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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고기 없인 살 수 없었다

빛나는 인생 2026. 4. 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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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대왕의 비밀, 고기 없이는 하루도 못 사신 임금」 『조선왕조실록』

    성군으로만 알려진 세종대왕이 실은 고기 중독자였으며, 채식을 권하는 신하들과 평생 전쟁을 벌이신 이야기. 아버지 태종이 임종 때 "세종에게는 고기를 끊지 못하게 하라" 유언하신 기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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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이자,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완벽한 군주 세종대왕. 하지만 백성들 앞에서는 한없이 자애롭고 학문 앞에서는 빈틈없던 이 완벽한 천재 군주에게도, 결코 끊어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기'였습니다. 고기반찬이 없으면 수라를 드시지 못할 정도로 고기를 사랑했던 인간 이도(李祹). 그리고 아들의 그 지독한 식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아버지 태종이 눈을 감으며 남긴 조선 왕실 전무후무한 기상천외한 유언. 슬픔에 빠져 고기를 끊고 쓰러진 아들과, 그 아들에게 제발 고기 한 점만 드시라며 대성통곡하는 대신들의 피 말리는 '수라상 전쟁'이 펼쳐집니다. 위대한 성군의 밥상머리에서 벌어진 가장 인간적이고도 눈물겨운 궁중 비사가 지금 미각을 자극하며 시작됩니다.

    ※ 1: 숯불 위에 피어오르는 육향, 천재 군주의 치명적인 편식

    조선의 심장, 경복궁 사정전의 웅장한 문살 너머로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깐깐한 사대부들이 국정을 논하며 기침을 뱉어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엄숙한 예법도 한 사내의 경건한 밥상머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넓은 대청마루 한가운데 놓인 화려한 주칠 수라상. 그 위에는 팔도강산에서 올라온 진귀한 산해진미가 빈틈없이 차려져 있었으나, 조선의 제4대 국왕 세종의 짙은 눈동자는 오직 단 한 곳, 숯불 화로 위에서 지글거리며 구워지는 두툼한 쇠고기 구이(너비아니)에만 꽂혀 있었다.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짐승의 고소하고 기름진 육향이 대전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세종은 책을 쥐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를 애써 숨기며 젓가락을 들었다.

    "전하, 드시옵소서. 오늘 수라간에서 특별히 평안도에서 진상된 최고급 우육(牛肉)을 다듬어, 배즙과 간장에 재워 숯불에 구워냈사옵니다. 육질이 구름처럼 연하여 옥체에 보양이 되실 것이옵니다."

    상궁의 조심스러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종의 젓가락이 매의 발톱처럼 날렵하게 쇠고기 한 점을 낚아챘다. 입안에 넣고 씹는 순간, 달짝지근한 양념과 함께 터져 나오는 풍부한 육즙이 세종의 뇌리를 강타했다. 온종일 격무와 학문에 시달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그의 신경이 눈 녹듯 사르르 풀리는 찰나의 희열이었다. 나물무침과 백김치 등 채소 반찬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세종은 오로지 고기반찬만을 맹렬하게 공략하며 밥그릇을 비워냈다. 고기가 없으면 밥숟가락을 들지 않는다는 소문은 궐내에 파다했지만, 실제로 고기를 마주한 임금의 눈빛은 흡사 사냥감을 뜯는 젊은 호랑이와도 같았다. 그때, 등 뒤에서 비단 치마가 스치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은은한 난초 향이 다가왔다. 세종의 평생지기이자 조선의 국모, 소헌왕후였다.

    "전하. 어찌 또 채소는 입에도 대지 않으시고, 고기만 편식을 하시옵니까. 내의원에서도 전하의 옥체에 열이 많아 채소를 곁들여 드셔야 한다고 그토록 간언을 올렸건만, 어린아이처럼 고기만 고집하시니 신첩의 마음이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소헌왕후의 목소리에는 책망보다 더 깊고 다정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세종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둥글고 후덕한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었다. 그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아내의 잔소리였다. 소헌왕후가 다가와 수라상 위에 놓인 푸른 나물무침을 집어 직접 세종의 숟가락 위에 얹어주었다. 그녀의 가늘고 고운 손끝이 세종의 넓은 어깨를 가만히 다독였다.

