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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첫 태양, 태조 이성계의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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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혼란의 시대, 한 장수의 마음속에 피어난 야망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시작한다. 무신으로 입신한 이성계는 왜구와 홍건적의 침략으로 혼란한 시기에 연이은 승리로 백성의 존경을 받지만, 권력과 부패에 물든 고려 조정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키운다. 위화도 회군을 시작으로 고려 왕조의 핵심 권력자들을 차례로 제거하고, 정도전과 함께 새 왕조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이성계. 하지만 왕이 된 후에도 그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이 지키려 했던 가치와 야망 사이의 갈등, 그리고 아들 이방원과의 점점 깊어지는 균열이다. 한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어젖힌 조선의 첫 태양, 태조 이성계의 야망과 고뇌를 그린 역사 대서사.
※ 함흥 전투 현장,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이성계, 병사들의 존경과 그의 내면에 자라나는 야망
피와 흙이 뒤섞인 전장,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왜구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고려 병사들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성계(40)가 칼끝의 피를 털며 백마 위에 우뚝 서 있다. 그의 갑옷은 피로 얼룩져 있지만, 눈빛만은 맑고 강인하다. 바람이 그의 깃발을 휘날리고, 멀리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군님 만세! 우리의 영웅 이성계 장군 만세!" 병사들의 함성이 전장을 가득 채운다. 이성계의 부하 장수인 조준(38)이 말을 타고 다가온다. "장군님, 왜구들이 완전히 물러났습니다. 함흥은 이제 안전합니다." 이성계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전투의 흔적이 가득한 마을, 불에 탄 집들,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마을 사람들.
"조준, 부상자들을 돌보게.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식량과 물을 나눠주도록." 이성계의 목소리는 단호하지만 따뜻하다. 그가 말에서 내려 노인 한 명에게 다가간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이성계의 옷자락을 붙잡는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겁니다."
이성계가 노인의 손을 잡아준다. "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이제 안전합니다." 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장군님, 왜 조정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습니까? 왜 왕은 우리의 고통을 모릅니까?" 이성계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한다.
마을을 둘러보던 이성계가 무너진 집 더미 속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듣는다. 그가 급히 달려가 돌무더기를 치우자, 그 아래서 어린 소년이 발견된다. 소년의 부모는 이미 죽어있다. 이성계가 소년을 안아 올린다. "괜찮다, 이제 안전하다." 소년이 두려움에 떨며 이성계의 품에 안긴다.
날이 저물고, 병사들이 마을 중앙에 모닥불을 피운다. 이성계는 천막 앞에 앉아 소년을 무릎에 앉히고 있다. 조준이 다가와 앉는다. "장군님, 백성들이 장군님을 진정한 영웅으로 생각합니다. 모두가 장군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성계의 눈에 깊은 생각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조준, 나는 오늘 많은 것을 보았네." 이성계의 목소리가 깊어진다. "고려 조정은 부패했고, 왕은 무능하며, 백성들은 고통받고 있어. 이런 나라가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조준이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살핀다. "장군님, 그런 말씀은..." 이성계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는다.
"걱정 말게. 나는 단지 생각할 뿐이야."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단순한 생각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이성계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둠 속에서 별들이 빛나기 시작한다. "때론 오래된 것이 무너져야 새로운 것이 시작될 수 있지 않겠나?" 그의 말에 조준이 깊은 생각에 잠긴다.
모닥불 불꽃이 이성계의 얼굴을 비추고, 그의 눈에는 야망의 불꽃이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한다.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예고하는 불꽃이다.
※ 고려 왕궁 대청, 부패한 고려 조정과 충격을 받는 이성계, 정도전과의 운명적 만남
화려한 비단으로 치장된 고려 왕궁의 대청. 왕(35)이 높은 용상에 앉아 있고, 문무백관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다. 진지한 회의가 진행 중이지만, 대신들의 표정은 피로하고 무관심해 보인다. 창밖으로는 화창한 봄날의 햇살이 비치고 있지만, 대청 안의 공기는 무겁고 침체되어 있다.
