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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왕조의 기틀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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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1392년, 새로운 왕조 조선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태조 이성계 앞에는 두 가지 큰 과제가 놓여 있었습니다. 첫째, 500년 고려의 수도 개경을 떠나 새로운 도읍을 만드는 것. 둘째, 500년 동안 나라를 지배해온 불교의 힘을 누르고 유교 국가를 세우는 것. 1394년 한양 천도가 시작되었고, 경복궁과 종묘사직이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정도전은 『불씨잡변』을 저술하며 불교를 비판하고 유교의 우월성을 주장했습니다. 사찰이 정리되고, 승려의 수가 줄어들고, 성균관이 세워졌습니다. 오늘은 조선이 어떻게 유교 국가로 변모해갔는지, 그 역사적 순간을 함께 살펴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한양 천도와 숭유억불 정책을 다룹니다. 태조와 정도전이 왜 수도를 옮겼는지, 어떻게 유교 국가의 틀을 만들었는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경복궁 건설, 종묘사직 배치, 한성부 행정체계부터 불교 억압, 사찰 정리, 성균관 설치까지... 새로운 왕조가 새로운 이념으로 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치열한 갈등과 개혁이 있었습니다. 시니어 세대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드립니다. 조선 500년의 기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한양 천도 결정, 새로운 왕조에 새로운 수도를
1392년 가을, 개경의 궁궐 안은 술렁거렸습니다.
조선을 건국한 지 석 달... 태조 이성계는 매일 밤 고민에 잠겼습니다. 신하들은 궁궐 복도에 모여 수근거렸습니다.
"전하께서 요즘 무슨 고민이 그리 많으신가?"
"들리는 말로는 수도를 옮기려 하신다던데..."
바로 그때, 정도전이 태조의 침전으로 들어갔습니다. 태조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개경의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습니다.
"전하, 신 정도전이옵니다."
"들어오시오, 정 대감."
정도전이 태조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태조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정 대감, 과인이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오. 새로운 나라를 세웠는데, 이 도읍이 과인의 눈에 들지 않소."
"전하의 뜻을 알겠습니다. 이곳은 고려의 도읍입니다."
"그렇소! 이곳에는 고려의 기운이 가득하오. 거리를 걸어도, 궁궐에 앉아도, 온통 고려의 흔적뿐이오. 더구나 저 큰 사찰들을 보시오. 개경 곳곳에 절이 있고, 종소리가 끊이질 않소."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도 전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조선은 유교 국가입니다. 불교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새로운 나라를 제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그대도 그리 생각하시오?"
"예, 전하. 새로운 곳에 새로운 수도를 정하십시오. 그곳에서 조선의 500년 역사를 시작하십시오."
태조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말했습니다.
"좋소! 내일 조회에서 천도를 선포하겠소. 하지만... 신하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이오."
"신이 있습니다, 전하. 신이 모든 것을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조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백관이 모였습니다. 태조가 어좌에 앉아 입을 열었습니다.
"경들에게 중대한 일을 알리고자 한다. 과인은 수도를 옮기기로 결심하였다."
순간 대전이 술렁거렸습니다. 신하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한 신하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고려 때부터 벼슬하던 원로 대신이었습니다.
"전하, 안 됩니다! 개경은 우리 조상의 땅입니다. 500년을 이어온 도읍입니다. 어찌 함부로 버리실 수 있습니까?"
다른 신하도 나섰습니다.
"전하, 수도를 옮기는 데는 엄청난 돈과 인력이 듭니다. 백성들이 고생합니다. 나라 살림도 어려운데 무리입니다."
그때 정도전이 나섰습니다.
"여러 대감들, 들으시오! 조선은 고려가 아닙니다. 새로운 나라입니다. 고려는 불교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조선은 유교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개경에는 큰 사찰이 즐비하고, 승려들의 세력이 강합니다. 이곳에서는 진정한 유교 국가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도를 옮긴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불교의 그림자가 없는 곳, 우리가 처음부터 유교의 이념대로 설계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필요합니다."
태조가 말했습니다.
"경들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과인의 뜻은 확고하다. 이미 전국을 살펴보게 하였다. 한양이 새 도읍으로 적합하다고 하였다."
