한 선비의 눈에 척박한 돌밭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붉은 뿌리 작물이 들어옵니다. 달콤하고 든든한 그 맛에 조선 백성을 살릴 유일한 희망을 본 사내. 하지만 엄격한 국외 반출 금지령과 서슬 퍼런 감시가 그를 막아섭니다. 목숨을 걸고, 외교적 파국마저 불사하며 이 기적의 씨앗을 조선으로 밀반입하려 한 조엄의 피 말리는 대작전이 지금 시작됩니다!

    ※ 1: 쩍쩍 갈라진 조선의 땅, 피눈물을 흘리는 백성들

    조선 영조 임금 시절, 하늘은 무심하게도 조선 팔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독하고 끔찍한 가뭄을 내렸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이어졌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들녘은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깊은 구멍을 드러내고 있었다. 씨앗을 뿌려도 싹이 트지 않았고, 간신히 자라난 벼포기들마저 타는 듯한 뙤약볕 아래서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바스라졌다. 강물은 바닥을 드러내어 물고기들이 썩어가며 악취를 풍겼고, 우물마저 말라붙어 아낙네들은 흙탕물을 퍼 올려 아이들의 마른 입술을 적셔야만 했다.

    도성의 상황도 참혹했지만, 지방의 참상은 필설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은 처음에는 들이고 산이고 다니며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닥치는 대로 벗겨 먹었다. 소나무 껍질을 벗겨 찧어 먹다 못해 변비에 걸려 항문이 찢어지는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가 온 고을에 진동했다. 나중에는 그마저도 동이 나서, 굶어 죽기 직전의 사람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허연 백토(백토)를 파다가 물에 타서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진흙으로 배를 채운 아이들의 배는 기형적으로 불룩하게 솟아올랐고, 영양실조에 걸린 팔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말라비틀어졌다. 길가에는 굶어 죽은 시신들이 거적때기 하나 덮이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었고, 까마귀 떼만이 그 위를 맴돌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이 참혹한 풍경을 말 위에서 내려다보며 도성을 향해 길을 재촉하는 한 선비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엄. 평소 백성을 제 몸처럼 아끼고 학문이 깊어 칭송이 자자했던 올곧은 관리였다. 그의 맑은 두 눈에는 길섶에 쓰러져 죽어가는 백성들을 향한 애통함과 비통함이 가득 고여 있었다.

    "하늘이시여... 정녕 이 나라 조선의 핏줄들을 이대로 말려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저 가엾은 백성들이 대체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이토록 가혹한 형벌을 내리신단 말입니까."

    조엄의 입술 사이로 피를 토하는 듯한 깊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어미의 품에 안겨 축 늘어진 어린아이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할 때면, 그는 자신의 무능함에 가슴을 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조정에서는 구휼미를 풀고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제하려 애를 썼지만, 수년째 이어진 흉년 앞에서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나라의 곳간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쌀과 보리 같은 전통적인 곡식은 이토록 메마르고 척박해진 땅에서는 더 이상 자라날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굶주림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 물이 부족하고 땅이 메말라도 기적처럼 자라나 백성들의 빈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새로운 생명의 씨앗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던 중, 조엄에게 조선의 국서를 받들고 일본 대마도로 건너가야 하는 통신사 정사(정사)라는 막중한 직책이 내려졌다. 외교적인 사명도 중요했지만, 조엄의 가슴속에는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절박한 목표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내 이번에 바다를 건너 그 미지의 땅에 닿게 되면, 외교의 소임뿐만 아니라 반드시 이 끔찍한 기아에서 내 나라 백성들을 구해낼 방도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곳의 흙과 산천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척박한 땅에서 자라나는 구황의 작물이 있다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필코 조선으로 가져오리라.'