    "중전. 내 어찌 채소의 이로움을 모르겠소. 허나, 밤새워 상소를 읽고 집현전 학사들과 토론을 벌이다 보면, 이 육신을 지탱할 기력이 턱없이 부족해지오. 고기를 씹어 그 뜨거운 기운을 뱃속에 채워 넣어야만, 비로소 머리가 맑아지고 엉켜있던 국정의 실타래가 풀리는 듯하니 이를 어찌한단 말이오. 내게 고기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조선을 짊어질 힘을 내는 약(藥)과도 같소."

    세종의 핑계 아닌 핑계에 소헌왕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빙그레 웃음을 터뜨렸다. 위대한 성군이자 만백성의 어버이인 지엄한 군주가, 고기반찬 투정을 하며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없이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웠다. 소헌왕후는 등 뒤에서 세종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전하의 그 지독한 고기 사랑을 궐 안에서 뉘 모르겠사옵니까. 상왕 전하(태종)께서도 전하의 밥상머리 고집을 아시고는 혀를 차셨지요. 하오나, 전하의 옥체는 전하 한 분의 것이 아니옵니다. 조선의 만백성이 전하의 강녕에 기대어 숨을 쉬고 있사오니, 부디 고기 열 점을 드실 때 나물 한 젓가락이라도 곁들여 드시옵소서. 그것이 신첩의 유일한 소원이옵니다."

    세종은 아내의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위로 자신의 커다란 손을 겹쳐 포개었다. 입가에는 기름기가 번들거렸지만, 중전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만큼은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맑고 깊은 신뢰로 빛나고 있었다. 사대부들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가 벌어지는 궐 안에서, 고기반찬을 두고 벌어지는 부부의 이 작고 소소한 실랑이는 세종이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달콤한 안식처였다.

    ※ 2: 얼어붙은 대전, 아비의 병환 앞에 고기를 끊은 지극한 효심

    평온하던 궁궐에 시퍼런 한파가 몰아닥친 것은, 조선의 기틀을 피로 다져놓았던 철혈 군주 상왕 태종이 병석에 눕게 되면서부터였다. 평생을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정적들을 척결하고 강력한 왕권을 세웠던 태종이었지만, 세월의 풍파와 노환 앞에서는 그 맹수 같은 기백도 속절없이 스러져가고 있었다. 수강궁(태종의 거처)의 무거운 공기는 침통함을 넘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었고, 어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탕약을 달여 올렸으나 태종의 숨결은 하루가 다르게 옅어지고만 있었다.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누구보다 피를 말리며 고통받는 이는 다름 아닌 그의 셋째 아들, 세종이었다.

    세종의 효심은 조정의 대신들조차 눈물을 훔칠 만큼 지극하고도 결연했다. 태종이 병석에 누운 그날부터, 세종은 편안한 침전의 온돌방을 마다하고 차가운 마루에 거적을 깔고 새우잠을 잤다. 아버지가 고통받고 있는데 자식 된 도리로 어찌 따뜻한 방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겠냐는 그의 굳은 의지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세종의 식사였다. 효의 근본을 다루는 유교의 율법에 따르면, 부모가 위독할 때 자식은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끊고 소박한 채식으로 근신하며 하늘에 기도를 올려야 했다. 고기 없이는 단 하루도 밥숟가락을 들지 못했던 지독한 육식주의자 세종이, 태종의 병환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모든 고기반찬을 상에서 완전히 치워버린 것이다.

    "전하, 제발 수라를 드시옵소서. 벌써 며칠째 물에 만 흰죽 두어 숟갈만 드시고는 숟가락을 놓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옥체가 상하시면 조정의 대소사는 뉘 감당한단 말이옵니까."

    수라간 상궁들과 내관들이 대전 앞마당에 엎드려 피눈물을 흘리며 호소했지만, 세종의 결심은 바위처럼 단단했다. 화려했던 주칠 수라상 위에는 멀건 흰죽 한 그릇과 간장에 절인 무, 그리고 쓴맛 나는 씀바귀나물만이 초라하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세종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죽을 떠먹으려 했으나, 몇 번 씹지도 못하고 구역질을 억누르며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그의 미각은 고기의 풍부한 육즙과 단백질을 갈구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채식은 거대한 그의 육신을 지탱할 힘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었다.

    "상왕 전하께서 병마와 싸우며 저승의 문턱을 헤매고 계시거늘, 내 어찌 짐승의 고기를 씹으며 입안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겠느냐. 이는 천륜을 저버리는 금수와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어서 상을 물리거라."

