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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빈 최씨 임신, 초조한 장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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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이내)
아들을 낳아 국모의 자리에 올랐으나, 왕의 총애는 밤마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천하의 장희빈을 질투와 불안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미천한 무수리. 왕의 용태를 잉태한 그녀, 숙빈 최씨의 등장과 함께 잔혹하고 에로틱한 궁중 비사가 시작된다.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조선 제19대 왕 숙종을 둘러싼 가장 치명적인 로맨스. 병약한 세자와 흔들리는 권력, 그 속에서 왕의 새로운 총애를 얻은 숙빈 최씨. 그녀의 임신 소식은 희빈 장씨를 어떻게 무너뜨렸을까. 권력을 향한 욕망과 남녀 간의 뜨거운 사랑,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 드라마. #장희빈 #숙종 #숙빈최씨 #역사로맨스 #19금
※ 세자의 병약함과 식어가는 왕의 애정에 불안해하는 희빈 장씨.
달빛마저 교태를 부리는 깊은 밤, 취선당의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이곳은 조선의 유일무이한 후궁 출신 국모, 희빈 장씨의 처소였다. 화려한 금박과 자개로 장식된 기물들은 그녀의 권세를 과시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 안에 앉아있는 주인의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희빈은 매끄러운 비단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감촉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녀의 모든 신경은 오직 단 한 곳,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에 쏠려 있었다. 오늘 밤도 어김없이 왕, 숙종은 이곳 취선당을 찾지 않았다. 세자 윤을 낳아 명실상부한 국모의 자리에 올랐건만, 사내의 마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망한 것이었다. 한때는 자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처럼 굴던 그였다. 자신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탐하고,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며 이 나라의 모든 것을 다 가져다줄 것처럼 굴었던 사내. 그러나 세자가 점점 자라면서 병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왕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갔다. 희빈은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었다. 그녀의 뇌리에는 다른 여인의 품에 안겨있을 왕의 모습이 저주처럼 떠올랐다. 얼마 전부터 궁궐 안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전하께서 밤마다 미천한 무수리 년의 처소에 발걸음을 한다는 것이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왕의 옥체가 어디라고, 물이나 긷는 천한 것의 누추한 거처에 든단 말인가. 희빈은 애써 헛소문이라 치부하려 했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불안감은 독사처럼 그녀의 심장을 휘감았다. ‘그년의 무엇이… 전하를 사로잡았단 말이냐.’ 희빈의 머릿속에는 저절로 음탕한 상상이 그려졌다. 닳고 닳은 자신과 달리, 투박하고 싱그러운 젊음. 땀과 흙냄새가 섞인 그 원초적인 향이 오히려 왕의 욕정을 자극한 것일까. 상상 속에서 왕은 낯선 여인의 저고리 고름을 거칠게 풀고 있었다. 낭창한 허리를 휘어 감고, 희빈 자신이 아닌 다른 이름을 부르며 달뜬 숨을 쏟아낼 것이다. 여인의 가느다란 신음과 왕의 묵직한 숨결이 뒤섞이는 상상만으로도 희빈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분노와 질투에 휩싸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술병을 집어 들었다. 독한 술을 연거푸 마셔도 타는 듯한 갈증과 외로움은 가시지 않았다. 술기운에 달아오른 몸이 오히려 서러웠다. 한때는 이 몸을 탐하던 왕의 뜨거운 손길과 시선을 떠올렸다. 왕의 입술이 목덜미를 스칠 때마다 온몸에 피어오르던 짜릿한 감각, 두 몸이 하나로 얽혀 격렬하게 서로를 원하던 그 밤의 기억들이 선명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은 다른 여인의 차지가 되었다. 희빈은 술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날카로운 파열음이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아니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자신은 누구인가. 미천한 역관의 딸에서 아들을 낳아 이 나라의 국모가 된 장희빈이다. 고작 무수리 따위에게 내 자리를 위협받을 수는 없다. 그녀의 눈빛이 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년이 누구인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내 앞에서 무릎 꿇리고, 감히 용의 씨를 받을지도 모를 그 더러운 자궁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주를 퍼부으며, 희빈은 동이 트기만을 기다렸다. 오늘 밤, 왕이 품었던 그 천한 계집의 숨통을 끊어 놓기 전까지는 결코 잠들 수 없을 터였다. 취선당의 밤은 그렇게 질투와 증오로 깊어가고 있었다.
※ 폐비 인현을 위해 기도하던 무수리 최씨.