    조엄은 자신의 짐보따리를 꾸리며,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노을 지는 메마른 하늘을 향해 굳은 맹세를 올렸다. 며칠 뒤, 수백 명의 사절단과 함께 부산 앞바다에서 거대한 배에 오른 조엄은, 거칠게 출렁이는 현해탄의 검은 파도를 가르며 대마도를 향해 위태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배가 거센 풍랑에 요동치며 뒤집힐 뻔한 끔찍한 위기가 수차례 찾아왔으나, 조엄은 뱃머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굶주려 죽어가는 조선 백성들의 그 처참한 눈망울만을 떠올리며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 백성들을 살려내야 한다는 숭고한 사명감이, 그의 가슴속에 시퍼런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 2: 척박한 대마도의 기적, 붉은 뿌리 '감저'를 만나다

    거친 파도와 사투를 벌인 끝에, 조엄과 통신사 일행은 마침내 대마도(쓰시마)의 항구에 무사히 닻을 내렸다. 조선의 웅장한 행렬이 항구에 들어서자 대마도의 도주와 수많은 일본 관리들, 그리고 백성들이 몰려나와 구경을 하며 성대한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조엄은 흔들리는 배에서 내려 땅을 밟자마자, 의관을 정제하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대마도의 산세와 백성들의 행색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비친 대마도의 풍경은 조선과 너무도 달랐다. 섬 전체가 험준한 산과 바위투성이로 이루어져 있어 농사를 지을 만한 평야나 기름진 논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없었다. 조선의 땅보다 훨씬 더 척박하고 물이 부족해 보이는 험악한 지형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하고 놀라운 일이 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대마도의 백성들과 뛰어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굶주림의 그늘이나 영양실조로 붓고 마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얼굴에 혈색이 돌고 살집이 통통하게 올라, 수년째 흉년으로 고통받는 조선의 백성들보다 훨씬 건강하고 배부른 모습이었다.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로다. 이리도 바위가 많고 흙이 척박하여 벼를 심을 땅조차 보이지 않거늘, 저 백성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저리 혈색이 좋단 말인가? 필시 이 섬에는 척박한 땅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하늘이 내린 신비한 작물이 숨겨져 있는 것이 틀림없다!'

    조엄은 심장이 거세게 방망이질 치는 것을 느끼며, 외교적인 공식 일정과 연회가 끝나는 밤마다 호위 무사 몇 명만을 대동한 채 대마도의 저잣거리와 농가 주변을 은밀하게 시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어느 허름한 농가 앞을 지나던 조엄은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가마솥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재투성이가 된 손으로 붉은색 껍질을 가진 어른 주먹만 한 길쭉한 무언가를 반으로 갈라, 호호 불어가며 쉴 새 없이 입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것이 반으로 갈라질 때마다 노랗고 진득한 속살이 김을 내뿜으며 드러났고, 사방으로 코끝을 자극하는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보시오, 노인장. 방금 저 아이들이 먹고 있는 저 붉은 뿌리 같은 것은 대체 무엇이오? 감자나 무와는 그 생김새와 냄새가 전혀 다른 듯하온데..."

    조엄의 정중한 물음에, 화로 곁을 지키던 대마도의 늙은 촌로가 허허 웃으며 바구니에 담긴 붉은 작물 하나를 조엄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은 '고코(孝行)'라 불리는 작물이올시다. 조선에서 오신 귀한 나으리들은 처음 보시는 모양이구려. 아주 먼 남쪽 나라에서 들어왔다는데, 맛이 달고 든든하여 우리 같은 섬사람들에게는 쌀보다 귀한 주식이오. 한 번 잡숴 보시구려."

    조엄은 떨리는 손으로 따뜻하게 구워진 붉은 뿌리를 받아들었다. 반으로 갈라 한 입 베어 물자, 퍽퍽할 줄 알았던 속살이 입안에서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뭉개지며 혀끝을 강타하는 기분 좋은 단맛이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고작 몇 입 베어 물었을 뿐인데도 뱃속이 묵직해지며 밥을 가득 먹은 것처럼 든든한 포만감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이, 이럴 수가! 맛은 밤이나 잣보다 달콤하고, 속을 채우는 든든함은 쌀이나 보리에 비할 바가 아니로구나! 노인장, 이 작물은 농사짓기가 어떠하오? 물이 많이 필요하거나 흙이 기름져야만 자라는 것이오?"