    세종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갈라져 있었고, 그의 둥글고 후덕했던 얼굴은 불과 며칠 만에 뼈가 도드라질 정도로 헬쑥하게 말라붙어 버렸다. 국정을 논하는 편전 회의에서도 그는 빈혈로 인해 몇 번이나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했다. 고기에서 얻던 엄청난 에너지가 끊기자, 천재적인 두뇌의 회전도 둔해졌고 거대한 몸집은 오히려 그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헌왕후가 눈물로 지은 약과 고기 끓인 맑은 육수를 몰래 대령해 보아도, 세종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아버지의 병상 곁을 지키는 데에만 모든 기력을 쏟아부었다.

    밤이 깊어 수강궁의 침전에 촛불만이 위태롭게 흔들릴 때, 세종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태종의 거친 손을 두 손으로 꽉 부여잡고 소리 없이 오열했다.

    '아바마마... 제발 눈을 떠 주시옵소서. 소자가 지은 죄가 많아 하늘이 노하신 것이라면, 차라리 제 목숨의 반을 베어내어 아바마마께 올리겠사옵니다. 소자가 불효하여... 아바마마의 병환을 대신 앓아드릴 수 없으니 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질 듯하옵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아버지의 손을 자신의 뺨에 비비며 흐느끼는 세종의 등은, 조선의 하늘을 떠받치는 거대한 국왕이 아니라 한낱 연약하고 슬픈 아들에 불과했다. 고기를 끊고 스스로를 학대하며 극한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세종의 지극한 효심은,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조선의 국정을 책임져야 할 군주의 건강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거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궐 안의 공기는 다가오는 태종의 죽음과 세종의 쇠약함 사이에서 숨 막히는 침묵 속으로 서서히 얼어붙어가고 있었다.

    ※ 3: 호랑이 아비의 마지막 눈물, 조선 역사에 남은 기막힌 유언

    태종의 숨결이 잦아들고, 어의들의 발걸음이 더욱 다급해진 어느 깊은 밤. 수강궁의 침전은 죽음의 사자가 내려앉은 듯 무겁고 서늘한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밖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처마를 때리며 슬픈 곡소리처럼 울려 퍼졌고, 방 안에는 조선을 피로 물들이며 강력한 왕권을 구축했던 늙은 호랑이 태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삶의 마지막 끈을 힘겹게 부여잡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맹사성을 비롯한 조정의 최고위 대신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숨죽여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그리고 태종의 머리맡, 그의 마르고 거친 손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쥔 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고기를 끊은 채 뼈만 앙상하게 남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세종이었다.

    태종은 흐릿해져 가는 초점을 애써 모아 자신의 셋째 아들, 조선의 미래를 짊어진 세종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평소의 후덕하고 홍조 띤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창백하게 질린 피부와 푹 파인 눈두덩이가 태종의 가슴을 후벼 파듯 아프게 만들었다. 자신이 병석에 누운 이후로 이 아들이 고기를 끊고 거적 위에서 잠을 청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태종은 곁에 있는 내관들을 통해 이미 낱낱이 전해 듣고 알고 있었다.

    평생을 비정하고 냉혹한 승부사로 살아오며 형제와 처남들을 가차 없이 도륙했던 태종이었지만, 자식 앞에서만큼은 그 역시 한없이 약하고 깊은 사랑을 품은 한 명의 아버지일 뿐이었다. 태종의 메마른 눈가에서 기어코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져 내렸다.

    "주상... 내 아들아..."

    태종이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자, 세종이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태종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바마마! 불효자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소자가 덕이 부족하여 아바마마의 병환을 고치지 못하고 이리 고통 속에 누워 계시게 하였사옵니다. 제발 기력을 차리시옵소서!"

    "울지 마라... 네가 어찌 불효자란 말이냐. 너는 내가 조선을 위해 남긴 가장 위대하고 완벽한 걸작이니라. 내가 두 손에 피를 묻히며 이 나라의 튼튼한 주춧돌을 깔아놓았으니, 너는 그 위에 태평성대라는 찬란한 집을 지어야 할 조선의 군주다. 그런데... 어찌하여 네 몸을 이리도 잔인하게 망가뜨리고 있단 말이냐."

    태종은 떨리는 손을 들어 세종의 야윈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곁에 엎드려 있는 대신들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여전히 날 선 호랑이의 기백이 서려 있는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똑똑히 들으라. 이것은 조선의 상왕으로서 내리는 나의 마지막 어명(御命)이다. 주상(세종)은 고기가 아니면 단 한 끼의 수라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성정을 타고났다. 그 아이에게 고기는 곧 국정을 돌볼 힘이자 생명줄이다."