"북방의 여진족이 다시 국경을 침범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남쪽 해안에서는 왜구의 약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병조판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한다. 왕이 한숨을 내쉰다. "또 그런 일이... 대비책은 무엇인가?" 권문세족 출신의 정승이 앞으로 나선다. 그의 옷차림은 화려하고 손가락에는 값비싼 반지가 빛난다.
"전하, 이미 국고가 바닥났습니다. 군대를 파견할 재원이 없습니다." 정승의 말에 다른 대신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왕의 표정이 무력감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정승이 교묘한 미소를 띠며 대답한다.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합니다. 농민들에게 특별세를 부과하는 것이..."
그때, 대청의 문이 열리고 이성계가 들어선다. 그의 모습은 전장에서 막 돌아온 듯 흙과 먼지로 얼룩져 있다. 대신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성계는 왕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다. "전하, 함흥 지역의 왜구를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왕이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이 장군, 자네의 공로가 크네.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이네." 이성계의 표정이 단호해진다. "전하, 제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그리고 집을 재건할 도움이 필요합니다."
대신들의 표정이 불편해진다. 정승이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이 장군, 그런 일은 관리들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군인은 전투에만 신경 쓰시지요." 이성계의 눈에 분노가 스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관리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저는 백성들이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긴장된 침묵이 대청을 감싼다. 왕이 난처한 표정으로 정승을 바라본다. "어... 그래, 이 장군의 말도 일리가 있네. 함흥 지역에 약간의 구호물자를 보내도록 하게." 이성계가 고개를 들어 왕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실망감이 가득하다.
대청을 나서는 이성계의 발걸음이 무겁다. 그때 한 선비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정도전(35)이다. "이 장군,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이성계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당신은..." 정도전이 미소 짓는다. "정도전이라고 합니다. 저도 방금 그 회의를 지켜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궁궐의 한적한 정원으로 걸어간다.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풍경과 대조적으로, 그들의 대화는 무겁고 진지하다. "이 장군, 고려는 이미 썩어가고 있습니다. 권문세족들의 부패와 왕의 무능함...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할 것입니다." 정도전의 목소리는 낮지만 확신에 차 있다.
이성계가 그를 날카롭게 바라본다. "그런 말은 반역에 가깝소. 조심하시오." 정도전이 쓴웃음을 짓는다. "반역이라... 하지만 이미 고려는 스스로를 배반하고 있지 않습니까? 백성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이성계가 말을 자른다. "당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정도전의 눈빛이 깊어진다. "새로운 세상이 필요합니다, 이 장군.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정의와 도덕이 바로 선 나라..." 그의 말에 이성계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그의 마음속에 이미 자리 잡은 생각들이 정도전의 말에 의해 더욱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벚꽃 한 송이가 두 사람 사이로 떨어진다. 이성계가 그것을 손으로 받아든다. "새로운 세상..."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깝다.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이 장군께서 그 중심에 서실 수 있습니다." 이성계의 눈에 결의가 깃든다. 두 사람의 만남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 위화도 진영, 이성계의 결단과 회군,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순간
안개가 자욱한 새벽, 압록강 인근 위화도의 군영. 천막들이 늘어서 있고, 군사들이 출정을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성계는 천막 앞에 서서 멀리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불과 며칠 전, 고려 조정으로부터 요동 정벌에 나서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조준이 천막에서 나와 이성계 곁에 선다. "장군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병사들은 언제든 출발할 수 있습니다." 이성계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북쪽을 응시한다. 조준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장군님,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고 계십니까?"
이성계가 마침내 입을 연다. "요동 정벌... 이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명나라는 강대국이오. 우리가 감히 그들을 공격한다면, 그 결과는..." 그의 말이 바람에 흩어진다. 조준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저도 그 점이 걱정됩니다. 이 전쟁은 우리 고려에 이익보다 화를 더 가져올 것 같습니다."