같은 시각, 왕 숙종은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용포를 벗고 미복 차림으로 달빛 아래를 거닐고 있었다. 남인들을 등에 업고 희빈을 중전의 자리에 앉혔지만, 서인들의 반발과 병약한 세자의 존재는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권력의 정점에서 그는 오히려 고독했다. 그러던 그의 발걸음이 궁궐의 가장 후미진 곳, 무수리들이 기거하는 작은 행랑채 앞에서 우연히 멈췄다.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불빛과 나직한 독경 소리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 숙종은 순간 숨을 멈췄다. 앳된 무수리 하나가 남몰래 작은 제사상을 차려놓고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 제사상은 다름 아닌 폐비 인현왕후를 위한 것이었다. 지금 이 서슬 퍼런 희빈의 세상에서, 폐위된 중전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같은 위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여인의 얼굴에는 두려움보다 경건함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숙종은 저도 모르게 여인의 모습에 깊이 빠져들었다. 희빈의 화려하고 강렬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소박하지만 맑고 단아한 매력이 있었다. 한참을 기도하던 여인이 상을 물리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 어둠 속에 서 있는 사내의 그림자를 보고는 그만 비명을 지르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가 들고 있던 물동이가 엎어지면서, 차가운 물이 그녀의 온몸을 흠뻑 적셨다. 얇은 무명옷이 속살에 그대로 달라붙어, 달빛 아래 여인의 봉긋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숙종은 묘한 색정과 함께 연민을 느꼈다. 그는 다가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 여인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두려워 말거라. 네 충심은 내가 보았다." 왕이라는 말에 여인, 최씨는 땅에 머리를 박고 벌벌 떨었다. 숙종은 그런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 물에 젖어 차갑게 식은 그녀의 팔에서 가녀린 떨림이 전해져왔다. 숙종은 법도와 체통도 잊은 채, 그녀를 이끌고 그녀의 작은 거처로 들어섰다. 방 안은 여인의 소박한 체취와 젖은 몸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물내음으로 가득했다. 왕은 촛불을 밝혔고, 그 불빛 아래 마주한 여인의 얼굴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 겁에 질려 파르르 떨리는 입술, 하지만 그 안에서도 굳은 심지를 잃지 않은 눈빛. 숙종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젖은 뺨을 쓰다듬었다. 최씨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왕의 눈빛 속에 담긴 것이 단순한 욕정이 아닌, 깊은 연민과 호기심이라는 것을 그녀 또한 느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왕은 법도를 깨고 가장 미천한 신분의 여인을 품었다. 거친 무명옷이 벗겨지고, 투박하지만 탄력 있는 여인의 속살이 드러났을 때, 숙종은 자신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순수한 욕망과 마주했다. 정치적 계산이나 의무감 없이, 그저 한 사내로서 여인을 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최씨의 첫 경험은 두려움과 고통으로 시작되었지만, 이내 왕의 부드럽고 능숙한 애무에 점차 긴장을 풀었다. 왕은 그녀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탐했다. 귓가에 속삭이는 나직한 위로와 등줄기를 쓸어내리는 따뜻한 손길에, 최씨는 점차 몸의 빗장을 열었다. 두 사람의 숨결이 하나로 얽히고, 삐걱이는 침상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미천한 무수리의 작은 방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그렇게 왕은 지쳐 잠든 여인의 옆에 누워,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한 안식을 맛보았다. 이 하룻밤의 인연이 앞으로 궁궐에 어떤 피바람을 몰고 올지, 아직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왕의 승은을 입은 최씨의 몸에 새로운 생명이 깃든다
운명적인 하룻밤이 지난 후, 왕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무수리 최씨의 처소로 향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동정이었지만, 알면 알수록 그녀의 어진 성정과 총명함에 숙종은 깊이 매료되었다. 그녀는 희빈처럼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투정 부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왕의 곁을 지키며 그의 고단한 마음을 위로해 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품에서 숙종은 지아비로서, 또 사내로서의 안식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왕의 총애는 결실을 보았다. 최씨가 평소와 달리 입덧을 하고 음식을 가리는 것을 눈여겨본 상궁이 조심스럽게 내의원에 진맥을 청한 것이다. 어의는 최씨의 손목에 짚었던 손을 떼고는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아뢰었다. "회임이시옵니다. 옥체를 보중하셔야 할 듯하옵니다." 그 순간 최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먼저 온몸을 휩쌌다. 자신의 뱃속에 지존의 씨앗, 용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은 더 이상 예전의 무수리로 살 수 없을 터였다. 동시에 이 아이가 희빈 장씨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생각하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뱃속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온기와 생명의 기운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이겨낼 용기를 주었다. 이 소식은 곧장 숙종에게 보고되었다. 숙종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병약한 세자 때문에 늘 후사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았던 그에게, 새로운 생명의 소식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는 당장 최씨의 처소로 달려갔다. 아직은 미미하게 부푼 최씨의 아랫배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으며, 숙종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과인의 아들이다. 네가 과인의 아들을 잉태하였어. 이제부터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거라. 