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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계의 화살표지와 조선 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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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드라마, 조선시대, 이성계, 건국신화, 정치, 음모, 권력투쟁, 운명, 신비, 예언,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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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말, 무신 이성계는 새로운 왕조 건립을 꿈꾸며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며 선언한다. "이 화살이 떨어지는 곳에 나라를 세우리라!" 그러나 그가 모르는 사이, 충직한 부하 조준과 정도전은 비밀리에 화살을 한양 방향으로 옮겨놓는다. 천명이라 믿은 이성계의 결단과 신하들의 숨겨진 계략이 얽혀 새 왕조 조선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운명의 서사.

    후킹멘트

    "하늘의 뜻인가, 사람의 뜻인가?" 이성계의 화살 한 발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다. 그러나 그 화살의 진짜 운명을 결정한 것은 누구였을까? 충성스러운 신하들의 계략과 이성계의 야망이 뒤엉켜 펼쳐지는 조선 건국의 비밀. 천명을 믿었던 왕과 그 뒤에서 실제 역사를 움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1: 고려 말 혼란기, 무신 이성계가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며 새 왕조 건립을 선언하는 장면

    함흥 외곽,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넓은 들판. 이성계는 말에서 내려 자신의 애장 활을 꺼내 들었다. 그의 뒤로는 정도전, 조준, 남은 등 충직한 부하들이 침묵 속에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다. 이성계의 도포 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만이 들판을 채웠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고려 왕조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났지만, 부패한 권신들의 횡포로 백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다.

    "하늘이 내게 명을 내렸도다."

    이성계가 부하들을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우리는 백성을 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정도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감을 새로운 세상의 군주로 바라고 있습니다."

    이성계는 고개를 저었다.

    "나의 결정이 아니라, 하늘의 뜻을 따르겠다."

    그는 활을 들어 올렸다. 붉은 노을 빛을 받아 반짝이는 화살 하나를 시위에 메웠다. 화살 끝에는 붉은 천이 묶여 있었다.

    "이 화살이 떨어지는 곳에 새 나라를 세우리라!"

    이성계가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그의 호흡이 깊어졌고, 모든 정신은 화살에 집중되었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멈춘 것 같았다.

    순간, 화살이 날아올랐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한 화살을 따라갔다. 높이, 더 높이 날아오른 화살은 붉은 노을 속에서 한순간 사라졌다가,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기다!"

    조준이 화살이 떨어진 방향을 가리켰다. 이성계는 말에 올라 화살을 향해 달렸다. 그의 뒤를 부하들이 따랐다.

    화살은 서쪽의 작은 언덕 위에 꽂혀 있었다. 이성계는 말에서 내려 화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서렸다.

    "서쪽이로구나. 하늘이 서쪽을 가리키니, 그곳이 새 나라의 터전이 될 것이다."

    정도전과 조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이성계가 알지 못하는 사이,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미 새로운 계획이 움트고 있었다.

    "대감," 정도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송도(개경)는 고려의 도읍입니다. 새 왕조의 시작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읍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성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옳다. 화살이 가리킨 서쪽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아야겠구나."

    이성계가 화살을 뽑아들었다. 석양의 붉은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와 함께, 새 시대를 향한 희망의 빛이 깃들어 있었다.

    "하늘의 뜻이 이러하니, 이제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

    2: 이성계 측근인 정도전과 조준이 밤중에 비밀리에 화살을 옮기고 한양을 새 도읍지로 추천하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 장면

    깊은 밤, 함흥부 외곽의 작은 초가집. 촛불 하나가 어둠을 간신히 밀어내고 있었다. 정도전과 조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진지했고, 그들의 그림자는 벽에 크게 드리워져 있었다.

    "이 화살은 반드시 한양을 가리켜야 합니다." 정도전이 이성계가 쏜 화살을 손에 쥐며 말했다.

    조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창밖을 살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모르겠소. 장군께서 아시면..."

    "조준 형, 우리는 장군을 속이는 것이 아니오. 오히려 그분의 위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드리는 것이오." 정도전의 눈빛이 빛났다. "한양은 새 왕조의 도읍으로 완벽한 곳이오. 백두대간이 둘러싸고, 한강이 흐르며, 풍수지리적으로도 천혜의 요새요."

    조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것은 알지만, 하늘의 뜻을 가장하는 것이..."

    "하늘의 뜻?" 정도전이 작게 웃었다. "하늘의 뜻은 어찌 화살 한 발로 알 수 있겠소? 진정한 하늘의 뜻은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아니겠소?"

