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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팔아 벼슬을 산 아버지

빛나는 인생 2025. 7. 29. 20:4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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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팔아 벼슬을 산 아버지… 그 딸이 왕비가 되어 돌아오다!

    태그

    #조선시대, #역사, #왕비, #복수극, #여인출세담, #연려실기술, #궁중암투, #권력, #신데렐라, #인생역전, #이야기, #드라마, #시니어, #감성, #카타르시스, #존버, #이야기보따리, #여성서사, #복수

     

    후킹멘트 (248자)

    가문의 영광을 위해 늙은 권세가에게 팔려 간 어린 딸. 그녀는 눈물과 치욕의 밤을 견디며 칼을 갈았습니다. 마침내, 조선의 가장 높은 자리, 왕비가 되어 돌아온 그녀! 과연 그녀는 아비에게 어떤 피의 복수를 선사했을까요? 조선에서 가장 통쾌한 인생 역전극이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298자)

    『연려실기술』에 기록된 여인 출세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 아버지의 탐욕에 의해 늙은 영의정의 씨받이처럼 팔려 갔던 한 여인 '옥진'. 그녀가 지옥 같은 현실을 딛고 일어나, 마침내 국모의 자리에 올라 자신을 짓밟았던 모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통쾌한 일대기! '이야기 보따리'가 들려주는 가장 짜릿하고 화려한 복수극을 만나보세요.

    ※ 야망이라는 이름의 거래

    조선 중기, 대대로 학문은 하였으나 변변한 벼슬 한번 얻지 못한 한미한 양반 가문에, '조만형'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서책을 읽고 시를 읊었지만, 그의 눈은 글이 아닌, 늘 권력의 중심인 한양의 궁궐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의 가슴속에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역사에 남기고, 남들처럼 떵떵거리며 살아보고픈 시커먼 야망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지요. 하지만 그에게는 재물도, 든든한 뒷배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있는 것이라곤, 이제 갓 열여섯이 된, 꽃처럼 어여쁜 딸 '옥진'이 전부였습니다. 옥진은 그야말로 경국지색이었습니다. 맑은 사슴 같은 눈동자와 앵두 같은 입술, 백옥처럼 희고 고운 피부는, 보는 이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조만형은 그런 딸을 보며, 사랑이 아닌, 탐욕스러운 계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라면… 이 아이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이용한다면, 내가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도 있겠다.' 마침, 그의 귀에 솔깃한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이자 권력의 정점에 있는 영의정 대감이, 몇 해 전 부인을 잃고 외로이 지내고 있으며, 말년에 시중을 들 여인을 비공식적으로 찾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의정은 이미 나이가 일흔을 넘어, 기력은 쇠하였으나, 그의 입김 하나면 종2품 관직 하나쯤은 우습게 만들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습니다. 조만형은 무릎을 쳤습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영의정의 최측근을 만나, 넌지시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습니다. “제 어린 딸이, 대감의 높은 학식과 인품을 흠모하여, 곁에서 시중을 들며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합니다. 부디, 대감의 적적한 말년 길에 말벗이라도 될 수 있도록 선처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는 딸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승에게 보내는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포장했습니다.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본 측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자네의 그 충심과 효심이 참으로 갸륵하군. 대감께서도 자네 같은 인재가 아직 관직에 오르지 못한 것을 늘 안타까워하셨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야.” 그렇게, 한 여인의 인생을 두고, 두 사내의 더럽고 추악한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그날 밤, 조만형은 옥진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습니다. “옥진아, 네가 우리 가문을 위해 큰일을 해야겠다. 나라의 가장 큰 어른이신 영의정 대감께서, 너를 좋게 보셨다. 네가 며칠 뒤 그 댁으로 들어가, 대감의 시중을 들며 우리 가문을 빛내야 한다.” 옥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님… 싫습니다. 어찌… 어찌 제게 그런 일을….” 그녀가 눈물로 애원했지만, 조만형은 싸늘하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아비의 명이요, 가문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너의 젊음과 미색은, 바로 이럴 때 쓰라고 하늘이 내린 것이다. 더는 철없는 소리 말거라.” 그의 눈에는 딸에 대한 연민이라곤 한 점도 없었습니다. 옥진은 깨달았습니다. 자신은 그저, 아버지의 야망을 위한 가장 비싼 제물일 뿐이라는 것을. 며칠 뒤, 그녀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수많은 예물이 실린 가마에 올랐습니다. 남들은 모두 '한미한 가문의 딸이 영의정 댁에 들어가니, 가문의 영광이다'라며 부러워했지만, 옥진에게 그 가마는, 살아있는 자신을 싣고 가는 화려한 관(棺)과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가마 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옥 같은 현실로 팔려가고 있었습니다.