    대신들이 숨을 죽인 채 태종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부모가 죽으면 3년의 상복을 입고, 고기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극도의 채식으로 근신하며 효를 다하는 것이 유교 국가 조선의 가장 엄격하고 지엄한 법도였다. 임금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태종은 그 수백 년의 철통같은 유교 율법을 단번에 깨부수는 기상천외하고도 절절한 유언을 내뱉었다.

    "내가 죽어 초상이 나더라도, 주상의 밥상에는 결단코 고기반찬을 올리도록 하라! 만약 예법을 운운하며 주상이 고기를 끊도록 방치하는 자가 있다면, 내 지하에 가서라도 그놈의 목을 벨 것이다. 억지로라도 고기를 먹여 주상의 옥체를 보전하게 하는 것, 그것이 죽어가는 아비의 마지막 소원이자 가장 큰 효도임을 만천하에 알리라!"

    침전 안은 순간 충격과 벅찬 감동의 눈물바다로 변했다. 그것은 단순한 왕의 어명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행여나 거친 상례 절차와 채식 속에서 건강을 잃고 쓰러질까 봐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의 지독하고도 실용적인 맹목적 사랑이었다. 자신이 모든 불효의 오명과 예법 파괴의 비난을 짊어질 테니, 내 아들만큼은 밥상머리에서 고기를 마음껏 씹으며 튼튼한 몸으로 나라를 다스리게 하겠다는 애절한 절규.

    "아바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소자가 어찌 아바마마를 여의고 고기를 입에 댈 수 있단 말입니까!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세종이 엎드려 통곡하며 만류했으나, 태종은 세종의 손을 꽉 쥔 채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이도(李祹)...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 몫의 고기까지 네가 다 씹어 삼켜, 이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는 성군이 되어다오. 그것이 내게 바치는 진짜 제사상이다..."

    그 말을 끝으로, 조선의 기틀을 다졌던 위대한 철혈 군주 태종 이방원의 거칠었던 숨이 영원히 멎었다. 수강궁에는 세종의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처절한 오열 소리가 밤하늘을 찢을 듯 울려 퍼졌고, 아버지의 마지막 눈물과 기막힌 유언은 세종의 뼛속 깊이 씻을 수 없는 거대한 사랑의 흔적으로 붉게 낙인찍히고 있었다.

    ※ 4: 흰죽과 쓰러진 거목, 슬픔을 이기지 못한 수라상 전쟁의 서막

    태종의 붕어(崩御) 후, 조선의 궁궐은 거대한 슬픔의 파도에 완전히 휩쓸렸다. 궐 안의 모든 이들이 흰 상복을 입었고, 애통한 곡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장엄한 국가적 애도 기간 속에서, 조정을 붕괴 직전의 혼란으로 몰아넣은 가장 큰 위기는 다름 아닌 세종의 밥상머리에서 시작되었다.

    태종이 붕어하기 전 "내가 죽은 후에도 주상에게 고기를 먹여라"라는 강력한 유언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그 유지를 따르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유교 국가의 지엄한 군주로서, 아버지를 잃은 자식의 도리를 핑계로 스스로 고행을 자처한 것이다.

    "내 아바마마의 은혜가 태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거늘, 어찌 아비의 피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자식 된 자로서 짐승의 고기를 씹으며 입안의 즐거움을 탐할 수 있단 말이냐. 이는 천륜을 어기는 짓이다. 상복을 벗는 3년 동안 내 수라상에는 일절 고기를 올리지 마라. 오직 흰죽과 소금, 나물만으로 끼니를 이을 것이다."

    세종의 고집은 호랑이 같았던 아버지 태종 못지않게 단단하고 꺾일 줄을 몰랐다. 처음 며칠은 그 슬픔과 효심에 대신들도 차마 간언을 올리지 못하고 숙연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원래부터 고기가 아니면 밥숟가락을 들지 못하던 지독한 편식쟁이 세종의 거대한 육신이, 풀뿌리와 멀건 죽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슬픔과 과로, 그리고 극단적인 영양실조가 겹치며 세종의 건강은 눈에 띄게,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 조회 시간. 대신들 앞에 앉아 국정을 논하던 세종의 안색이 창호지처럼 하얗게 질리더니, 갑자기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하! 옥체가 불편하시옵니까!"

