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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사랑한 저승사자"

황금 인생 2024. 11. 13. 17:43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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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박죽 사랑한 저승사자"

    첫눈이 내리면 할머니는 늘 호박죽을 끓인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할머니가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호박죽에는 할머니의 오랜 기억이 담겨 있다. 젊은 시절, 할머니는 이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고, 그 사람은 이제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년 첫눈이 내릴 때마다 이 음식을 끓이면서 그의 기억을 되새긴다. 그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때의 온기와 미소는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 첫눈이 내리면 그가 찾아오는 시간이 됐다. 하지만 그의 방문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삶과 죽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첫눈과 할머니의 호박죽

    첫눈이 내리면 할머니는 혼자서 호박죽을 끓인다. 대청마루에 앉아, 뜨거운 국물이 부글부글 끓는 솥을 앞에 두고,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 시간이 되면, 할머니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 사람을 그리워한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은 저승사자였다. 저승사자는 할머니에게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소중함을 알려준 존재였다. 그리고 그가 첫눈에 나타날 때마다, 할머니는 그의 존재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드는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날도 예외 없이 대문을 열자,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저승사자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을 가졌지만, 할머니에게는 그 시절, 함께 웃고 떠들었던 그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 또 오셨군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늘 하던 대로 침묵을 지켰다. 그는 호박죽을 받아들고, 말없이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 그들의 만남은 그저 그런 인사와 묵묵한 시간이 지나갔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뭔가 다르다. 말없이 나누는 그 시간 속에,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느끼고 있었다.

    할머니는 차분히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겠지요?"

    저승사자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할머니의 질문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할머니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잃고, 후회하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법이지요. 그대가 이렇게 찾아오는 이유도, 그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겠지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아주 짧은 시간, 목소리를 냈다.

    "삶의 끝은 언제나 닥쳐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끝을 맞이하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입니다.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후회입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웃었다. "그래요, 그대 말이 맞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하죠."

    저승사자의 등장

    그날 이후로, 저승사자는 매년 첫눈이 내리는 날, 할머니를 찾아왔다. 그의 방문은 그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자가 아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할머니는 매번 그가 오면, 단지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그대가 오면," 할머니는 말했다. "나는 항상 생각해요.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내가 살아온 날들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저승사자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삶은 각자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선택들이 무엇을 남기고 가는가입니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살아온 날들 속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며, 결국에는 남은 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군요."

    저승사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할머니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깊은 공감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결국,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것이지만, 그 끝에 우리가 어떻게 기억될지는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달려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승사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삶은 짧고, 죽음은 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속에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지, 그것이 중요합니다."

    호박죽 속의 기억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한 숟가락 떠먹을 때마다, 그 속에서 묘한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따뜻한 국물이 입 안에 스며들면서, 잊혀졌던 옛날의 장면들이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호박죽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맛이나 향기가 아니다. 그것은, 할머니와 함께했던,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의 조각들이다.

    그가 처음 이승을 찾았을 때, 할머니는 여전히 젊고 활기차게 살아 있었다. 당시의 할머니는 고요한 산골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었고, 작은 집 안에서 땀을 흘리며 호박죽을 끓였다. 그는 처음으로 그녀의 집을 찾았을 때, 죽을 끓이는 그녀의 모습에 묘한 감동을 받았다. 죽을 끓이는 손길, 바깥세상과 단절된 조용한 시간 속에서 할머니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때 저승사자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이 죽은,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서 끓이시는 건가요?”

    그 질문에 할머니는 잠시 멈추더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이건 그 사람을 위해서 끓여요. 첫눈이 내릴 때마다 그 사람을 기다리거든요.”

    그 사람은 바로 그녀의 사랑,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이였다. 저승사자는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죽음을 넘어,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존재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할머니의 기다림에는 단순한 그리움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매년 첫눈이 내리면, 할머니는 변함없이 호박죽을 끓였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승사자는 나타나 할머니와 짧은 만남을 가졌다. 그가 할머니와 나누는 대화는 짧고, 때로는 무겁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저승사자와의 만남은 단지 죽음을 넘나드는 순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시간이 되었다. 할머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대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그대, 이렇게 첫눈이 내릴 때마다 나를 찾아오면,” 할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살았던 삶,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떠올리게 돼요. 그가 이 죽을 나누고 싶어 했던 것처럼, 나는 그대와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저승사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할머니의 그 말을 들으며, 그저 한 숟가락씩 죽을 떠먹었다. 할머니의 말 속에서 그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랑은 죽음을 뛰어넘어,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할머니가 끓인 호박죽 속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존재와 기억의 연결 고리였고, 그것이 그들의 만남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대는 이 죽을 끓일 때마다, 내가 살아온 삶을 되새기지 않나요?” 할머니는 다시 묻는다.

    저승사자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고백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다. 할머니가 이 죽을 끓일 때마다, 그는 그녀의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죽 한 그릇이 단지 한 끼의 음식에 그치지 않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속에는 삶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호박죽 속의 기억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고, 죽음도 넘어서는 것임을, 그들은 그 한 그릇의 죽을 통해 조용히 깨달았다.