    조엄의 눈이 횃불처럼 타오르며 묻자, 촌로는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이 고코는 참으로 기특한 녀석이라, 비가 오지 않는 가뭄에도 끄떡없고, 저기 저 산비탈의 돌자갈밭이나 메마른 척박한 흙에 대충 줄기를 꽂아두어도 제 혼자 뿌리를 깊게 내리며 주렁주렁 열매를 맺는다오. 태풍이 불어 곡식이 다 쓰러져도 이놈은 땅속에 안전하게 숨어 있으니, 흉년이 들어도 우리 섬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는 것은 다 이 기특한 작물 덕분이지요."

    그 순간, 조엄의 뇌리에 벼락이 치는 듯한 엄청난 깨달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메마른 땅, 물이 없는 돌밭에서도 자라고, 태풍에도 끄떡없으며, 맛이 달고 포만감까지 훌륭한 작물. 이것이야말로 쩍쩍 갈라진 조선의 땅에서 수백만의 굶주린 백성들을 먹여 살릴, 하늘이 숨겨둔 완벽한 구황(구황) 작물이었던 것이다.

    '찾았다! 마침내 찾아내었다! 이 붉은 뿌리야말로 내 나라 조선의 피눈물을 닦아주고, 소나무 껍질을 벗기며 죽어가는 백성들의 빈 배를 채워줄 기적의 생명줄이다! 이것을 조선에서는 달콤한 감자라는 뜻의 감저(감저)라 부르면 되겠구나. 내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이 감저의 씨앗을 가득 품고 조선의 땅을 밟고야 말 것이다!'

    달콤한 감저를 쥔 조엄의 손이 억센 희열과 감동으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감저가 무성하게 자라나 푸른 잎으로 뒤덮인 조선의 들녘과, 배를 곯지 않고 환하게 웃는 백성들의 얼굴이 그려지고 있었다.

    ※ 3: 서슬 퍼런 감시망, 목숨을 건 밀반입 대작전

    조엄은 감저(고구마)가 조선 백성을 살릴 유일한 희망임을 뼈저리게 확신하고, 대마도의 관리들에게 이 작물의 종자와 재배법을 정식으로 나누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단호했다. 대마도의 도주는 정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통신사 대감, 참으로 난처한 부탁을 하십니다. 이 고코(감저)는 척박한 우리 대마도 백성들의 명줄이자 국부(국부)와도 같은 귀한 비밀 작물이오. 에도 막부(일본 중앙정부)에서는 이 종자가 바다 건너 타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엄격히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소이다. 만일 씨앗 하나라도 섬 밖으로 빼돌린 자가 발각된다면, 그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시 목을 베어 바다에 던져버리라는 서슬 퍼런 어명이 내려져 있소. 그러니 그 뜻은 정중히 거두어 주시지요."

    일본 관리들의 눈빛은 살기가 등등했다. 그들은 통신사 일행이 섬에 머무는 동안, 조선인들의 숙소와 항구 주변에 겹겹이 보초를 세우고 매의 눈으로 감시망을 좁혔다. 혹여라도 조선 사신들이 섬의 귀중한 작물이나 기술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배에 오르는 물건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져보는 철통같은 경비였다. 외교 사절인 조엄이 만약 밀반출을 시도하다 발각된다면, 이는 단순한 절도를 넘어 두 나라 간의 심각한 외교적 마찰과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엄청난 중죄였다.

    조엄은 숙소로 돌아와 홀로 방 안을 서성이며 깊은 고뇌에 빠졌다. 창밖으로는 칠흑 같은 대마도의 밤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내 목숨 하나 날아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양국의 외교에 금이 가고 내 평생 쌓아온 선비로서의 명예가 도둑질로 더럽혀지는 것 또한 감수할 수 있다. 허나, 만약 내가 발각되어 저 붉은 씨앗을 빼앗기고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저 바다 너머에서 진흙을 파먹으며 죽어가는 수백만 내 나라 백성들은 영영 살아날 희망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더냐! 명분과 외교가 사람의 목숨보다 중할 수는 없는 법. 내 기필코, 저 악귀 같은 감시망을 뚫고 감저를 빼내고야 말 것이다!'

    결단을 내린 조엄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심복 부하와 역관들을 은밀히 불러 모았다. 그리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담하고도 치밀한 밀반입 작전을 지시했다.