    영의정 맹사성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세종의 몸이 촛농처럼 허물어지며 용상 아래로 쿵- 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편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내관들이 혼비백산하여 세종을 업고 침전으로 뛰었고, 내의원 어의들이 총동원되어 진맥을 짚었다. 침통한 표정의 어의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하의 맥이 텅 빈 실처럼 가늘고, 오장육부의 기력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었사옵니다. 이는 슬픔으로 인한 심화(心火)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옥체를 지탱할 화기(火氣), 즉 고기를 통한 양분의 섭취가 전면 중단되어 육신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병증이옵니다. 이대로 채식만 고집하시다가는 당장 내일 옥체가 어찌 되실지 신들도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어의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진단에 맹사성을 비롯한 정승 판서들은 사색이 되었다. 나라의 하늘이 무너질 위기였다. 태종이 남겨놓은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끌어야 할 천재 군주가, 아버지를 향한 지독한 효심 때문에 고기를 끊고 굶어 죽어간다는 것은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촌극이자 비극이었다.

    결국 조정의 원로 대신들이 대전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 단체로 무릎을 꿇었다. 이른바 '수라상 전쟁'의 서막이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상왕 전하께서 승하하시기 직전 피를 토하며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 무엇이었사옵니까! 전하께서 억지로라도 고기를 드시게 하여 옥체를 보전하라는 지엄한 어명이셨사옵니다! 어찌하여 아바마마의 마지막 유언을 거역하는 불효를 저지르려 하시옵니까!"

    대신들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통곡했지만, 굳게 닫힌 침전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방 안에서 링거조차 없던 시대에 탈수와 기아로 사경을 헤매던 세종은, 힘없이 눈을 감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고기의 맛보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모든 율법을 부수었던 아버지의 그 슬프고도 강인했던 마지막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맴돌고 있었다. 국정을 돌보아야 할 의무와 죽은 아버지를 기리는 처절한 효심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 한 채, 위대한 성군은 조용히 스러져가고 있었다. 이 끔찍한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이제 궐 안에 단 한 명뿐이었다.

    ※ 5: 심야의 은밀한 발걸음, 지친 지아비를 달래는 중전의 묘약

    칠흑 같은 어둠이 경복궁의 거대한 지붕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깊은 밤. 대신들이 멍석을 깔고 통곡하던 대전 앞마당도, 지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뼈 시린 정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 속에서, 대전의 측면으로 난 작은 협문을 통해 은밀하고도 조심스러운 발걸음 하나가 침전 안으로 스며들었다. 조선의 국모이자 세종의 평생 반려자인 소헌왕후였다. 그녀의 손에는 화려한 주칠 쟁반 대신, 소박하지만 묵직한 온기를 품고 있는 작은 백자 탕기가 들려 있었다. 문풍지를 뚫고 들어온 희미한 달빛이 방 안을 비추자, 소헌왕후의 시선은 곧바로 차가운 방바닥 거적 위에 쓰러져 있는 세종에게로 향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태산처럼 넓고 든든했던 지아비의 등은, 이제 마른 장작처럼 앙상하게 굽어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소헌왕후는 소리 없이 다가가 백자 탕기를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탕기 안에는 수라간의 최고 상궁을 시켜 은밀하게 밤새 고아낸 진한 쇠고기 육수가 담겨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저 맑은 탕약처럼 보였으나, 최고급 우육의 뼈와 살을 푹 고아내어 생명의 정수만을 맑게 걸러낸, 그야말로 지친 군주의 혼을 깨울 한 사발의 묘약이었다. 소헌왕후의 가녀린 손끝이 세종의 창백하고 푹 파인 뺨에 닿았다.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지아비의 체온에 소헌왕후의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그녀의 크고 맑은 눈망울에서 기어코 뜨거운 눈물방울이 툭 떨어져 세종의 파리한 입술 위를 적셨다.

    "전하... 눈을 떠 보시옵소서. 신첩이옵니다..."

    물기에 젖은 소헌왕후의 애달픈 목소리에, 사경을 헤매던 세종의 굳게 닫힌 눈꺼풀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힘겹게 열렸다. 몽롱한 시야 속으로 눈물범벅이 된 아내의 고운 얼굴이 들어오자, 세종은 마른입을 달싹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중전... 어찌 이 깊은 밤에 예까지 오셨소. 내 아바마마를 잃은 불효자로서 죄를 씻고자 근신 중이거늘... 중전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이 이리도 약해져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오."