    두 사람은 잠시 침묵했다. 바람이 초가집 처마를 스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오?" 조준이 물었다.

    정도전은 작은 지도를 펼쳤다. 양피지에 그려진 지도에는 한반도의 산맥과 강, 주요 도시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한양을 가리켰다.

    "내일 새벽, 우리는 이 화살을 한양 근처에 옮겨 꽂아둘 것이오. 그리고 장군께 한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할 것이오."

    "그곳까지는 꽤 멀지 않소? 하루 만에 어떻게..."

    "이미 준비된 말이 있소. 빠르게 이동할 것이오."

    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장군께서 한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면 어쩌겠소?"

    정도전은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 "한양의 지세를 직접 보시면 반드시 마음에 들어하실 것이오. 청룡과 백호가 감싸고, 앞에는 넓은 한강이 흐르며, 뒤에는 북악산이 버티고 있소. 천하의 명당이오."

    "그렇다면... 나는 따르겠소." 조준은 마침내 결심한 듯했다.

    정도전은 화살을 조심스럽게 천으로 감쌌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이오, 조준 형. 오백 년 뒤 사람들도 이야기할 위대한 나라의 시작을..."

    두 사람은 몰래 초가집을 빠져나왔다. 달빛 아래,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정도전의 손에는 이성계가 쏜 화살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도읍이 정해지면, 그 다음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오?" 말에 오르며 조준이 물었다.

    "새 나라의 이름이오. 나는 '조선'이 좋다고 생각하오. 동방을 밝게 비추는 아침의 나라..."

    두 사람의 말발굽 소리가 어둠 속으로 멀어져갔다. 그들이 품은 꿈은 이미 새로운 역사의 바퀴를 돌리기 시작했다.

    3: 이성계가 화살이 떨어진 한양을 방문하여 새 도읍지로 선포하고, 조선 건국을 준비하는 장면

    이틀 뒤, 이성계와 그의 일행은 한양 외곽의 언덕에 도착했다. 땀에 젖은 말들이 숨을 고르는 동안, 정도전과 조준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의 계략이 이제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여기라고 하였느냐?" 이성계가 말에서 내리며 물었다.

    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감. 화살이 떨어진 곳이 바로 이 언덕입니다."

    이성계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쪽으로는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남쪽으로는 넓은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동쪽과 북쪽에도 산들이 완만하게 이어져 분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말 기이한 지형이로구나." 이성계의 눈이 빛났다.

    정도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대감,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 완벽한 명당입니다. 북악산이 주산이 되고, 좌청룡 우백호가 감싸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한강이 흐르니 재물이 모여드는 형세입니다."

    이성계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은 이미 미래의 도읍지를 그리고 있었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성계가 주변의 부하들에게 물었다.

    조준이 답했다. "송도(개경)는 고려의 흔적이 짙습니다. 새로운 왕조를 열려면 새로운 도읍이 필요합니다. 이곳 한양은 천혜의 요새이며, 하늘이 내린 명당입니다."

    "그렇다면 이곳을 답사해보자." 이성계가 결정했다.

    일행은 현재의 경복궁 터가 될 북악산 자락으로 말을 몰았다. 정도전은 미리 계획한 대로 이성계를 안내했다.

    "대감, 이곳에 정궁을 두고, 이쪽으로는 관청들을 배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쪽으로는 시전을 열어 상업을 발전시키고..."

    이성계는 정도전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곳에서 바라본 한양의 전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마치 하늘이 준비해둔 도시처럼 완벽한 지형이었다.

    "그대의 식견이 놀랍구나, 정도전." 이성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곳이야말로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새 도읍지로구나."

    정도전과 조준은 안도의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의 계략이 성공한 것이다.

    이성계는 말에서 내려 북악산 방향으로 절을 올렸다. "하늘의 뜻에 따라, 이 한양을 새 나라의 도읍으로 정하노라!"

    부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마치 하늘도 이를 축복하듯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쳐들었다.

    "이제 새 나라의 이름을 정해야겠소." 이성계가 정도전을 바라보았다.

    "감히 제안드리자면, '조선'이라는 이름은 어떨까 합니다." 정도전이 공손히 답했다. "동방의 밝은 아침이라는 뜻으로,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이름입니다."