    저승사자의 속마음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할머니의 집에 매년 찾아오는 이유는 단순히 의무가 아니었다. 그녀가 매번 준비하는 호박죽, 그녀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그 묘한 기다림. 그 안에는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저승사자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존재로서, 그 무엇에도 깊이 연연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매년 첫눈이 내릴 때마다,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그가 이승에 내려오는 이유는 할머니의 그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다뤄왔고, 그 중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서 절망하고 두려워했지만, 할머니는 다르게 느꼈다.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묵묵히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할머니는 죽음이 단지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믿음은 저승사자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쳤다.

    저승사자는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녀가 고백한 대로, 매년 첫눈에 그는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저승사자는 살아 있는 동안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사랑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떤 힘을 가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할머니는 그의 존재가 단지 '죽음을 알리는 자'가 아니라, 이승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존재로 바뀌었음을 깨닫는다. 할머니가 기다리는 사랑은 단순히 과거의 그리움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이기도 했다.

    호박죽 한 그릇 속에서 그는 그저 '저승사자'라는 이름을 떠나, 하나의 존재로서 할머니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을지,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로서 그는 많은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왔지만,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가 겪은 수많은 죽음의 순간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일으켰다.

    그가 할머니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히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보여준 사랑,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 속에서 그는 삶의 소중함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매년 이승에 내려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갈 시간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마지막 한 숟가락 떠먹고, 조용히 일어섰다. 할머니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고요한 겨울밤을 느끼고 있었다. 첫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저승사자는 알았다. 그의 시간은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그의 존재는 이승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는 저승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대,” 할머니가 천천히 돌아보며 물었다. “이제 떠나실 건가요?”

    저승사자는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동안의 만남은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할머니가 그를 기다리며 겪어온 수많은 시간이, 그를 떠나보내지 않도록 만들었다. 할머니의 말에는 아무런 미련이나 슬픔이 담기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고요하게, 그러나 깊은 이해가 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 저승사자가 차분히 대답했다. “다시 돌아갈 시간이 왔습니다. 당신이 기다리던 그 사람을 맡길 시간이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기다리던 시간은 언제든지 올 거예요. 그대도 알겠지요?”

    저승사자는 잠시 멈칫했다. 할머니의 말 속에는 단지 기다림의 의미만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그는 그들이 결국엔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움은 남겨두고, 그녀는 그저 그렇게 매년 첫눈을 맞이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 삶의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결국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도, 이제는 당신처럼 돌아가야 할 시간이겠지요. 저승의 길은 그대처럼 차갑고 어두워 보일지 모르지만, 그곳에선 또 다른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할머니의 말은 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죽음 뒤에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와 만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할머니는 그의 존재를 통해, 그의 역할을 통해, 그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었다.

    “그렇군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일어섰다. 할머니는 일어나서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저승사자는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향해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그가 떠나는 길은 여전히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이었다. 하지만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길을 가고, 그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살아있는 동안의 작은 순간들이었음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 할머니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첫눈 속에서, 저승사자는 돌아갔지만, 그는 여전히 할머니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이승과 저승을 초월한 사랑

    저승사자는 할머니의 집을 떠나며, 자신의 존재가 단순히 죽음을 알리는 자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님을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그가 내려오는 이승은 늘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마지막 순간이지만, 할머니와의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매년 첫눈이 내릴 때마다 찾아가던 그녀의 집, 호박죽 한 그릇에 담긴 기억과 감정은 이제 그에게 단지 의무가 아닌, 삶의 깊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것,” 할머니의 그 말이 그의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저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었다. 사랑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져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할머니는 보여주었다. 할머니가 기다린 사랑은 이승과 저승을 초월한 것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 있는 저승사자에게 이승의 사랑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감정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그 경계를 지키고,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일이 그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할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순히 육체적인 세계에서의 결합을 넘어서, 존재 자체가 연결되는 힘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랑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는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할머니는 그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사랑을, 죽음을 맞이한 그 사람에게 보내주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매년 첫눈이 내리면, 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 사랑을 기다렸다. 그 사랑은 단지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의 기다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삶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연대와 그리움,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오는 믿음의 시간이었다.

    저승사자는 깨달았다. 이승과 저승을 초월하는 사랑은 죽음과 삶을 넘어서, 서로의 기억 속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할머니의 그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 사람과의 만남이 끝났다고 해서, 사랑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은 이승의 사람들에게도, 저승의 사람들에게도 존재하며, 그들의 세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는 할머니의 마음속에 살아있던 사랑을 통해, 그가 지켜온 '죽음'이라는 것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사랑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랑은 죽음마저도 초월하여,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것이다.

    “그대가 기다리는 사람도, 언젠가 돌아오겠죠,” 저승사자는 속으로 다짐했다. 할머니의 사랑처럼, 그 사랑도 저승을 넘어 다시 이승에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사랑은 어떤 경계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날 저녁, 저승사자는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존재가 단순한 사자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그가 할머니에게서 배운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에게 단지 끝을 넘어서, 새로운 만남과 이어지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였다. 그 사랑은 세상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결국 이승과 저승을 초월하는 진정한 힘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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