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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도끈 - 붉은 도포 끈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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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과거시험, #원한, #저주, #시험장, #귀신, #비극, #업보, #한양,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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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과거시험장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낙방한 선비의 원한이 도포 끈에 깃들어 백 년 동안 이어지는 저주의 이야기.

     

    과거시험장에서 부정행위로 낙방한 선비의 깊은 원한이 붉은 도포 끈에 깃들어 백 년 동안 저주로 이어진다. 밤마다 시험장을 떠도는 붉은 끈은 누군가의 목을 조이며 억울함을 속삭인다. 전설이 된 ‘홍도끈’의 저주는 끝없이 반복되며 새로운 희생자를 찾고자 한다.

    01

    한양 성균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과거시험 날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선비들이 시험장으로 모여들었고, 그들의 하얀 도포와 검은 갓이 마치 학의 무리처럼 보였지요.

    "이번에는 꼭 합격하고야 말겠소." 한 젊은 선비가 도포 끈을 바로잡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의 이름은 김선호, 이번이 여섯 번째 응시였지요.

    시험이 시작되고 한 시진쯤 지났을까...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모든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한 선비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게 웬일이오!" 시험관들이 달려왔습니다. 쓰러진 선비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의 하얀 도포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만, 유독 도포 끈만이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지요.

    더욱 이상한 것은 그의 답안지였습니다. 먹물이 번져 있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누군가가 울면서 쓴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험관이 답안을 살펴보다가 얼굴색이 창백해졌습니다.

    "이... 이것은 이백 년 전 과거시험의 답안과 똑같은 글이다!" 시험관의 떨리는 목소리가 시험장에 울렸습니다. 선비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고, 봄비는 더욱 음산하게 내리기 시작했지요.

    그날 이후, 한양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시험장에 원한 맺힌 귀신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귀신이 붉은 도포 끈으로 부정한 자들을 심판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02

    이백 년 전 조선 영조 때의 일이었습니다. 가난한 선비 이수린은 열 번째 과거에 도전하고 있었지요. 그의 답안지에는 평생 학문을 갈고닦은 혼신의 힘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소. 이번에야말로..." 이수린은 마지막 글자를 써내려가며 중얼거렸습니다. 그의 답안은 정갈했고, 논리도 명확했지요. 시험관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험지를 보관하던 창고에 검은 그림자가 숨어들었고, 이수린의 답안이 다른 것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권세가의 아들을 위해 관리들이 꾸민 일이었지요.

    다음 날, 발표장에서 이수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의 답안은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변해있었고, 그 자리에는 엉터리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쓴 답안이 아닙니다!" 이수린이 호소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험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그를 내쫓았지요.

    "하늘도 무심하시오..." 이수린은 비틀거리며 성균관을 나섰습니다. 그의 도포 끈이 봄바람에 흩날렸고,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평생을 바쳐 준비한 과거가 이렇게 끝나다니...

    03

    깊은 밤, 성균관 뒤편 은행나무 아래. 이수린은 마지막 글을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달빛이 그의 움직임을 비추었고, 먹물에 번진 글씨 위로 눈물이 떨어졌지요.

    "하늘이시여... 이 억울함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의 떨리는 손이 붓을 놓았습니다. 편지에는 자신의 답안이 바뀐 정황과 그 뒤에 있는 권세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요.

    이수린은 천천히 도포 끈을 풀었습니다. 하얀 명주로 만든 그 끈은 스무 해 전 돌아가신 부친이 과거급제를 바라며 매어주신 것이었습니다.

    "부친께서 매어주신 이 끈으로... 이제 마지막 인연을 맺으려 합니다." 이수린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냥 스러지지 않겠습니다. 제 한이 이 끈에 깃들어, 부정한 자들을 반드시 심판하리라..."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고 밤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이수린이 도포 끈을 목에 감자, 갑자기 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그의 원한이 물들이기라도 한 듯이...

    "이 끈이... 이제부터 나의 증인이 되어라..." 이수린의 마지막 말이 은행나무 아래 울렸습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하려는 자... 반드시 심판하리라..."

    그날 밤, 이상하게도 성균관의 모든 촛불이 한순간에 꺼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은행나무 아래서 발견된 것은 붉게 물든 도포 끈과 한 장의 편지뿐이었지요.

    04

    그 후로 과거시험 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것이 이수린의 저주라고 생각하지 못했지요. 단순한 우연이라고만 여겼습니다.

    첫 번째 일은 그해 가을 과거에서 일어났습니다. 권세가의 아들이었던 정한수가 시험을 치르던 중이었지요. 갑자기 그의 도포 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그의 답안은 다른 이의 글을 그대로 베낀 것이었습니다.

    이듬해 봄, 또다시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관리의 자제 김도현이었습니다. 그는 시험관에게 뇌물을 바치려다 적발되었는데, 그의 도포 끈도 같은 방식으로 붉게 물들었지요.

    "이상하다...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아." 시험관들은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이수린의 원한을 알지 못했지요.