    소헌왕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세종의 야윈 어깨를 자신의 무릎 위로 조심스럽게 끌어올려 안았다. 그리고 백자 탕기를 들어 옥으로 만든 작은 숟가락으로 맑은 육수를 떠서 세종의 갈라진 입술 틈으로 밀어 넣었다. 세종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거부하려 했으나, 소헌왕후는 단호하면서도 눈물 어린 목소리로 그를 타일렀다.

    "전하, 제발 옥체를 꺾지 마시옵소서. 이것은 고기가 아니라 전하를 살리기 위한 탕약이옵니다. 상왕 전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며 남기신 그 피 끓는 유언을 정녕 잊으셨단 말이옵니까! 아바마마의 숭고한 뜻은 전하께서 곡기를 끊고 슬픔에 잠겨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하의 그 훌륭한 육신과 천재적인 두뇌로 이 조선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는 태평성대를 여시라는 거룩한 어명이셨사옵니다! 어찌하여 그 거대한 사랑을 옹졸한 율법의 잣대로 거역하려 하시옵니까!"

    아내의 단호하고도 절절한 호소에 세종의 굳었던 고집이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헌왕후가 다시 숟가락을 입가에 가져가자, 세종은 떨리는 입술을 열어 그 맑고 뜨거운 육수를 조용히 삼켜 넘겼다.

    '아아... 아바마마...'

    육수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세종의 뇌리에 벼락이 치는 듯한 강렬한 충격이 일었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의 맛이 아니었다. 열흘 가까이 굶주리며 죽어가던 세포 하나하나가, 짐승의 뼈와 살이 녹아든 그 깊고 풍부한 고기의 진액을 흡수하며 미친 듯이 생명력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혀끝을 맴도는 고소하고 진한 육향은 세종의 후각과 미각을 잔인할 정도로 완벽하게 일깨웠고, 얼어붙었던 사지에 따뜻한 피가 맹렬하게 돌며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종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그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모든 비난의 화살을 기꺼이 감수하고 떠난 아버지의 거대한 사랑을, 그리고 심야에 홀로 찾아와 자신을 품어준 아내의 지독한 헌신을 그 육수 한 모금 속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세종은 탕기를 밀어내고, 짐승 같은 울음을 터뜨리며 소헌왕후의 넓고 따뜻한 가슴 깊이 얼굴을 파묻었다.

    "내가 졌소... 내가 졌소, 중전. 아바마마의 그 지독한 사랑 앞에서도, 나를 살리려는 중전의 눈물 앞에서도 내 알량한 고집은 아무런 소용이 없구려."

    소헌왕후는 오열하는 세종의 넓은 등줄기를 꽉 껴안았다. 두 사람의 뜨거운 체온이 맞닿고, 탕기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육향이 섞여 방 안의 공기는 한없이 농밀하고 애틋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짐승의 진액으로 기력을 되찾은 사내와, 그 사내를 자신의 온몸으로 위로하는 여인. 세종의 두 팔이 소헌왕후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침전의 밤은 부부의 끈적하고도 깊은 연정과 생명의 온기로 서서히, 완벽하게 치유되어 가고 있었다.

    ※ 6: 대전 앞의 통곡 바다, 어명을 받들어 육즙을 삼키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찬 서리가 내린 경복궁 대전 앞마당에는 조정의 영의정, 좌의정을 비롯한 수십 명의 대신들이 밤새워 자리를 지키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의 무릎은 이미 차가운 돌바닥에 얼어붙어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으나, 조선의 지엄한 군주가 곡기를 끊고 쓰러졌다는 절망감에 누구 하나 자리를 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백발이 성성한 맹사성이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하늘이 떠나가라 통곡했다.

    "전하! 오늘 아침 수라에도 고기반찬을 물려치셨다 하오니, 신들은 통재하여 살아갈 길이 막막하옵니다! 상왕 전하의 유지를 받들어 제발 고기를 입에 대신 연후에 신들의 목을 치시옵소서! 전하께서 옥체를 보전치 않으신다면, 신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혀를 깨물고 상왕 전하의 뒤를 따를 것이옵니다!"

    대신들의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가 대전의 문살을 거세게 흔들었다.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대전의 육중한 문이 삐걱거리며 천천히 양옆으로 열렸다. 마당에 엎드려 있던 대신들이 놀라 고개를 들자, 그곳에는 간밤에 쓰러져 사경을 헤맸다던 세종이 의관을 정제하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비록 얼굴은 헬쑥하고 눈가에는 짙은 그늘이 져 있었으나, 그의 두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서릿발처럼 날카롭고 강인한 군주의 기백을 뿜어내고 있었다. 간밤에 중전이 몰래 먹인 그 진한 쇠고기 육수 한 사발이, 쓰러져가던 거목에 다시 생명의 물길을 완벽하게 터놓은 것이다.