"한양이라 하셨습니까?"
"그렇다. 한양은 한반도의 중앙에 있고, 한강이 흐르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풍수로 보아도 명당이라 하였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큰 사찰이 없다.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개경의 큰 절, 흥왕사의 주지 스님이 급히 궁궐로 달려왔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하지만 태조는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며칠 후, 승려들이 궁궐 앞에 모여 항의했습니다.
"전하, 불법을 버리지 마소서!"
"한양으로 가시면 우리 사찰은 어찌 됩니까?"
하지만 태조는 단호했습니다. 오히려 승려들을 쫓아내라고 명했습니다.
그날 밤, 정도전이 다시 태조를 찾았습니다.
"전하, 불교계의 반발이 심합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천도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겠소? 개경에는 불교의 뿌리가 너무 깊소. 이것을 뽑아내려면... 차라리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소."
"신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하, 신에게 한 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천도와 함께 불교 개혁도 단행하는 것입니다. 사찰을 정리하고, 승려를 줄이고, 불교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도전이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습니다.
"신이 책을 한 권 쓰겠습니다. 불교의 잘못된 점을 낱낱이 밝히고, 유교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책을... 그 책으로 불교를 이론적으로 무너뜨리겠습니다."
태조의 눈이 빛났습니다.
"좋소! 그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소. 한양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시오. 그리고 그 책도 쓰시오. 조선이 유교 국가임을 천하에 보이시오."
1394년 10월, 태조는 정식으로 천도를 선포했습니다.
※ 경복궁과 종묘사직, 유교 이념의 도시 완성
1395년 봄, 한양의 공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인부들이 망치질을 하고, 톱질을 하고, 흙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정도전은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여기는 조금 더 높게 쌓으시오!"
"저 기둥은 더 굵은 것으로 바꾸시오!"
현장 감독이 다가왔습니다.
"정 대감, 인부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조금 쉬게 해주시지요."
"안 됩니다! 전하께서 빨리 완성하라 하셨소. 가을 전에 경복궁을 완성해야 하오."
바로 그때, 무학대사가 찾아왔습니다. 무학대사는 태조의 오랜 친구이자, 풍수의 대가였습니다.
"정 대감, 아직도 고집을 부리시는가?"
"무학 스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궁궐 자리 말이오. 내가 몇 번을 말했소? 인왕산 아래가 더 좋은 자리라고. 풍수상 그곳이 명당이오."
정도전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스님, 우리는 유교 국가를 세우고 있습니다. 풍수도 중요하지만, 유교의 원리가 더 중요합니다. 『주례』에 이르기를, '왕은 남면하여 다스린다' 하였습니다. 궁궐은 북쪽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스님, 더 이상 말씀하지 마십시오. 이미 전하께서 결정하신 일입니다."
무학대사는 한숨을 쉬며 돌아갔습니다. 정도전은 다시 공사 현장을 바라보았습니다.
'불교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유교의 시대다. 이 도시가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몇 달 후,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완성되었습니다. 태조와 정도전이 함께 광화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정 대감, 광화문... 좋은 이름이오."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는 뜻입니다, 전하. 전하의 덕이 온 나라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맙소. 그런데 정 대감, 종묘와 사직은 어찌 되었소?"
"곧 완성됩니다, 전하. 종묘는 궁궐 동쪽에, 사직은 서쪽에 배치했습니다. 좌묘우사의 원칙대로입니다."
"좌묘우사?"
"예, 전하. 유교 경전에 나오는 이상적인 도시 배치입니다. 왼쪽에 조상을 모시는 종묘, 오른쪽에 토지와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 이것이 유교 국가의 기본입니다."
태조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대는 참으로 박학하오. 과인은 무인이라 글을 깊이 알지 못하오. 이런 일은 모두 그대에게 맡기겠소."
며칠 후, 종묘 공사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노인이 공사를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안 됩니다! 이곳은 우리 선조의 묘가 있던 곳입니다. 함부로 파헤칠 수 없습니다!"
정도전이 직접 나섰습니다.
"노인장, 이해하십시오. 종묘는 나라의 조상을 모시는 곳입니다. 개인의 묘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곳에 좋은 자리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싫소!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소!"