    삼 년째 되던 해, 과거시험장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부정한 방법을 쓰려던 자들의 도포 끈이 하나둘 붉게 물들었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죄를 실성한 듯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밤마다 꿈에서 붉은 도포 끈을 한 선비가 나타나..." 한 응시자가 떨며 말했습니다. "그가 내 목을 조르려 하는데... 그 눈빛이 너무나 원망에 차 있었소..."

    과거시험장에는 이제 공정이라는 글자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시험관들은 더욱 엄격해졌고, 부정을 꾀하려는 자들은 스스로 물러나기 시작했지요.

    05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시험관들이 급히 모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대시험관 조학연이 오래된 문서 하나를 들고 왔기 때문입니다.

    "이것 보시오..." 조학연이 떨리는 손으로 문서를 펼쳤습니다. "이백 년 전 과거시험의 기록인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소. 같은 필체의 답안이 두 개나 있었다는 것이오."

    시험관들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한 답안은 뛰어난 필체와 논리로 쓰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엉터리 같은 글이었지요. 하지만 글씨체는 똑같았습니다.

    "이건... 이수린이라는 선비의 답안이었소. 그는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조학연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리고 보시오, 최근 쓰러진 선비들의 답안을..."

    시험관들이 하나둘 답안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모두가 다른 이의 글을 베낀 것이었고, 그중에는 이백 년 전 권세가의 아들이 제출한 답안과 똑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제 알겠소..." 한 젊은 시험관이 중얼거렸습니다. "이수린의 원한이...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하려는 자들을 심판하고 있는 것이오."

    밖에서는 봄비가 더욱 거세게 내렸고, 시험관들의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그들도 과거의 잘못을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던 것이었지요. 이제 그 업보가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06

    한양의 밤거리,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선비들 사이로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갔습니다. 과거시험장의 귀신 이야기였지요.

    "들었소? 이번에도 한 선비가 쓰러졌다지..." 한 선비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습니다. "도포 끈이 붉게 물들더니, 갑자기 실성한 듯 자신의 부정을 실토했다는군."

    주막 안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과거를 준비하던 선비들의 얼굴이 하나둘 굳어갔지요. 그들 중에는 부정한 방법을 계획하던 이들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뿐이 아니오." 또 다른 선비가 말을 이었습니다. "밤이면 성균관 뒤 은행나무 아래서 울음소리가 들린다지... 억울함을 호소하는 듯한 소리라고 하오."

    이야기는 주막을 넘어 한양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과거시험장에 원한 맺힌 귀신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귀신이 부정한 자들을 심판한다는 이야기...

    "시험 보러 가기가 무섭네그려..." 한 젊은 선비가 떨며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실수로 남의 글이 섞이기라도 하면..."

    그때, 주막 문이 열리며 찬바람이 들어왔습니다. 모든 촛불이 한순간 깜빡였고, 선비들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도포 끈을 만져보았지요.

    "이제 과거시험이 달라질 것이오." 나이 든 선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귀신의 심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의 양심이 더는 침묵할 수 없기 때문이오."

    07

    그날도 여느 때처럼 성균관에 달이 떴습니다. 하지만 이날 밤은 조금 달랐지요. 한 젊은 선비가 은행나무 아래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조님..." 젊은 선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소자는 이수린의 5대손 이태하라고 하옵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편지 한 장이 들려있었지요.

    이태하는 우연히 가문의 오래된 문서들 사이에서 증조할아버지의 유서를 발견했습니다. 거기에는 이수린의 억울한 죽음과 그날 밤의 진실이 모두 적혀 있었지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선조님의 원통하신 마음을..." 이태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원한을 풀어드려야 할 때입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가운데, 이태하는 도포 자락에서 하나의 끈을 꺼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수린이 마지막으로 매었던 그 도포 끈이었지요. 대대로 가문에서 보관해온 것입니다.

    "이 끈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심판을 받았습니다. 부정한 자들이 벌을 받은 것은 당연하지만..." 이태하가 말을 이었습니다. "이제는 선조님의 영혼도 편히 쉬셔야 할 때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은행나무 잎사귀 사이로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고, 달빛이 갑자기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태하는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08

    한밤중, 성균관의 모든 소리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 이태하는 은행나무 아래서 밤을 지새우기로 했지요. 그의 앞에는 붉은 도포 끈을 놓아두었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촛불이 흔들리고, 멀리서 붓글씨 소리가 들려왔지요. 마치 누군가가 글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이태하가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달빛 속에서 한 선비의 모습이 서서히 나타났지요. 하얀 도포를 입었지만, 그의 도포 끈은 피처럼 붉었습니다.

    "네가... 내 후손이란 말이냐." 귀신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흘러나왔습니다. 이수린의 모습은 생각보다 젊었습니다. 마치 시험장에서 쓰러진 그날 모습 그대로였지요.

    "선조님..." 이태하가 공손히 절을 올렸습니다. "소자가 이백 년 만에 찾아뵙습니다. 선조님의 원통하신 마음을 풀어드리고자..."

    이수린의 혼령이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백 년의 한이 서려있었고, 붉은 도포 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지요.