    "조선으로 돌아갈 배가 뜨기 전날 밤, 너희들은 백성들의 복장으로 변장하고 대마도 외곽의 농가로 스며들어라. 그리고 웃돈의 열 배, 스무 배를 쳐주어 저 감저의 가장 크고 실한 종자들을 남몰래 사들여 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 놈들의 서슬 퍼런 검문을 피하는 것이다."

    부하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조엄은 방 한구석에 놓인, 조선에서 대마도 도주에게 선물하기 위해 가져왔던 화려하고 거대한 도자기 빈 상자들과, 붓과 벼루를 담는 두꺼운 죽통(대나무 통)들을 가리켰다.

    "저 도자기 상자의 밑바닥을 몰래 뜯어내어 텅 빈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감저를 겹겹이 쌓은 뒤 다시 바닥을 봉인해라. 또한 대나무 통의 속을 파내어 그 안에 가장 작은 감저의 싹과 씨앗들을 쑤셔 넣고 솜으로 입구를 막아라. 겉보기에는 조선의 흔한 서책과 짐들처럼 보이도록 철저히 위장해야 한다. 발각되면 내 목이 먼저 날아갈 것이나, 성공한다면 조선 팔도의 굶주린 백성 수백만을 살려내는 기적이 될 것이다. 너희들의 어깨에 우리 핏줄들의 명운이 걸려 있음을 명심하라!"

    결전의 전날 밤, 심복들은 칠흑 같은 어둠과 쏟아지는 폭우를 틈타 일본 경비병들의 감시를 피해 농가로 숨어들었다. 막대한 은화를 쥐여주며 농부들을 설득한 끝에, 마침내 흙이 묻은 싱싱한 감저 수십 개와 재배법이 적힌 쪽지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숙소로 돌아온 그들은 조엄의 지시대로 짐 상자의 밑바닥을 조심스럽게 뜯어내고, 그 안에 보물보다 귀한 감저를 숨죽여 쑤셔 넣기 시작했다. 널빤지를 다시 대고 못을 박는 망치질 소리 하나조차 밖으로 새어 나갈까 두려워, 두꺼운 이불을 덮어쓰고 피 말리는 작업을 이어갔다. 조엄은 옆에서 대나무 통 안에 작은 싹들을 밀어 넣으며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일본 경비병들의 철갑 부딪히는 소리와 횃불의 불빛이 숙소 창호지에 어른거릴 때마다 심장이 멎는 듯한 극도의 공포가 밀려왔다.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명의 배신자만 있어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 하지만 굶주린 백성들을 살리겠다는 조엄과 부하들의 숭고한 집념과 결기는, 서슬 퍼런 일본의 칼날보다 더 매섭고 단단했다. 흙 묻은 붉은 뿌리들은 화려한 외교 사절의 짐짝 밑바닥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진 채, 거친 숨을 죽이고 조선으로 돌아갈 출항의 아침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4: 폭풍우 치는 현해탄, 붉은 씨앗을 품고 조선으로

    마침내 조선으로 돌아가는 출항의 아침이 밝아왔다. 대마도의 항구는 이른 새벽부터 조선 통신사의 귀환을 배웅하기 위해 도열한 일본 측 관리들과 삼엄한 무장 군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었다. 항구로 나가는 좁은 길목마다 서슬 퍼런 장검을 허리에 찬 경비병들이 매의 눈을 하고 늘어서서, 조선 배에 오르는 모든 짐짝과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롭게 감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국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대마도의 귀중한 작물, 감저 종자의 밀반출을 막기 위한 일본 측의 마지막이자 가장 치밀하고 삼엄한 검문이었다.

    조엄과 사절단은 태연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가장한 채 위풍당당하게 항구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들의 등줄기에서는 차가운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발각되는 순간, 이 항구는 조선 사신들의 피로 붉게 물들 것이 자명했다. 마침내 일본 세관 관리들이 번뜩이는 눈초리로 통신사의 짐꾼들을 멈춰 세웠다.

    "통신사 대감, 무사 귀환을 기원하오. 허나 우리 대마도의 엄격한 법도에 따라, 배에 싣는 짐들을 마지막으로 철저히 확인해야 하니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지요."