정도전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품에서 은자를 꺼냈습니다.
"노인장, 이것으로 다른 곳에 좋은 묘를 쓰십시오. 그리고 제사를 잘 모시십시오. 부디 협조해주십시오."
노인이 은자를 보고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소... 하지만 우리 선조님께 죄송하구만..."
"제가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노인장. 제대로 예를 갖춰서 모시겠습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1396년 가을, 드디어 경복궁, 종묘, 사직단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태조가 근정전 앞에 섰습니다. 백관이 모두 모였습니다. 정도전이 태조에게 말했습니다.
"전하, 이제 어좌에 오르십시오. 조선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태조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 근정전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좌에 앉았습니다. 밖에서 백관들이 일제히 절을 올렸습니다.
"전하 만세! 만세! 만만세!"
정도전이 옆에서 말했습니다.
"전하, 보십시오. 저것이 바로 조선입니다. 유교의 이념으로 설계된 도시입니다. 경복궁은 권력의 중심, 종묘는 효의 실천, 사직은 백성을 위한 정치... 이 세 가지가 조선의 기둥입니다."
태조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 대감, 그대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오."
"아닙니다, 전하. 이것은 전하의 꿈이었고, 신은 다만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 한성부 설치, 체계적인 행정 질서 확립
한양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한성부 판윤 김사형이 정도전을 찾아왔습니다.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습니다.
"정 대감,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듭니다. 하루에 수백 명씩 한양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성이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정도전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즉시 한성부 회의를 소집하시오. 대책을 세워야 하오."
한 시간 후, 한성부 관리들이 모였습니다. 정도전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한양은 조선의 수도입니다. 혼란스러워서는 안 됩니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한 관리가 손을 들었습니다.
"대감, 가장 큰 문제는 주거입니다.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집을 짓고 있습니다. 도로를 막고, 개천을 메우고... 엉망입니다."
"그렇다면 거주 구역을 정하시오. 신분에 따라 살 곳을 정해주는 것이오."
"신분에 따라서 말입니까?"
"그렇소. 양반은 북촌에, 중인은 서촌과 남촌에, 상민은 정해진 구역에... 이렇게 질서 있게 배치하시오. 그리고 함부로 집을 지으면 처벌하시오."
김사형이 말했습니다.
"대감, 그것만이 아닙니다. 밤이 되면 도둑이 들끓고, 술 취한 자들이 싸움을 벌입니다. 치안이 엉망입니다."
"통행금지를 실시하시오. 밤 열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는 거리를 다니지 못하게 하시오. 한성부 군병들이 순찰을 돌게 하시오. 어기는 자는 벌을 주시오."
다른 관리가 말했습니다.
"시장도 문제입니다. 상인들이 아무 곳에서나 장사를 하고, 가격도 제멋대로입니다."
"시전을 만드시오. 종루 근처에 정식 시장을 만들고, 그곳에서만 장사를 하게 하시오. 한성부에서 물가를 감시하고, 부정한 상인은 처벌하시오."
정도전은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습니다.
"도로를 정비하시오. 큰길과 작은길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시오. 청계천에 다리를 놓으시오."
"위생도 중요하오.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는 정해진 곳에 버리게 하시오. 하수도를 만들어 더러운 물이 잘 흐르게 하시오."
"화재 예방에 힘쓰시오. 집들이 나무로 지어져 불이 나면 위험하오. 불조심 경보를 자주 하고, 불이 나면 즉시 끄도록 하시오."
김사형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겠습니다, 대감. 그런데... 이 모든 일을 하려면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한성부 관리를 늘리시오. 각 부에 부윤을 두고, 각 방에 권관을 두시오. 촘촘하게 관리하시오."
며칠 후, 정도전은 직접 한양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 골목에서 두 사람이 싸우고 있었습니다. 정도전이 다가갔습니다.
"무슨 일이오?"
"이 사람이 제 땅에 함부로 집을 짓고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주인 없는 땅이었소! 제가 먼저 찾았소!"
정도전이 한성부 관리를 불렀습니다.
"이 땅의 소유를 확인하시오. 그리고 명확히 하시오. 앞으로 이런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땅에 주인을 정하시오."