    세종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엎드려 있는 대신들을 굽어보며 묵직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충심과 눈물이 이 궐의 돌바닥을 적시는 것을 내 어찌 모르겠소. 지난밤, 나는 꿈속에서 상왕 전하를 뵈었소이다. 아바마마께서는 불효를 저지르는 나를 향해 벼락같이 호통을 치시며, 조선의 군주란 자신의 알량한 슬픔을 씹어 삼키고 백성을 위해 피와 살을 찌워야 하는 자리라 명하셨소. 내 아바마마의 숭고한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유교의 율법 뒤에 숨어 스스로를 학대하며 아바마마의 마지막 유언을 거역하는 대역죄를 저지를 뻔하였소이다."

    세종의 진심 어린 참회와 결단에 대신들의 얼굴에 감격의 빛이 번져갔다. 세종은 도승지를 향해 손을 치켜들며 준엄하게 어명을 내렸다.

    "수라간에 명하라! 지금 당장 내 앞에, 상왕 전하께서 유언으로 명하신 고기 수라상을 대령하라! 나는 오늘부터 아바마마의 지엄한 어명을 받들어, 짐승의 고기를 씹으며 이 슬픔을 이겨내고 조선의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한 힘을 기를 것이다!"

    "전하! 굽어살피심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천세, 천천세!"

    대신들이 일제히 엎드려 만세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잠시 후, 수라간 최고 상궁들이 황급히 화려한 주칠 수라상을 받쳐 들고 대전 앞마당으로 나왔다. 상 한가운데에는 숯불에 구워내어 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두툼한 쇠고기 산적과, 진하게 끓여낸 고기 곰탕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고 있었다. 세종은 마당 한가운데 마련된 자리에 좌정하고, 떨리는 손으로 은수저를 집어 들었다.

    '아바마마... 소자가 이제 아바마마의 명을 받들어 이 고기를 씹어 삼키겠사옵니다. 이 짐승의 피와 살이 제 육신을 살찌울 때마다, 아바마마께서 피로 다져놓으신 이 조선의 땅 위에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글을 읽는 찬란한 성대를 기필코 열어젖히겠사옵니다.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세종은 크게 썬 쇠고기 산적 한 점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을 꽉 채우는 황홀한 고기의 풍미와 터져 나오는 뜨거운 육즙. 그것은 단순한 식도락이 아니었다.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을 이겨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생존의 감각이었고, 위대한 성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아버지의 사랑을 씹어 삼키는 거룩한 의식이었다. 고기를 삼키는 세종의 두 뺨 위로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그의 턱관절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고 다부지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전 앞마당에 엎드린 대신들 역시 그 눈물겨운 식사 장면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오열했고, 그날 아침의 풍경은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슬프고도 위대한 밥상머리의 전설로 실록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새겨졌다.

    ※ 7: 고기의 힘으로 빚어낸 태평성대, 달빛 아래 찬란한 육식의 향연

    아버지 태종의 유언을 받들어 다시 고기 수라상을 물리기 시작한 이후, 세종의 몸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생기를 되찾았다. 푹 파였던 볼에는 다시금 건강한 혈색이 돌았고, 거대한 육신은 고기의 풍부한 양분을 빨아들이며 천재적인 두뇌에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했다. 그 폭발적인 기력을 바탕으로 세종은 조선 역사상 유례없는 찬란한 황금기를 열어젖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멈추지 않는 편전 회의와 집현전 학사들과의 맹렬한 토론. 해시계와 물시계의 발명, 북방의 4군 6진 개척, 그리고 마침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자인 '훈민정음'의 창제까지. 이 모든 빛나는 업적의 이면에는, 끼니마다 어김없이 수라상에 올랐던 숯불 쇠고기 구이와 맑은 곰탕의 지독한 힘이 은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주상 전하의 머릿속은 온통 고기로 채워져 있다"는 백성들의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지만, 그 고기의 힘이 나라를 풍요롭게 만들었기에 누구도 감히 왕의 식성을 흉보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세종의 치세가 완벽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어느 맑은 가을밤. 경복궁 후원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정자 아래,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세종과 소헌왕후가 단둘이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작고 소박한 화로가 놓여 있었고, 붉게 타오르는 참숯 위에서는 얇게 저민 최고급 쇠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친 채, 위대한 조선의 국왕이 직접 나무젓가락을 들고 아내를 위해 고기를 굽고 있는 진풍경이었다.