그때 한 전령이 달려와 이성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장군님, 정도전 선생님께서 급한 전갈을 보내셨습니다." 이성계가 놀란 눈으로 전령을 바라본다. "정도전이라고? 무슨 내용인가?" 전령이 주변을 살핀 후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조정 내부의 권신들이 장군님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원정은 함정이라는..."
이성계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북쪽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결의가 서린다. "조준, 모든 부대장들을 소집하게." 조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급히 움직인다. 잠시 후, 이성계의 천막에는 여러 부대장들이 모여 있다.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여러분, 나는 결정을 내렸소." 이성계의 목소리가 천막 안을 울린다. "우리는 요동으로 진격하지 않을 것이오. 대신 회군하여 개경으로 돌아갈 것이오." 부대장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 부대장이 앞으로 나선다. "장군님, 그것은 조정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입니다. 이는 반역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성계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반역이라... 그렇다면 진정한 반역은 무엇인가? 백성들을 고통 속에 버려두고,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닌가?"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우리의 적은 명나라가 아니오. 우리의 진정한 적은 고려를 썩게 만든 부패한 권신들이오."
침묵이 천막을 감싼다. 이성계가 계속해서 말한다. "나는 이 나라를 위해, 백성들을 위해 싸워왔소. 이제는 그들을 진정으로 구원할 때가 왔소." 부대장들의 눈에 점차 결의가 깃든다. 조준이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는다. "저는 장군님을 따르겠습니다. 어떤 결정이든 지지하겠습니다."
한 명, 두 명, 부대장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는다. 마침내 모든 부대장들이 이성계의 결정에 동의한다. 이성계의 눈에 감동의 빛이 어린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역사를 바꾸기 시작했소. 이제 개경으로 향할 것이오."
천막 밖으로 나온 이성계,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군영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성계가 백마에 올라타며 외친다. "회군하라! 우리는 개경으로 돌아간다!" 그의 외침에 병사들이 화답하고, 위화도의 안개 속에서 군대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순간이다.
※ 최영 장군의 집무실, 이성계와 정도전의 쿠데타, 구 권력 인사들의 몰락
어둠이 깃든 개경의 밤, 최영 장군(65)의 집무실. 촛불이 흔들리며 실내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최영은 책상 앞에 앉아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피로와 걱정으로 가득하다. 문이 열리고, 신하 하나가 급히 들어온다. "원수님, 큰일 났습니다! 이성계 장군이 군사를 이끌고 개경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최영의 눈이 커진다. "뭐라고? 어찌된 일인가?" 신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위화도에서 회군했다고 합니다. 요동 정벌을 거부한 것입니다." 최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 반역자...! 즉시 모든 병력을 동원하라! 이성계를 막아야 한다!"
그때,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무장한 병사들의 발소리와 외침이 점점 가까워진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여러 무장한 병사들이 들어선다. 최영과 이성계의 시선이 날카롭게 마주친다.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다.
"이성계, 이것이 무슨 짓인가! 네가 감히!" 최영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린다. 이성계가 침착하게 대답한다. "원수님, 저는 단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행동했을 뿐입니다. 요동 정벌은 우리 고려를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정도전이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최 장군, 이제 세상은 바뀌어야 합니다. 권신들의 부패와, 실정으로 인해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영이 경멸의 눈빛으로 정도전을 바라본다. "네놈이 이성계를 선동했구나. 역적 중의 역적이로다!"
이성계가 손을 들어 정도전을 말린다. "원수님, 저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옛 권신들은 물러나고, 새로운 인재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합니다." 최영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네가 감히 나를 위협하느냐?"