다른 거리에서는 한 아낙이 울고 있었습니다.
"왜 우시오?"
"저희 아이가 병이 났는데, 약을 살 돈이 없습니다..."
정도전이 품에서 돈을 꺼내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약을 사시오. 그리고 한성부에 가서 구휼을 신청하시오. 가난한 백성을 돕는 제도가 있소."
저녁이 되어 정도전이 궁궐로 돌아왔습니다. 태조가 물었습니다.
"정 대감, 어디 다녀오셨소?"
"한양 거리를 돌아보았습니다, 전하."
"어떻던가?"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차츰 질서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한성부가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다행이오. 그런데 정 대감, 그대가 요즘 또 책을 쓰고 있다 들었소?"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 전하. 『불씨잡변』이라는 책입니다."
"무슨 내용이오?"
"불교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전하. 한양 천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념적으로도 불교를 극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유교 국가가 됩니다."
태조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정 대감, 그것은... 위험하지 않겠소? 불교계의 반발이 심할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전하. 하지만 해야 할 일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태조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좋소. 그대를 믿겠소. 하지만 조심하시오."
"고맙습니다, 전하."
※ 불씨잡변, 정도전이 불교를 비판하다
밤낮으로 붓을 놀리며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불씨잡변』... 그의 야심작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구시오?"
"저 무학입니다."
정도전이 문을 열자, 무학대사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스님,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정 대감, 듣자니 불교를 비판하는 책을 쓰신다 하던데..."
정도전이 자리를 권했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스님. 『불씨잡변』이라는 책입니다."
"왜 그러시오? 무엇이 그리 잘못되었다고 불교를 공격하시오?"
정도전이 책상 위의 원고를 가리켰습니다.
"스님, 제가 쓴 글을 읽어보시겠습니까?"
무학대사가 원고를 집어 들었습니다. 읽어 내려가던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습니다.
"'불교는 출가를 말한다. 부모를 버리고 집을 떠나는 것이 훌륭하다고 한다. 이것은 불효다...' 정 대감! 이것은 너무 심한 말씀이 아니오?"
정도전이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스님, 사실이 아닙니까? 승려가 되면 가문을 잇지 못합니다. 부모를 봉양하지 못합니다. 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효인데, 불교는 이것을 저버리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 큰 깨달음을 위해..."
"그 깨달음이 무엇입니까? 산 속에 들어가 염불이나 외우는 것이 깨달음입니까? 백성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승려들은 공양만 받아먹습니다. 이것이 올바른 일입니까?"
무학대사가 원고를 내려놓았습니다.
"정 대감의 뜻은 알겠소. 불교에 폐단이 있는 것도 인정하오. 하지만 이렇게 정면으로 공격하면... 불교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더 해야 합니다, 스님. 지금 고려의 불교를 보십시오. 사찰은 너무 많은 땅을 가졌고, 승려는 수만 명이나 됩니다. 왕실과 귀족들은 불교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습니다. 이것이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습니다."
무학대사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 대감, 내가 부탁하나 하겠소. 전하께 말씀드려 이 책을 거두어주시오. 아직 늦지 않았소."
"안 됩니다, 스님. 이미 결심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정 대감과 나는 이제 다른 길을 가는 것이오."
무학대사가 일어서서 나갔습니다. 정도전은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며칠 후, 개경의 큰 절 흥왕사에서 승려들이 모였습니다. 주지 스님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도전이라는 자가 우리 불교를 공격하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전하께 상소를 올립시다. 그 책을 금지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태조는 승려들의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도전을 불러 물었습니다.
"정 대감, 승려들이 난리요. 그대의 책 때문이라 하오."
"전하, 신은 진실을 쓴 것뿐입니다."
"과인도 알고 있소. 하지만 조심하시오. 적이 많아질 것이오."
"각오하고 있습니다, 전하."
1395년 봄, 『불씨잡변』이 완성되었습니다. 정도전이 태조에게 책을 바쳤습니다.
"전하, 완성되었습니다."
태조가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읽던 태조가 입을 열었습니다.
"정 대감, 이 책은... 불교를 완전히 부정하는구려."
"예, 전하. 불교는 조선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유교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좋소. 이 책을 세상에 내놓으시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불교 개혁을 시작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전하."