    일본 관리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번뜩이는 장검의 손잡이를 꽉 쥔 채 조엄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조엄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헛기침을 크게 에헴 하고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교 사절의 짐을 함부로 뒤지는 것은 나라 간의 예법에 크게 어긋나는 무례한 짓이나, 귀국의 법도가 정히 그러하다니 내 어찌 억지로 막겠소. 그대들의 뜻대로 샅샅이 확인해 보시지요."

    관리들의 손짓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사들이 짐승처럼 달려들어 사절단의 짐 궤짝들을 난폭하게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가져왔다 남은 비단, 인삼, 서책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쏟아져 나왔다. 이윽고 조엄이 목숨을 걸고 감저를 숨겨둔, 문제의 거대한 도자기 상자들 차례가 되었다. 무사들이 억센 손으로 상자의 뚜껑을 열고 도자기 주변의 짚풀을 거칠게 뒤적였다. 짐꾼으로 변장한 조엄의 심복들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행여나 신음이 샐까 입술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무사의 칼끝이 도자기 밑바닥에 깔린 널빤지를 강하게 긁고 지나가는 순간, 텅 빈 공간을 때리는 둔탁한 마찰음이 미세하게 항구의 공기를 울렸다. 무사의 눈초리가 뱀처럼 날카로워지며, 수상함을 느끼고 널빤지를 뜯어내려 손을 뻗으려는 찰나였다.

    "이 무엄하고 발칙한 놈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칼끝을 들이미느냐!"

    조엄이 벼락같이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의 두 눈에는 당장이라도 벼락을 내릴 듯한 살기와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상자에 든 것은 조선의 지존이신 우리 전하께서 대마도 도주에게 내리셨던 귀한 하사품을 담았던 왕실의 어물(御物)이거늘, 어찌 감히 그 더러운 칼끝으로 흠집을 내려 하느냐! 외교 사절을 도둑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조선 왕실을 능멸하고 모욕할 셈이냐! 당장 검문을 멈추지 않으면, 내 조선 수군을 몽땅 동원하여 대마도의 뱃길을 흔적도 없이 끊어버릴 것이다!"

    평소 온화하고 점잖았던 조엄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맹렬하게 으름장을 놓자, 당황한 일본 관리들과 무사들은 멈칫하며 썰물처럼 뒤로 물러섰다. 양국 간의 심각한 외교적 마찰과 전쟁을 두려워한 그들은, 결국 도자기 상자의 밑바닥 널빤지를 뜯어보지 못한 채 흠칫 놀라며 서둘러 짐을 덮고 배로 실어 보냈다. 조엄의 품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겨둔, 감저 싹이 담긴 대나무 죽통 역시 무사히 검문을 통과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펼쳐진 피 말리는 기싸움은, 백성을 향한 조엄의 맹렬한 집념이 빚어낸 완벽한 승리였다.

    마침내 거대한 돛이 오르고, 조선 통신사의 배가 대마도를 뒤로한 채 거친 현해탄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하늘이 새카맣게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현해탄 특유의 끔찍하고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집채만 한 거대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배를 강타했고, 돛대는 금방이라도 꺾일 듯 비명을 질러댔다. 사절단원들은 끔찍한 뱃멀미로 피를 토하며 갑판 바닥을 뒹굴었고, 뱃사공들마저 공포에 질려 부처님과 용왕님을 부르짖으며 살려달라 아우성을 쳤다.

    배가 미친 듯이 요동치며 엎어질 듯 기우뚱할 때마다, 짐칸의 궤짝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박살 날 위기에 처했다. 조엄은 흔들리는 갑판을 짐승처럼 기어가다시피 하여 짐칸으로 향했다. 살을 에는 폭우와 바닷물을 뒤집어쓰며, 그는 감저가 숨겨진 상자를 자신의 온몸으로 꽉 끌어안았다. 거친 파도와 천둥소리 속에서, 조엄은 핏발 선 눈으로 절규하듯 외쳤다.