    "내 원한을 풀어주겠다고?" 이수린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습니다. "부정한 자들이 아직도 있는데, 어찌 원한을 풀 수 있단 말이냐!"

    밤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은행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태하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선조를 향한 연민과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지요.

    09

    "이제 그만 한을 풀으소서." 이태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조님의 원통함은 이해하지만, 이제는 쉬셔야 할 때입니다."

    이수린의 혼령이 차갑게 웃었습니다. "쉬라고? 아직도 이 시험장에는 부정이 가득한데... 어찌 쉴 수 있단 말이냐!"

    이태하는 천천히 품에서 오래된 편지 한 장을 꺼냈습니다. "이것을 보십시오. 선조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편지... 백 년 동안 우리 가문이 보관해왔습니다."

    달빛 아래서 편지가 펼쳐졌습니다. '나의 한이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내 원한으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다치지 않기를...' 이수린의 마지막 염원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보십시오, 선조님..." 이태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선조님은 끝까지 타인을 걱정하셨습니다. 부정한 자들을 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따를 때입니다."

    이수린의 얼굴에 변화가 일었습니다. 그의 눈에 서려있던 한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네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구나..."

    밤바람이 잦아들었고, 은행나무 잎들이 달빛 아래서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이백 년의 시간이 만든 깊은 원한이, 후손의 진심 어린 위로 앞에서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지요.

    10

    귀신은 오랫동안 이태하를 바라보았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가운데, 이수린의 모습이 점점 맑아지는 것 같았지요.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네 말이 옳다. 이제야 깨달았다." 이수린의 목소리에서 원한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원한으로 맺은 인연은 또 다른 원한을 낳을 뿐... 내 분노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이태하는 조심스레 붉은 도포 끈을 들어올렸습니다. "이제 이 끈도 쉬게 해주십시오. 더 이상 원한의 매개체가 되지 않게..."

    그때였습니다. 이수린의 혼령에서 푸른빛이 피어났습니다. 마치 달빛처럼 맑고 깨끗한 빛이었지요. "그동안 나는 정의를 구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복수였을 뿐..."

    "선조님..." 이태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이백 년간 쌓인 원한이 마침내 풀리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나는 안다." 이수린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진정한 정의란 복수가 아닌 용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용서가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것을..."

    은행나무 잎들이 달빛 속에서 반짝였고, 밤바람이 잔잔히 불어왔습니다. 이수린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지며, 그의 도포 끈에서 붉은 기운이 사라져갔습니다.

    11

    그날 이후 붉은 도포 끈의 저주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지요. 성균관 시험장에서 부정을 저지르려는 자들의 도포 끈이 스스로 풀어져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경고란다." 어느 날 밤, 이태하의 꿈에 이수린이 나타나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벌하는 것이 아닌, 깨우치는 역할을 하기로 했노라."

    소문은 빠르게 퍼졌습니다. 도포 끈이 스스로 풀어지면,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부정이 있다는 뜻이라고... 이제 선비들은 시험장에 들어서기 전에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지요.

    "이상하게도 이제는 두렵지가 않구려." 늙은 시험관이 말했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아...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처럼."

    성균관의 은행나무 아래서는 이제 슬픈 울음소리 대신 잔잔한 비파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이 밝은 밤이면, 흰 도포를 입은 선비의 모습이 시험장을 돌아보는 것이 보인다고 하지요.

    이태하는 그 후로 과거시험 감독관이 되었습니다. 그는 늘 시험장 한켠에 제상을 차려두었지요. 그 위에는 하얀 도포 끈이 놓여있었고, 그것은 마치 이수린의 깨끗한 영혼을 상징하는 것 같았습니다.

    12

    지금도 성균관 과거시험장 근처를 지날 때면, 사람들은 도포 끈을 바르게 매고 지나간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귀신의 심판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직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지요.

    특히 달빛이 밝은 밤이면, 은행나무 아래서 이상한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흰 도포를 입은 두 선비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멀리서 보면 할아버지와 손자 같기도 하고, 스승과 제자 같기도 하답니다.

    과거 시험을 치르러 오는 선비들은 이제 은행나무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고 합니다. 자신의 도포 끈을 만지며 마음을 가다듬고, 정직과 학문의 길을 다짐하는 것이지요.

    "도포 끈은 선비의 절개를 나타내는 것." 늙은 시험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바르게 매어진 끈처럼, 우리의 마음도 바르게 가져야 하느니라."

    이수린과 이태하의 이야기는 이제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닌, 정직과 공정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원한을 용서로 바꾼 선조와, 그 뜻을 이어받은 후손의 이야기... 그들이 남긴 교훈은 지금도 성균관의 돌담을 따라 잔잔히 울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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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레이션: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원한을 품은 도포 끈이 결국에는 정직과 공정을 지키는 상징이 되었다는 이야기...

    지금도 성균관을 지나는 사람들은 도포 끈을 바르게 매고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것은 마음을 바르게 하겠다는 조상들의 다짐이 아니었을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조선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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