이성계의 눈에 슬픔이 어린다. "위협이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지혜와 경험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반대한다면..." 그의 말이 끊어진다. 방 안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최영이 천천히 칼을 뽑아든다. "나는 고려의 충신이다. 죽을지언정 역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이성계를 향해 칼을 겨눈다. 이성계의 부하들이 즉시 최영을 제압한다. 이성계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원수님..."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인다. "장군님, 그를 살려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는 언제든 반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성계가 망설인다. 그의 눈에는 갈등의 빛이 어린다. 최영이 이성계를 똑바로 바라본다. "이성계, 네가 오늘 승리했을지 모르나, 역사는 네 죄를 기억할 것이다."
이성계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최 원수, 당신을 유배 보내겠소. 생명만은 보전해 드리겠소." 정도전이 놀란 표정으로 이성계를 바라본다. "장군님!" 이성계가 단호하게 말한다. "이것이 내 결정이다. 최 원수는 유배, 다른 권신들은 체포하라."
최영이 냉소를 지으며 말한다. "유배라... 네가 정말 그렇게 자비롭다고 생각하느냐?" 이성계와 최영의 시선이 다시 한번 마주친다. 두 장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과 서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공기를 가득 채운다.
병사들이 최영을 데리고 나가자, 이성계는 천천히 최영의 자리에 앉는다. 정도전이 그의 곁에 선다. "이제 시작입니다, 장군님. 새로운 시대의 시작..." 이성계의 눈에 깊은 결의가 깃든다. 밖에서는 도성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권력의 이동,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 밤의 어둠 속에서 태동하고 있다.
※ 송도(개경) 왕궁, 고려 왕을 폐위시키고 조선 건국을 선포하는 이성계
흐린 하늘 아래, 고려 왕궁의 정전. 의자에 초라하게 앉아 있는 공양왕(31)의 얼굴은 창백하고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그의 주변에는 이성계의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왕좌 아래에는 조정의 대신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다. 정전의 문이 열리고, 이성계와 정도전이 들어선다. 이성계는 갑옷을 벗고 관복을 입고 있다. 그의 걸음은 무겁지만 확고하다.
"전하." 이성계가 공양왕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한다. 그러나 그 예의 속에는 이미 권력이 옮겨갔음을 알리는 압도적인 기운이 서려 있다. 공양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성계, 너는 감히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것은 명백한 반역이다!"
이성계의 표정이 담담하다. "전하, 저는 단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행동했을 뿐입니다. 고려는 이미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백성들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조정은 부패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공양왕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네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정도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전하, 이제 새로운 시대가 필요합니다. 전하께서 고려의 마지막 군주가 되시는 영광을 안으셨습니다." 그의 말에 공양왕의 얼굴이 창백해진다. "마지막이라니... 네가 감히..."
이성계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전을 둘러본다. 그의 눈에 비친 왕궁은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숨겨진 부패와 타락의 흔적이 보인다. "전하, 저는 삼한을 통일한 태조 왕건의 뜻을 이어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자 합니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정의와 도덕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공양왕이 비웃듯 말한다. "그래, 네가 왕이 되고 싶은 것이구나. 결국 권력욕이 아니냐?" 이성계의 눈에 잠시 흔들림이 보이지만, 곧 확고한 결의로 가득 찬다. "저는 단지 도구일 뿐입니다. 역사의 도구, 천명을 실현하는 도구..."
정도전이 두루마리를 펼쳐 읽기 시작한다. "이에 고려 왕조의 종식을 선포하고, 새로운 조선국의 개국을 선언하노라. 이성계를 조선의 태조로 추대하여..." 그의 말이 정전을 울리자 대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태조 만세! 조선 국왕 만세!"
공양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는 천천히 왕관을 벗어 이성계에게 건넨다. "네가 이길 운명이었나 보구나. 하지만 기억하거라, 권력은 양날의 검이다. 너 역시 언젠가는 그 무게에 짓눌릴 것이다." 이성계가 왕관을 받아들며 공양왕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다.
"전하를 강릉으로 모시겠습니다. 그곳에서 편안히 지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성계의 말에 공양왕은 쓸쓸하게 웃는다. "유배라... 그래, 적어도 목숨은 살려주는구나."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전을 떠난다. 그의 뒷모습은 한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듯하다.