    "하늘이시여! 제 하찮은 목숨을 이 차가운 바다에 거두어 가셔도 좋으니, 부디 이 붉은 씨앗들만은 무사히 조선 땅에 닿게 해주십시오! 이 배에는 수백만 백성의 목숨과 희망이 실려 있사옵니다! 제발 이 가여운 씨앗을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사나운 대자연의 무자비한 횡포 앞에서도, 백성을 살리겠다는 사내의 처절한 맹세와 온몸으로 궤짝을 지켜내는 숭고한 집념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밤새도록 이어진 끔찍한 폭풍우를 뚫고, 조엄의 배는 기적적으로 파도를 헤쳐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잿빛 구름 사이로 한 줄기 찬란한 빛이 쏟아지며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조선의 육지, 부산 앞바다의 절영도(지금의 영도)가 그 웅장하고 반가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붉은 기적의 씨앗이 드디어 굶주린 조선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위대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5: 동래 절영도의 첫 파종, 얼어붙은 땅에 희망을 심다

    배가 무사히 부산 절영도의 나루터에 정박하자마자, 조엄은 오랜 항해로 찢어질 듯한 피로를 씻어낼 휴식조차 마다한 채 곧장 동래 부사가 머무는 관아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품에는 대마도에서 목숨을 걸고 몰래 빼돌려 온, 진흙이 묻은 붉은 감저(고구마) 종자 수십 개가 천하의 그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하게 안겨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관아로 뛰어든 조엄의 뼈만 남은 수척해진 얼굴과, 반대로 횃불처럼 타오르는 형형한 눈빛을 마주한 동래 부사는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보시오 조 대감! 무사히 바다를 건너 귀환하신 것을 엎드려 경하드리나, 안색이 어찌 이리 끔찍하게 상하셨소? 대체 그 품에 애지중지 껴안고 있는, 흙투성이의 붉은 덩어리들은 무엇이란 말이오?"

    조엄은 떨리는 두 손으로 보따리를 풀어, 그 안에서 가장 붉고 실한 감저 하나를 꺼내어 부사의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부사 영감, 똑똑히 보시오. 이것은 내가 대마도에서 목이 달아날 각오를 하고 훔쳐 온 '감저(甘藷)'라는 이름의 기적의 작물이오. 이 붉은 뿌리는 아무리 척박한 돌밭이나 쩍쩍 갈라진 가뭄의 흙에서도 비료 한 줌 없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모진 태풍이 와도 땅속에 숨어 끄떡없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구황작물이오! 이 종자를 지금 당장 절영도의 메마른 땅에 심고 재배법을 익혀 조선 팔도 방방곡곡으로 널리 퍼뜨려야만 하오! 그래야만 산과 들에서 소나무 껍질을 파먹으며 처참하게 굶어 죽어가는 우리 불쌍한 백성들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단 말이오!"

    동래 부사는 피를 토하듯 쏟아내는 조엄의 애절한 호소와 그 숭고한 결기에 뼈끝까지 깊은 감동을 받아, 그 자리에서 무릎을 탁 치며 흔쾌히 동의했다. 즉각 동래 관아의 늙은 농관들과 절영도의 백성들이 모조리 소집되었다. 조엄은 대마도의 농부에게서 은밀히 알아낸 재배법을 바탕으로, 감저의 종자를 반으로 잘라 단면에 재를 묻히고 흙에 묻어 싹을 틔우는 꺾꽂이 방식을 백성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이며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영도의 백성들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년째 이어진 지독한 흉년으로 생명력 강한 벼와 보리마저 모두 타죽어버린 이 저주받은 메마른 땅에서, 이름조차 생소한 저 붉은 덩어리가 어찌 자란단 말인가. 절망에 찌든 백성들의 눈에는 그저 헛된 희망 고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으리,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이토록 척박하고 물기 하나 없이 쩍쩍 갈라진 먼지투성이 땅에 저것을 묻는다고 싹이 트겠습니까요? 귀하디귀한 종자라 하시니, 차라리 그것을 지금 솥에 쪄서 나누어 먹고 당장의 끔찍한 허기나 달래는 것이 백번 낫지 않겠습니까요. 어차피 다 굶어 죽을 판이옵니다."