『불씨잡변』이 세상에 나오자,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유학자들은 환호했습니다.
"정 대감이 통쾌한 일을 하셨다!"
"드디어 불교의 허상이 밝혀졌다!"
하지만 불교계는 분노했습니다. 여러 사찰에서 승려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습니다.
"정도전을 그냥 둘 수 없다!"
"우리도 책을 써서 반박해야 한다!"
한 노승이 나섰습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분노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입니다. 정말 우리에게 잘못이 없었습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부 사찰이 너무 많은 재산을 모은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 승려가 계율을 어긴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정도전의 말이 더 힘을 얻을 것입니다."
※ 사찰 정리와 승려 감축, 불교 세력 약화
1395년 여름, 한성부 관리들이 전국으로 파견되었습니다.
태조의 명령을 받들어 사찰을 조사하고 정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한 관리가 경상도의 큰 절 해인사에 도착했습니다.
주지 스님이 관리를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전하의 명으로 왔소. 이 사찰이 소유한 토지를 조사하러 왔소."
주지 스님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토지를 조사한다니... 무슨 뜻입니까?"
"사찰이 너무 많은 땅을 가지고 있소. 일부는 국가로 환수할 것이오."
"안 됩니다! 이 땅은 신도들이 시주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재산입니다!"
"법이 바뀌었소. 사찰은 필요한 만큼만 땅을 가질 수 있소. 나머지는 환수하오."
주지 스님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푸십시오. 이 땅이 없으면 절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승려들을 먹여 살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승려 수를 줄이시오. 애초에 승려가 너무 많소."
며칠 후, 한양에서 큰 회의가 열렸습니다. 정도전이 주재했습니다.
"여러분, 전국의 사찰 조사가 끝났습니다. 결과를 보고하시오."
한 관리가 나섰습니다.
"대감, 전국에 사찰이 총 4천 개가 넘습니다. 승려는 약 3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사찰이 소유한 토지는... 전국 토지의 약 20%에 달합니다."
"20%라고? 그렇게 많단 말이오?"
"예, 대감. 그것도 가장 좋은 땅들입니다. 그리고 사찰들은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정도전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좋소. 먼저 종파를 정리하겠소. 지금 수많은 종파가 난립하고 있소. 이것을 두 개로 통합하시오. 교종과 선종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해산하시오."
"두 개만 남긴다고요?"
"그렇소. 그리고 각 종파당 본산을 하나씩만 인정하시오. 교종은 흥천사, 선종은 흥덕사... 나머지 사찰은 폐쇄하거나 축소하시오."
한 신하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대감, 그렇게 하면 수천 개의 절이 문을 닫게 됩니다. 승려들은 어떻게 됩니까?"
"환속시키시오. 승려를 그만두고 평민이 되게 하시오. 그리고 승려 숫자도 제한하시오. 교종 7천 명, 선종 7천 명... 총 1만 4천 명만 인정하시오."
전국에 명령이 내려갔습니다. 각 사찰에 관리들이 파견되었습니다.
어느 작은 암자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스님들, 이 절은 폐쇄됩니다. 모두 환속하십시오."
늙은 스님이 울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평생을 여기서 불도를 닦았습니다. 이제 와서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법이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제발... 죽을 때까지만 여기 있게 해주십시오..."
관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당신만은 특별히 허락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젊은 승려들은 환속해야 합니다."
큰 사찰에서는 저항도 있었습니다. 어느 절에서는 승려들이 모여 항의했습니다.
"우리는 이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절을 지키겠다! 나가지 않겠다!"
하지만 군대가 출동했습니다. 승려들은 강제로 쫓겨났습니다. 사찰의 재산은 몰수되었습니다.
한양의 궁궐에서 태조가 정도전에게 물었습니다.
"정 대감, 요즘 불교계의 반발이 심하다 하던데..."
"그렇습니다, 전하. 하지만 물러서서는 안 됩니다. 지금 물러서면 개혁이 실패합니다."
"과인도 알고 있소. 하지만 가끔은... 과인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닌가 싶소. 과인도 개인적으로는 부처님을 믿는데..."
정도전이 무릎을 꿇었습니다.