    이성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 좋은 이름이로구나. 그러하면 우리는 이제부터 조선 건국을 준비할 것이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이성계의 도포를 펄럭였다. 그것은 마치 새 역사의 깃발이 날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깃발 아래, 오백 년 역사를 이어갈 조선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4: 새 왕조 건립에 반대하는 세력과의 갈등 속에서 이성계와 측근들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장면

    한양 건설 현장 인근의 임시 관저. 밤이 깊었지만, 이성계의 집무실에는 여전히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정도전, 조준, 남은과 함께 긴급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탁자 위에는 각지에서 온 급보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도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려 왕실의 충신들이 곳곳에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영 장군의 옛 부하들이 대놓고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성계는 묵묵히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깃들어 있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충청도 일대에서는 이인임의 잔당들이 우리 군사들을 습격했습니다." 조준이 덧붙였다. "그리고 황해도에서는 백성들이 새 왕조 설립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고 합니다."

    "그들은 과거의 영화에 사로잡혀 있소." 이성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려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배와 같소. 아무리 좋은 키잡이가 와도 구할 수 없는 배요."

    그때 문이 급하게 열리고 한 전령이 들어왔다. "대감! 급보입니다. 개경의 고려 충신들이 반란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안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성계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오." 그가 마침내 말했다. "한양 건설을 서두르고, 동시에 백성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오."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방책을 준비했습니다. 첫째, 고려 왕실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 반발을 줄이고, 둘째, 과감한 토지 개혁으로 민심을 얻으며, 셋째, 과거 제도를 새롭게 하여 인재를 등용하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이오." 이성계가 동의했다. "자, 각자 맡은 일을 하시오. 조준은 개경의 상황을 살피고, 남은은 군사를 정비하시오. 정도전은 나와 함께 새 제도를 설계할 것이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또 한 명의 전령이 급하게 들어왔다.

    "대감! 고려 왕이 직접 교서를 내려 대감의 반역을 꾸짖었습니다!"

    방안이 다시 침묵에 빠졌다. 모두의 시선이 이성계에게 쏠렸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소." 이성계가 단호하게 말했다. "고려 왕에게 답하시오. '하늘의 뜻이 이미 고려를 떠났으니, 이는 반역이 아니라 천명을 따르는 것'이라고."

    정도전이 놀라운 표정으로 이성계를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이성계는 고려 왕실에 직접적인 도전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설 수 없소." 이성계가 계속해서 말했다. "화살이 가리킨 이 땅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오. 어떤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준이 이성계에게 깊이 절을 올렸다. "저희는 대감의 결단을 따르겠습니다. 목숨을 다해 새 왕조를 세우는 데 힘쓰겠습니다."

    창밖으로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에 붉은 빛이 번져가는 모습은 마치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성계는 그 붉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자신의 결심을 다졌다.

    "조선... 그 이름처럼 밝은 아침을 열어가리라."

    5: 이성계가 자신의 화살이 실제로는 신하들에 의해 옮겨졌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는 장면

    조선 건국 2년째, 태조 이성계는 한양의 경복궁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웅장한 규모의 궁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그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 정도전과 함께 걸으며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그는 문득 멀리 보이는 북악산의 능선을 바라보았다.

    "정도전, 저 산이 화살이 떨어진 곳과 가까운가?"

    정도전은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재빨리 평정을 되찾았다. "네, 전하. 매우 가깝습니다."

    "어느 날은 그곳에 올라 다시 한번 그 자리를 확인해보고 싶구나. 하늘의 뜻이 내린 그 장소를..."

    정도전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의 표정에 잠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틀 후, 이성계는 몇몇 친위 무사만을 데리고 북악산 자락을 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 자신이 쏜 화살이 떨어진 장소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여기가 그곳입니까?" 이성계가 물었다.

    호위무사 중 한 명이 대답했다. "네, 전하. 신이 듣기로는 이곳이 화살이 떨어진 곳이라 합니다."

    이성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기억 속 화살이 떨어진 곳과는 지형이 사뭇 달랐다. '이상하구나...'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잠시 혼자 있고 싶다." 이성계가 말했다.

    호위무사들이 물러가자, 그는 조용히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노인과 마주쳤다. 노인은 나무를 하러 산에 온 듯했다.

    "이 근방에 오래 사셨소?" 이성계가 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산에서 육십 년을 살았습니다."

    "혹시... 2년 전 이 근처에 화살이 꽂힌 일을 보신 적이 있소?"

    노인의 눈이 커졌다. "아, 그 유명한 화살 말씀이십니까? 전설이 되어버린..."

    "전설이라니?"

    "네, 그 화살이 떨어진 곳이 바로 이곳이라 하여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하지만?"

    노인은 주변을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본 것은... 두 사람이 밤중에 와서 화살을 꽂고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서둘러 떠났지요."

    이성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들의 얼굴을 보았소?"

    "달빛이 밝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은 갸름한 얼굴에 학자의 풍모를 지녔고, 다른 한 명은 다부진 체격에 무인의 기상이 있었습니다."