    백성들의 불신 어린 원망과 투덜거림 속에서도, 조엄은 묵묵히 겉옷을 벗어 던지고 호미를 집어 들었다. 그는 가장 척박하고 돌이 굴러다니는 거친 땅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파내어 감저를 심고, 두 손으로 정성껏 흙을 덮어주었다. 그의 손바닥은 부르터 피가 맺혔지만, 그의 얼굴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나를 원망해도 좋으니 부디 나를 믿고 이 씨앗을 심어라! 이것은 단순한 풀뿌리가 아니라, 너희들과 너희 자식들의 목숨을 이어줄 유일한 희망이다. 땅이 이토록 메말랐다면 내 뼈를 갈고 피와 땀을 짜내어 이 흙을 적실 것이니, 하늘이 어찌 이 피 맺힌 정성을 외면하시겠느냐!"

    조엄의 진심 어린 절규에 촌로들도 결국 눈물을 훔치며 호미를 들었고, 절영도의 비탈진 밭마다 감저가 심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거짓말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척박한 절영도의 돌밭 위로, 죽은 듯 묻혀 있던 감저의 흙을 뚫고 연녹색의 여리고 싱싱한 새싹들이 마치 생명의 불꽃처럼 퐁퐁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누런 들판 사이에서, 감저의 싹은 무서운 생명력으로 흙을 부여잡고 억센 넝쿨을 뻗어 나갔다. 그 기적 같은 광경을 목격한 백성들은 쥐고 있던 농기구를 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엉엉 통곡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싹이 텄다! 저 척박한 돌밭에서 새싹이 돋아났어! 조 대감 나으리의 말씀대로,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가을이 되자, 푸른 넝쿨로 무성하게 뒤덮인 절영도의 밭에서 백성들이 떨리는 손으로 호미를 쥐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흙을 조심스레 걷어낼 때마다, 대마도에서 가져왔던 종자보다 훨씬 더 크고 굵직하며 붉은빛이 선명한 감저들이 주렁주렁 엮여서, 마치 땅속에 묻혀 있던 붉은 황금 덩어리처럼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백성들은 흙이 묻은 감저를 그 자리에서 가마솥에 쪄내어 미친 듯이 입으로 밀어 넣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녹아내리자, 수년 동안 굶주림에 쪼그라들고 쓰렸던 위장이 거짓말처럼 든든하게 부풀어 올랐다.

    차갑게 얼어붙고 죽어가던 조선의 땅에 심어진 조엄의 붉은 희망은, 마침내 그 찬란하고 눈물겨운 결실을 맺으며, 거대한 생명의 부활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었다.

    ※ 6: 구황의 신이 된 사내, 팔도를 배불린 붉은 황금

    절영도의 메마른 땅에서 감저, 즉 고구마 재배가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소식은, 쩍쩍 갈라진 대지에 번지는 맹렬한 들불처럼 삽시간에 조선 팔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조엄은 절영도에서 수확한 막대한 양의 튼실한 고구마 종자들을 수십 대의 마차에 가득 싣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양으로 내달려 영조 임금의 어전 앞에 바쳤다. 오랜 가뭄과 백성들의 참상에 대한 근심으로 옥체가 수척해진 영조는, 진상된 고구마의 달콤한 맛을 직접 보고 그 기적 같은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참지 못하고 곤룡포 소매로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과인이 부덕하고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하여, 내 가여운 백성들이 흙을 파먹으며 굶어 죽어가는 것을 피눈물로 지켜보아야만 했거늘! 조엄 네가 외교의 사지에서 목숨을 걸고 이 기적의 씨앗을 구해와 위기에 빠진 조선을 구했구나! 이는 필시 하늘이 너를 통해 이 나라를 굽어살피신 게야. 어명이다! 당장 이 감저의 재배법을 상세히 기록한 책을 엮어 팔도 방방곡곡의 관아에 배포하고, 모든 백성이 이 붉은 뿌리를 심어 끔찍한 허기를 면하게 하라!"