정전에 남은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대신들.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왕의 옷을 입히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태조 전하라 불러야겠군요." 이성계가 복잡한 표정으로 왕좌를 바라본다. "정도전, 내가 과연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정도전이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전하, 그것이 바로 제가 있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나라는 천년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성계가 천천히 왕좌에 오른다. 그 순간, 정전 밖에서 "조선 국왕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 왕조의 시작, 조선의 첫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 한양 터, 새 수도를 건설하며 이성계와 정도전의 비전이 현실이 되는 순간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넓은 분지를 둘러싼 사방의 산.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이 웅장한 자태로 솟아 있고, 그 가운데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여러 대신들이 말을 타고 언덕 위에 서서 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떻습니까, 전하? 이곳이 바로 제가 말씀드린 한양입니다." 정도전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이성계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그의 눈에는 감탄의 빛이 어린다. "정말 천혜의 요새로구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강이 흐르니 물자 운송도 용이할 것이야."
정도전이 지도를 펼친다. "제가 풍수지리에 따라 설계한 도시 계획입니다. 북악산을 주산으로 하여 그 아래 왕궁을 세우고, 남쪽으로는 백성들의 거주지를, 동서로는 관청과 시장을 배치할 것입니다." 이성계가 지도를 자세히 살펴본다. "경복궁... 그것이 새 궁궐의 이름이 될 것이냐?"
"네, 전하. '크게 복을 받아 누리라'는 뜻입니다. 이 궁궐에서 조선의 백년대계를 세우실 것입니다." 정도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한 젊은 장수가 급히 다가온다. 이방원(25)이다.
"아버님!" 이방원이 이성계 앞에 도착하여 말에서 내린다. "한양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계셨군요." 이성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방원아, 이곳이 마음에 드느냐?" 이방원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의 눈에는 날카로운 분석력이 깃들어 있다.
"훌륭한 터입니다. 하지만..." 이방원이 정도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본다. "새 도읍을 세우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아직 송도에 반대 세력들이 남아 있고, 민심도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도전의 표정이 경직된다.
이성계가 이방원과 정도전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방원아, 새 시대에는 새 터전이 필요하다. 고려의 그림자가 짙은 송도에서는 조선의 빛이 제대로 빛나지 못할 것이다." 이방원이 고개를 숙이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불만이 서려 있다.
정도전이 자신감 있게 말한다. "왕자님, 한양은 단순한 도시가 아닙니다. 이곳은 새로운 이념, 새로운 질서가 구현될 장소입니다.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 그것이 조선의 이상입니다." 이방원의 눈이 차갑게 빛난다. "백성이 주인이라... 그런데 백성을 위한다며 백성에게 묻지도 않고 도읍을 옮기는군요."
긴장된 침묵이 흐른다. 이성계가 한숨을 내쉬며 중재한다. "둘 다 나라를 위한 마음은 같을 것이다. 다만 방법의 차이일 뿐이니,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가 언덕에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 이제 한양의 터를 직접 밟아보자."
세 사람이 분지로 내려가자, 이미 측량을 위해 와 있던 관리들과 일꾼들이 공손히 인사한다. 이성계가 한양의 중심이 될 지점에 서서 깊은 숨을 내쉰다. 그의 마음속에는 새 나라에 대한 희망과 포부가 가득하다. "이곳에서 조선의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정도전이 이성계 곁에 서서 말한다. "전하, 이제 백성들이 편안히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때입니다. 더 이상 권력자들의 탐욕에 시달리지 않는 나라를..." 그의 말에 이방원이 날카롭게 끼어든다. "그런데 정도전 선생은 어떤 권력을 꿈꾸시는지요?"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친다.