"전하, 전하께서 개인적으로 불교를 믿으시는 것과, 국가 정책은 다릅니다. 조선은 유교 국가입니다. 이것은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알았소. 그대가 하는 대로 하시오."
1396년, 불교 개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전국의 사찰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4천 개가 넘던 사찰이 수백 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승려 수도 3만 명에서 1만 4천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사찰이 소유했던 광대한 토지는 국가로 환수되었습니다. 이 땅은 공신들에게 나누어지거나, 백성들에게 분배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도전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불교를 억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유교를 키워야 했습니다.
※ 성균관 설치, 유교 국가의 완성
1398년 봄, 한양 동쪽에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성균관...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이었습니다. 정도전이 공사 현장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명륜당입니다. 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곳입니다."
"저곳은 동재와 서재입니다. 학생들이 기숙하는 곳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곳... 문묘입니다. 공자님을 모신 사당입니다."
태조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훌륭하오, 정 대감. 이곳에서 조선의 인재들이 자라나겠구려."
"그렇습니다, 전하. 유교를 배운 인재들이 조정으로 나가 나라를 다스릴 것입니다."
가을이 되어 성균관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국에서 생원시와 진사시에 합격한 200명의 유생이 모여들었습니다.
개강식 날, 정도전이 유생들 앞에 섰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입니다. 이곳 성균관에서 유교를 배우고, 장차 나라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한 유생이 손을 들었습니다.
"대감, 저희가 무엇을 배우게 됩니까?"
"사서삼경을 배울 것입니다.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그리고 『시경』, 『서경』, 『주역』... 이 일곱 권의 책이 유교의 근본입니다."
"그것만 배웁니까?"
"아니오. 역사도 배우고, 시문도 배우고, 예법도 배울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를 배울 것입니다."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수가 『논어』를 강의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한 유생이 대답했습니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즐겁다는 뜻입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인, 의, 예, 지... 유교의 덕목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단지 글자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저녁이 되어 유생들이 기숙사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공부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배운 『논어』가 참 어렵더군."
"나도 그래. 하지만 신기하게도 가슴에 와 닿는 말들이야."
"그래. '부모를 섬기되 몇 번이고 간하라. 뜻을 따르지 않으시면 더욱 공경하고 어기지 말라...' 이 구절이 특히 좋았어."
한 유생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제대로 배워서, 좋은 관리가 되어야 해. 백성들을 위하는 관리 말이야."
"그래, 맞아. 고려의 관리들은 백성보다 자신의 이익만 챙겼잖아. 우리는 달라야 해."
몇 달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정도전이 성균관을 방문했습니다. 유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공부는 잘되고 있습니까?"
"예, 대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왜 공부를 합니까?"
한 유생이 대답했습니다.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도전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안 됩니다. 물론 과거에 급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바른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이익보다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십시오."
유생들이 고개를 숙여 절을 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대감."
1400년, 성균관에서 첫 번째 졸업생들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과거시험에 응시했고, 많은 이들이 합격했습니다.
합격자 발표 날, 한 젊은 관리가 정도전을 찾아왔습니다.
"대감, 저는 성균관 출신입니다. 이번에 과거에 급제했습니다."
"축하하오. 이제 관리가 되었으니, 백성을 잘 섬기시오."
"대감, 감사합니다. 대감께서 만든 성균관이 아니었다면, 저 같은 사람이 어찌 과거에 급제했겠습니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정도전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그대 같은 인재가 많아져야 조선이 강해집니다. 힘내시오."
그날 저녁, 정도전은 홀로 한양 거리를 걸었습니다. 경복궁이 보이고, 종묘가 보이고, 성균관이 보였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은 조선 건국 초기의 위대한 개혁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 이 두 사람은 단순히 왕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바꾸었습니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불교 중심에서 유교 중심으로 이념을 바꾸었습니다.
경복궁과 종묘사직으로 유교의 공간을 만들고, 『불씨잡변』으로 불교를 비판하고, 사찰을 정리하여 불교 세력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성균관을 세워 유교 인재를 양성했습니다.
이 모든 개혁이 불과 10년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만큼 절박했고, 그만큼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 결과 조선은 500년을 이어간 위대한 왕조가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조선의 역사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