    영조의 다급하고도 엄중한 어명과 조엄의 눈물겨운 헌신 덕분에, 고구마는 부산 동래를 넘어 척박한 경상도의 산길을 타고, 곡창지대였으나 가뭄에 무너진 전라도와 충청도를 거쳐, 마침내 한양 이북의 척박하고 추운 산비탈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이 없어 벼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수십 년간 버려졌던 돌밭과 황량한 야산들은, 어느새 고구마 넝쿨로 무성하게 덮여 푸른 바다를 이루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그 척박한 땅에서 붉은 고구마가 산더미처럼 수확되어 백성들의 곳간을 가득 채웠다. 다시 흉년이 들어 쌀독이 바닥을 드러내고 보리 고개가 찾아와도, 조선의 백성들은 더 이상 산에 올라가 소나무 껍질을 벗기거나 진흙을 파먹으며 처참하게 죽어가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농가의 아궁이마다 달콤하고 구수한 고구마 굽는 냄새가 끊이지 않고 피어올랐고, 굶주려 뼈만 남고 배가 불룩했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다시금 발그레한 혈색이 돌고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조선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붉은 뿌리 하나로 생기를 되찾은 것이다.

    그로부터 수년의 세월이 흘러, 평생을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던 조엄은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낙향하는 길에 올랐다. 그가 탄 소박한 가마가 어느 시골 마을 어귀의 흙먼지 날리는 길을 지날 때였다. 멀리서부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수백 명의 촌로와 아낙,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붉은 고구마를 바구니에 넘치도록 가득 담아 들고 길가로 몰려나와 있었다. 그들은 조엄의 가마가 나타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흙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목 놓아 통곡하며 그를 맞이했다.

    "나으리! 조 대감 나으리! 나으리께서 굶어 죽어가던 저희 가족을, 이 가여운 조선의 백성들을 모두 살려내셨습니다! 저희에게 나으리는 하늘이 내리신 진정한 구황(救荒)의 신(神)이십니다! 나으리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모두 산속의 백골이 되었을 것입니다! 부디 만수무강하시옵소서!"

    가마의 주렴을 걷고 그 벅차고도 경건한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늙은 조엄의 주름진 눈가에 뜨거운 이슬이 맺혀 흘러내렸다. 그는 가마에서 내려 백성들의 거친 손을 하나하나 맞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참으로 아니다. 내가 무엇을 했단 말이냐. 저 척박하고 단단한 땅을 찢어진 맨손으로 일구고, 땀과 눈물로 그 붉은 싹을 틔워낸 것은 바로 너희들, 모진 풍파에도 결코 꺾이지 않는 끈질기고 강인한 조선 백성들 스스로의 위대한 힘이 아니더냐. 내 평생 벼슬길에 올라 많은 것을 누렸으나, 이리 백성들의 배를 든든히 불리고 환한 웃음을 보는 것보다 더 큰 기쁨과 영광은 세상에 없느니라. 이제 이 늙은이는 당장 눈을 감아도 더 이상 아무런 여한이 없도다."

    조엄의 입가에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하고도 숭고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조선의 백성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목숨을 걸고 거친 현해탄을 건너 삼엄한 감시를 뚫고 훔쳐 온 작은 붉은 씨앗 몇 알. 그것은 조선 후기 수백만 백성의 목숨을 처참한 기아로부터 지켜낸 가장 든든하고 위대한 방패막이 되었고, 메마른 땅을 풍요롭게 바꾼 기적의 작물 고구마의 신성한 전설로 굳어졌다. 이름 없는 백성을 사랑한 한 고결한 선비의 피 끓는 헌신과 위대한 도둑질은, 『해사일기』라는 낡은 서책의 기록을 넘어 조선 땅 핏줄 가장 깊숙한 곳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며, 영원히 썩지 않고 숨 쉬는 찬란한 생명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극심한 흉년 속에서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일본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고구마 종자를 몰래 훔쳐 온 조엄 대감의 피 말리는 밀반입 작전, 어떻게 들으셨나요? 한 선비의 목숨 건 용기와 백성을 향한 숭고한 사랑이, 척박한 땅에서 붉은 고구마로 피어나 수백만을 살려낸 감동적인 역사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쉽게 먹는 달콤한 고구마 한 입에 이토록 엄청난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다음에도 교과서가 말해주지 않는 가슴 뛰는 야사로 찾아오겠습니다. 따뜻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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