이 아이와 너는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이다." 왕의 따스한 손길과 굳건한 약조에, 최씨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한 사람의 기쁨은 다른 한 사람에게는 지옥의 서막이었다. 최씨의 회임 소식은 전광석화처럼 궁궐 전체에 퍼져나갔고, 마침내 취선당의 희빈 장씨 귀에도 들어갔다. 보고를 전해 들은 순간, 희빈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그대로 벽에 던져 박살 냈다. "거짓말! 감히 그 천한 것이 용종을 품었다는 것이냐! 그것은 내 아들 윤이 하나로 족하다! 이것은 필시 나를 음해하려는 수작이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방 안의 기물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아름답게 꾸며졌던 취선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질투와 분노가 그녀의 이성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최씨와 그 뱃속의 아이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야 한다는 생각.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왕의 아이를 잉태한 그년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희빈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심복 상궁을 불렀다. "지금 당장 내 오라버니, 장희재를 입궁시키거라. 아주 은밀하게,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말이다." 상궁이 고개를 조아리고 물러나자, 희빈의 입가에는 섬뜩하고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작은 생명을 향한 끔찍한 살의가 그녀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궁궐의 밤은 다시 깊어지고 있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는 이미 새로운 피바람을 예고하는 칼날이 번뜩이고 있었다.
※ 희빈 장씨는 오라비 장희재를 은밀히 불러들여 최씨와 뱃속의 아이를 해할
취선당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밀실, 빛줄기 하나 스며들지 못하도록 창을 겹겹이 가린 그곳은 희빈 장씨의 들끓는 증오가 응축된 작은 지옥과도 같았다. 최씨의 회임 소식을 전해 들은 후, 그녀는 며칠째 식음을 전폐하고 이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한때는 왕을 유혹했던 농염한 향내가 풍기던 공간은 이제 시큼한 술내와 독기 서린 광기만이 가득했다. 그녀의 앞에 선 오라비 장희재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이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지만, 두 눈만은 지옥 불처럼 이글거리며 살아있었다. 희빈은 갈라진 목소리로, 그러나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년의 뱃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가… 왕의 사랑을 먹고, 왕의 기대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단 말이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끝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이 심장을 찢고 있었다. 그녀의 뇌리에는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산고와 세자를 품에 안았을 때의 환희, 그리고 그 아들이 병약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절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고통과 노력을, 고작 물지게나 나르던 천한 계집이 너무나도 손쉽게 앗아가려 하고 있었다. 장희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설사 왕자를 낳는다 한들, 우리에게는 이미 나라의 근간이신 세자 저하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 순간, 희빈은 고개를 쳐들며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세자? 오라버니, 아직도 모르겠는가! 전하의 눈빛이, 그 아이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어떠했는지! 병약한 내 아들은 이미 전하의 마음 밖이야! 건강하고 총명한 새 왕자가 태어나는 순간, 우리 세자는… 나는… 그냥 버려진 껍데기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장희재에게 다가가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정신 차려, 이 우둔한 것아! 이것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다. 생존이야!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가문 전체의 목숨이 걸린 싸움이란 말이다!" 그녀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 장희재의 얼굴도 굳어졌다. 희빈은 그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고, 대신 그의 뺨을 감싸 쥐었다.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 손길은 애원인 동시에 명령이었고, 유혹인 동시에 협박이었다. "오라버니… 나를 이대로 버려둘 텐가. 한때는 천하를 다 가진 듯했던 나를, 이 차디찬 궁궐 구석에서 썩어가도록 내버려 둘 셈이냐." 그녀의 몸이 그에게 완전히 기댔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감촉, 한때 왕을 사로잡았던 그 육체가 이제는 오라비에게 구원을 갈구하고 있었다. 혈육의 정을 넘어선, 위험하고 도착적인 친밀함이 두 사람 사이를 흘렀다. 장희재는 누이의 가녀린 떨림과 뜨거운 욕망을 동시에 느끼며, 결국 결심을 굳혔다. "…마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저 아이만 없애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 어미까지 함께입니까." 희빈의 입가에 비로소 잔인한 미소가 어렸다. "어미 없는 아이가 어찌 살 수 있겠으며, 아이 없는 어미가 어찌 제정신으로 살겠느냐. 둘 모두에게 가장 끔찍한 고통을 주어야 한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피를 말려, 자신이 왜 죽어가는지도 모르게…."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끔찍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어미와 태아에게 모두 치명적인 독초를 구하는 법, 의심을 피하기 위해 여러 약재에 나누어 아주 조금씩 섞는 법, 저주를 퍼붓는 무당을 매수하여 최씨의 심리를 압박하는 법까지. 그들의 대화는 한 생명을 지우는 것을 넘어,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방법에 대한 세밀한 계획이었다. 희빈은 최씨가 검붉은 피를 쏟으며 아이를 잃고, 그 충격으로 실성하여 궁궐을 맨발로 헤매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것은 빼앗긴 왕의 사랑을 되찾는 것보다 더 강렬한, 복수라는 이름의 쾌락이었다.