    "치이익-"

    숯불에 기름이 떨어지며 하얀 연기와 함께 기가 막힌 고기 향이 달빛 아래로 흩어졌다. 세종이 가장 잘 익은 쇠고기 한 점을 골라 다소곳이 앉아 있는 소헌왕후의 입가에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자, 중전. 아 하시오. 오늘 이 고기는 수라간 상궁의 솜씨가 아니라 조선 국왕의 지극한 정성이 들어간 것이니,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고 맛있을 것이오."

    세종의 호탕하고 다정한 농담에 소헌왕후는 수줍게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전하, 체통을 지키시옵소서. 어찌 지엄한 국왕께서 여인에게 직접 고기를 구워 먹여주신단 말이옵니까. 궐 밖에서 알면 대소 신료들이 기절초풍을 할 일이옵니다."

    "허허, 체통이 다 무엇이오. 내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 한밤중에 남몰래 진한 고기 육수를 들고 와 내 숨통을 틔워준 은인이 바로 중전이 아니시오. 그 밤, 중전의 그 묘약이 없었다면 내 어찌 오늘날 이 찬란한 조선의 밤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겠소. 이는 내 목숨을 빚진 지아비로서 올리는 작고 귀여운 뇌물이니, 어서 드시구려."

    세종의 진심 어린 사랑 고백에 소헌왕후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살며시 입을 벌려 세종이 내민 고기를 받아먹었다. 입안을 맴도는 고소한 육즙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지아비의 그 태산처럼 넓고 따뜻한 눈빛이 그녀의 온몸을 찌릿하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소헌왕후 역시 젓가락을 들어 고기 한 점을 세종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전하께서 이리 강건하게 옥체를 보전하시고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시니, 하늘에 계신 상왕 전하께서도 껄껄 웃으며 기뻐하고 계실 것이옵니다."

    세종은 입안 가득 고기를 씹으며, 밤하늘에 둥글게 뜬 보름달을 올려다보았다.

    '아바마마... 보시옵니까. 소자, 아바마마의 명을 받들어 고기를 원 없이 씹어 삼키며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사옵니다. 소자의 피와 살은 곧 조선 백성들의 땀방울이자, 아바마마의 위대한 사랑이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부서져 내리는 후원의 밤. 지독하게 고기를 사랑했던 조선 제일의 천재 군주와, 그의 아슬아슬했던 식성을 지혜와 사랑으로 감싸 안은 아름다운 중전의 그림자가 화로의 불빛 아래서 하나로 겹쳐졌다. 쇠고기가 익어가는 고소하고 짙은 향기 속에서, 그들은 세상 그 어떤 권력보다도 더 달콤하고 끈적한 부부의 연정을 속삭이고 있었다. 위대한 성군의 업적 뒤에 감춰진, 그 어느 때보다 치명적이고도 인간적인 고기의 힘. 그것은 훗날 수백 년이 지나도록 실록의 행간을 뚫고 나와, 역사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입가에 따뜻하고 흐뭇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조선 왕실 최고의 군침 도는 해피엔딩으로 영원히 남아 빛나고 있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아버지의 유언마저 어기려 했던 세종대왕의 끔찍한 고집을 꺾은 것은, 중전의 눈물 어린 육수 한 사발이었습니다. 고기의 힘으로 빚어낸 위대한 훈민정음과 태평성대, 그리고 달빛 아래서 고기를 구워 먹여주는 부부의 달콤한 로맨스가 흥미로우셨나요? 성군의 밥상머리 뒤에 숨겨진 인간적이고 따뜻한 야담이 즐거우셨다면, 지금 바로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세요! 다음에도 군침 돌고 가슴 벅찬 궁중 비사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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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cinematic, hyper-realistic medium shot of King Sejong the Great and Queen Soheon sitting romantically together in a beautiful, traditional Korean palace garden at night. They are illuminated by the warm, glowing light of a small charcoal brazier where thick, juicy slices of beef are sizzling. The King, looking robust and affectionate, is smiling and offering a piece of roasted meat with wooden chopsticks to the Queen, who blushes with a sweet smile. Bright full moon, cherry blossoms, masterpiece, high details, 16:9, n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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