    정도전과 조준의 모습이 이성계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는 갑자기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늘의 뜻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인간의 계략이었다.

    "고맙소, 노인장." 이성계는 노인에게 은화 몇 냥을 건네고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궁으로 돌아가는 길, 그의 마음은 복잡했다. 분노, 배신감, 그리고 이상하게도 일종의 해방감이 뒤섞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하늘의 뜻에 따라 행동한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신하들이 만든 각본이었다.

    경복궁에 도착한 이성계는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는 침소로 돌아가 홀로 생각에 잠겼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양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서서히 마음의 평정을 찾아갔다.

    "하늘의 뜻이든, 사람의 뜻이든... 이 나라가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리."

    6: 모든 진실을 안 이성계가 분노 대신 신하들의 충성과 비전을 인정하며 조선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기로 결심하는 장면

    이성계는 며칠 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고 침소에 머물렀다. 신하들은 왕의 갑작스러운 칩거에 불안해했고, 특히 정도전과 조준은 왕이 진실을 알게 되었을까 두려워했다. 마침내 태조는 정도전과 조준을 사가독대(私下獨對)하라는 명을 내렸다.

    경복궁 후원의 작은 정자. 가을 단풍이 물든 정원을 배경으로 세 사람이 마주 앉았다.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대들에게 물을 것이 있다." 이성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선을 세우기 전, 내가 쏜 화살에 관한 이야기다."

    정도전과 조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두 사람은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다.

    "전하..." 정도전이 말을 꺼내려 했으나, 이성계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내가 묻기 전에 대답하지 말거라.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화살이 떨어진 곳이 하늘의 뜻이 아니라, 너희들의 계략이었음을."

    긴장이 정자를 감쌌다. 조준이 무릎을 꿇으려 했으나, 이성계가 그를 제지했다.

    "자리에 앉아라. 오늘은 왕과 신하가 아닌, 오랜 전우로서 솔직히 이야기하자."

    조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저희의 죄는 만 번 죽어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이성계는 한동안 두 사람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분노보다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하늘의 뜻이라 믿었던 것이 사람의 계략이었다니... 그러나 며칠을 생각한 끝에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화살이 어디에 떨어졌는가가 아니라, 그 화살이 가리킨 곳에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라는 점이다."

    정도전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희망의 빛이 깃들었다.

    "그대들이 한양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은 분명하다. 이곳은 풍수지리적으로 완벽하고, 방어에 유리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적합한 곳이다. 그대들은 단순히 나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지."

    "전하..." 정도전의 목소리가 감격으로 떨렸다.

    이성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자 난간으로 걸어갔다. 그곳에서 바라본 한양의 전경은 장관이었다. 건설 중인 궁궐과 관청, 그리고 시전과 민가들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보아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 나라의 모습을. 이것이 정말 고려의 잿더미에서 피어나는 희망이다."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조선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자. 나를 속인 것은 용서하마. 하지만 백성들을 속이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준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저희는 목숨을 바쳐 조선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습니다. 전하의 관용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제 솔직히 말해보아라. 이 나라를 위해 어떤 꿈을 꾸고 있느냐?"

    정도전의 눈이 빛났다. "전하, 저는 유교적 이상 국가를 꿈꿉니다. 모든 백성이 예(禮)와 의(義)로 살아가는 나라, 현명한 군주와 충직한 신하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는 나라..."

    이성계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꿈이다. 나도 그런 나라를 원한다."

    세 사람은 밤이 깊어갈 때까지 조선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논의했다. 화살의 진실이라는 비밀은 그들만의 것이 되었고, 그 대신 더 큰 비전을 향한 약속이 맺어졌다.

    태조 이성계는 창밖으로 보이는 밝은 달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늘의 뜻이든 사람의 뜻이든, 중요한 것은 이 나라가 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오백 년 후에도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조선의 진정한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엔딩멘트

    결국 이성계는 자신이 쏜 화살이 하늘의 뜻대로 떨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조선은 굳건히 자리 잡았고, 백성들은 새로운 왕조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이성계는 정도전과 조준의 계략에 분노하는 대신, 그들의 충성과 비전을 인정하며 함께 새 왕조의 미래를 설계하기로 결심한다.

    화살의 행방이 신의 뜻인지, 인간의 계략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화살이 가리킨 방향으로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오백 년 역사의 첫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이었다. 때로는 신비로운 전설처럼 보이는 역사의 이면에는 인간의 의지와 결단, 그리고 미래를 향한 꿈이 숨어 있음을 이성계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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