※ 모두가 보는 앞에서 최씨를 정4품 숙원으로 책봉
장씨 일파의 독수는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최씨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어느 날 저녁, 입덧으로 고생하는 그녀를 위해 어의가 특별히 처방한 탕약을 마시려던 순간이었다. 곁을 지키던 눈치 빠른 나인이 탕약의 색이 미묘하게 탁하고, 역한 풀 비린내가 섞인 것을 발견했다. "마마! 잠시만요! 이 탕약은 드시면 아니 될 듯하옵니다!" 나인의 다급한 외침이 없었더라면, 최씨와 뱃속의 아이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그릇을 빼앗아 내용물을 확인한 어의는 사색이 되었다. 일반인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극소량이었지만, 회임한 여인에게는 유산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재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즉시 숙종에게 보고되었다. 숙종은 보고를 듣는 내내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침묵은 폭풍전야와도 같았다. 신하들이 물러나자,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벼루를 들어 벽에 던져 박살 내버렸다. 검은 먹물이 흰 벽에 튀는 모습이, 마치 그의 심장에 튄 핏자국 같았다. "짐승만도 못한 것들! 감히 과인의 아이에게 손을 대? 이는 나를 능멸하고, 이 왕실의 근간을 흔드는 대역죄다!" 그의 분노는 단순히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를 지키려는 것을 넘어섰다. 이는 왕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인을 음해하는 것은 곧 왕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였다. 그는 즉시 관련자들을 추포하여 친히 국문했다. 서슬 퍼런 왕의 기세 앞에, 탕약을 달인 하급 나인은 결국 배후에 희빈의 심복 상궁이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물증은 없었지만, 모든 정황이 취선당을 가리키고 있었다. 숙종은 당장이라도 군사를 이끌고 가 희빈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세자의 어미이자 국모의 지위에 있는 그녀를 함부로 벌할 수는 없었다. 그는 대신 더 확실하고, 더 강력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아침, 숙종은 조정 회의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교지를 내렸다. "과인은 궁인 최씨의 충심과 덕을 높이 사, 내명부 정4품 숙원에 봉하고, 그녀의 처소를 보경당으로 정한다. 또한 보경당에 속한 모든 나인과 의원, 음식에 관한 일은 과인이 직접 관장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책봉이 아니었다. 최씨를 자신의 공식적인 여자로 인정하고, 그녀의 모든 신변을 왕의 직속 관리하에 둠으로써, 그 어떤 외부의 위협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선언이었다. 희빈의 얼굴에 대고 ‘네년의 수작 따위는 내 손바닥 안이다’라고 외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파격적인 책봉식에 궁궐은 온종일 떠들썩했다. 그날 밤, 왕은 처음으로 ‘숙원 최씨’가 된 그녀의 새로운 처소, 보경당을 찾았다. 화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당의를 입고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숙종은 그녀의 곁에 앉아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다. "이제 괜찮다. 이제 이곳은 그 누구도 너를 해할 수 없는, 과인의 공간이다." 그는 숙원의 갸름한 턱을 들어 자신을 보게 했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깊은 죄책감과 연민을 느꼈다. 이 모든 공포는 자신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눈물을 혀로 핥아주고, 이내 깊고 진한 입맞춤을 퍼부었다. 그 입맞춤에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소유욕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를 안아 침상으로 향했다. 옷고름이 풀리고 두 사람의 맨살이 맞닿았다. "무서웠느냐…." "……." "이제 두려워 말거라. 네 몸에 손끝 하나 대는 자는, 내가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욕정을 속삭이는 연인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맹수의 으르렁거림에 가까웠다. 그는 그녀의 온몸을 자신의 몸으로 덮고, 그녀의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깊은 정사였다. 그것은 두려움에 떨던 그녀를 위로하는 행위이자, 세상 모두에게 ‘이 여자는 나의 것’이라고 각인시키는 의식이었다. 밖에는 왕의 호위무사들이 겹겹이 보경당을 지키고 있었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비로소 안도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 마침내 영인군(훗날 영조)이 태어나고