이성계는 그들의 갈등을 느끼지만 모른 척한다. 그는 천천히 걸으며 한양의 터를 밟는다. 그의 발아래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비쳐 이성계의 얼굴을 비춘다. 조선의 첫 태양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이성계의 침소, 권력의 무게와 아들 이방원과의 갈등, 태조의 내적 고뇌
깊은 밤, 경복궁의 한 침소. 등불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이성계(50)는 침상에 앉아 넓게 펼쳐진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고뇌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다. 조선 건국 이후 수년이 흘렀지만, 그의 어깨 위 책임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진 듯하다.
문이 열리고 이방원이 조용히 들어선다. "아버님,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군요." 이성계가 고개를 들어 아들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피로함과 함께 따뜻함이 스친다. "방원아, 이리 오너라." 이방원이 아버지 곁에 앉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지도에 머문다.
"조선의 지도요... 새 나라가 점점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이방원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있다. 이성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구나. 백성들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고, 구 세력과의 갈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방원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아버님, 그것이 바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정도전과 그 일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너무 급진적입니다. 그들은 현실을 보지 못하고 이상만 쫓고 있습니다." 이성계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정도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충직한 신하다. 그의 비전이 있었기에 조선이 있는 것이야."
"하지만 아버님, 그가 추진하는 개혁은 왕권을 약화시키고 신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아버님이 꿈꾸셨던 조선입니까?" 이방원의 목소리에 열정이 실린다. 이성계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의 마음 속에서는 여러 감정이 충돌하고 있다.
"방원아, 나는 단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정의가 바로 선 나라..." 이성계의 목소리가 잠시 떨린다. "하지만 때로는 나도 의문이 든다. 내가 한 일들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이방원이 아버지의 손을 잡는다.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옳은 일을 하셨습니다. 고려는 이미 썩어가고 있었어요. 아버님께서 그 썩은 나무를 베어내고 새 나무를 심으신 겁니다." 이성계의 눈에 감동의 빛이 어린다. "네가 있어 다행이구나, 방원아."
"아버님, 제가 걱정하는 것은 정도전의 영향력입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방원이 잠시 망설인다. "그가 세자인 방석을 조종하여 저와 제 형제들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이성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는 오랫동안 아들들 간의 갈등을 느껴왔다.
"내가 없는 후에도 너희 형제들끼리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 서로 도우며 조선을 이끌어가거라." 이성계의 말에 이방원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물론입니다, 아버님. 하지만 정도전이 계속 이렇게 간섭한다면..." 이성계가 손을 들어 이방원의 말을 자른다.
"이제 그만하자. 너무 늦었구나." 이성계가 지친 표정으로 지도를 접는다. 이방원이 일어나 아버지에게 절을 올린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버님." 이방원이 침소를 나서려는 순간, 이성계가 그를 부른다. "방원아." 이방원이 돌아본다. "네, 아버님?"
"네가... 내 가장 큰 자랑이란다." 이성계의 목소리는 따뜻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우려가 숨어 있다. 이방원의 눈에 잠시 감동의 빛이 어리지만, 곧 결연한 표정으로 바뀐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저는 아버님의 뜻을 이어 조선을 지키겠습니다." 이방원이 침소를 나서고, 이성계는 홀로 남아 등불을 바라본다.
침소 밖, 이방원의 얼굴에는 차가운 결의가 서려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정도전을 제거할 계획이 그려지고 있다. 한편, 침소 안에서 이성계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의 표정에는 깊은 고뇌와 예감이 섞여 있다. 조선의 첫 태양은 이제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조선의 첫 태양, 태조 이성계의 야망'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려 말 혼란의 시대, 한 장수의 야망에서 시작된 역사의 대전환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왜구와의 전투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 고려 왕조의 종말, 그리고 조선 건국까지 이르는 과정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두개의 태양 - 정도전과 이방원' 상편을 통해 조선 건국 이후 본격화된 정도전과 이방원의 갈등, 그리고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비전이 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백성을 위한 나라를 꿈꾸던 정도전과 강력한 왕권을 지키려 했던 이방원, 두 사람의 대립은 조선 초기 역사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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