왕의 철통같은 비호 속에서 열 달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숙원 최씨는 길고 험난했던 산고 끝에 건강한 왕자를 생산했다. 아이의 첫 울음소리가 보경당의 지붕을 넘어 온 궁궐에 울려 퍼지던 순간, 그것은 단순히 한 생명의 탄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의 교체를 알리는 우렁찬 포효이자, 희빈 장씨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장송곡과도 같았다. 숙종은 핏덩이 아들을 품에 안고 황홀경에 빠졌다. 희미하게 뜬 눈, 자신을 닮아 오뚝한 콧날, 무엇보다도 세상을 떠나가라 울어대는 그 힘찬 기세. 병약하여 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세자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숙종은 이 건강한 아이에게서 쇠락해가는 왕실의 새로운 희망과 자신의 건재함을 보았다. "이 아이의 이름은 금(昑)이라 하라. 이 나라를 밝게 비추는 태양과 같이 자라날 것이다." 왕자에게 ‘영인군(英仁君)’이라는 군호가 내려지고, 그의 어머니 숙원 최씨는 그 공을 인정받아 단숨에 정1품 ‘빈(嬪)’의 자리인 숙빈(淑嬪)에 책봉되었다. 미천한 무수리에서 후궁의 최고 자리인 빈까지. 그녀의 신분 상승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고, 숙종의 총애가 어느 정도인지를 만천하에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영인군의 탄생과 숙빈의 책봉 이후, 궁궐의 권력 지도는 완전히 새로 그려졌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권력의 향방에 민감한 관료들은 앞다투어 취선당에서 등을 돌리고 보경당에 줄을 섰다. 숙빈 최씨의 처소는 연일 축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숙종은 정사가 끝나면 거의 매일같이 보경당에 들러 영인군을 돌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는 신하들 앞에서의 근엄한 군주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겠다며 소란을 피우고, 옹알이에 대답하며 웃는 평범한 아버지가 되었다. 숙빈은 그런 왕의 모습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 그녀는 왕에게 그 어떤 정치적 요구도, 사치스러운 선물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세 식구가 함께하는 이 평온한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왕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 작은 여인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행복을 주는지 새삼 깨달았다. 뜨거운 정사보다 더 깊은, 영혼의 교감이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반면, 취선당은 이제 살아있는 자들의 공간이 아니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보경당과 달리, 그곳에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희빈 장씨는 영인군의 탄생 소식을 들은 날 이후,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변했다. 그녀는 더 이상 소리치지도, 기물을 부수지도 않았다. 그저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거나, 말없이 술을 마실 뿐이었다. 그녀의 유일한 권력이었던 ‘세자의 어머니’라는 지위는, 이제 ‘병약한 세자의 어머니’라는 족쇄가 되어 그녀를 옥죄었다. 밤이 되면, 그녀는 거대하고 차가운 침상에 홀로 누워 잠을 청했다. 한때 왕의 뜨거운 체온이 남아있던 비단 이불은 이제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왕과 함께했던 밤들을 떠올렸다. 자신을 탐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함께 미래를 약속했던 그 모든 순간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이제 달콤한 추억이 아니라, 심장을 도려내는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그녀는 이제 왕의 사랑은 물론, 그의 몸조차 가질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그녀의 몰락은 조용했지만, 그래서 더욱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때 조선을 뒤흔들었던 희대의 요부, 장희빈. 그녀의 시대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 남은 것은 꺼져가는 촛불 같은 세자의 생명과, 그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마지막 발악뿐이었다. 그리고 그 발악은, 결국 그녀 자신을 불태워버릴 것임을, 그때는 아직 알지 못했다.
유튜브 엔딩멘트
왕의 사랑을 얻어 천하를 얻은 듯했지만, 그 사랑이 식자 모든 것을 잃게 된 희빈 장씨.
그리고 새로운 사랑과 생명의 탄생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숙빈 최씨.
한 남자를 둘러싼 두 여인의 치열했던 욕망의 역사는 이렇게 일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끝이 아닙니다.
다음 시간에는 희빈의 마지막 희망이자 비극의 씨앗이었던 아들, 병약했던 경종의 짧은 재위와 끝나지 않은 당파 싸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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