    ※ 비단금침 속의 가시

    영의정의 저택은 궁궐을 방불케 할 만큼 화려하고 거대했습니다. 옥진은 그곳에서 '아씨'라 불리며, 비단옷을 입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며 호의호식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녀의 젊음과 육체를 탐하는 늙은 권세가의 소유물이라는 징표일 뿐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았습니다. 진짜 고통은, 밤이 찾아오면 시작되었습니다. 영의정은 이미 기력이 쇠해, 사내 구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자신의 옆에 옥진의 젊고 싱싱한 육체를 두고 잠드는 것에서 만족을 얻는, 뒤틀린 소유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옥진에게 매일 밤 자신의 침소에 들 것을 명했습니다. 옥진은 떨리는 몸으로 그의 방에 들어서야만 했습니다. 방 안에는 늘 값비싼 약재 냄새와, 죽음에 가까워진 노인의 체취가 뒤섞여 역겹게 풍겨왔습니다. 영의정은 쭈글쭈글한 손으로 옥진의 옥처럼 희고 부드러운 손목을 잡고, 자신의 곁에 눕혔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맨살을 탐욕스럽게 더듬고, 그녀의 귓가에 자신의 젊은 시절 무용담을 속삭이며 만족해했습니다. 옥진은 그 순간마다, 눈을 감고 자신의 영혼을 육체로부터 분리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생각했습니다. '이 몸은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그저, 아버지가 관직과 맞바꾼 한낱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나는 이곳에 없다….' 그녀의 영혼은 차갑게 식어, 방구석 어딘가에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유령처럼, 모든 감각을 차단했습니다. 그의 거친 숨결이 뺨에 닿을 때도, 탐욕스러운 손길이 허벅지를 더듬을 때도, 그녀는 그저 숨 막히는 시간을 견뎌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옥진은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낮 시간 동안, 그녀는 영의정의 서재를 드나들며 수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택으로 드나드는 수많은 권세가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혔습니다. 영의정의 사랑채에서는 매일같이 나라의 중대사를 논하는 비밀스러운 회합이 열렸습니다. 옥진은 찻잔을 나르는 시녀처럼, 그들의 대화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누가 누구의 편인지, 누구의 약점이 무엇인지, 현재 조정의 권력 구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녀는 스펀지처럼 모든 정보를 빨아들였습니다.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의 논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더 이상 순진한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뒤에는, 날카로운 복수의 칼날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밤, 영의정의 곁에 누워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다짐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당신의 노리개로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내가 당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가질 것이다. 나를 팔아넘긴 아버지도, 나를 사들인 당신도, 그리고 당신에게 아첨하는 저 모든 위선자들도. 모두 내 발아래 무릎 꿇게 만들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비단금침 속에서, 독을 품은 가시처럼 서늘하고도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 운명을 가른 궐문 앞의 만남

    옥진이 영의정의 집에 들어간 지 2년째 되던 겨울, 마침내 그녀가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늙고 병들었던 영의정이, 그토록 원하던 옥진의 젊은 몸을 끌어안은 채, 침상 위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옥진에게 해방을 의미했습니다. 집안은 온통 곡소리로 가득 찼지만, 옥진은 슬픔 대신 기묘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녀는 누구보다도 슬픈 표정으로, 현숙한 미망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영의정의 자식들은 이미 장성하여 모두 출가한 상태였고, 그들은 아버지의 어린 첩이었던 옥진에게 막대한 재산을 떼어주는 것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치부를 덮으려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옥진은 젊고, 아름답고, 부유한 미망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를 옭아매던 새장은 사라졌고, 이제 그녀의 손에는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가 쥐어졌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영의정의 덕으로 얻은 하찮은 관직에 만족하며, 딸의 덕을 더 보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할 뿐이었습니다. 옥진은 그런 아버지를 경멸하며,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녀는 영의정의 장례를 모두 치른 뒤, 한동안 조용히 세상을 관망하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녀의 운명이 바뀐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그녀가 죽은 영의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절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녀가 탄 가마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앞을 지날 때, 마침 임금의 행차가 궁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임금의 행차를 보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이 엎드려 있었고, 옥진의 가마 역시 길 한쪽으로 비켜서서 행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달려 나온 어린아이가 그만 발을 헛디뎌, 임금의 어가(御駕) 바로 앞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호위하던 군사들이 창을 겨누며 아이를 제압하려는, 일촉즉발의 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가마 안에서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잠시 멈추시지요.” 옥진이었습니다. 그녀는 가마의 발을 걷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습니다. 상복을 막 벗은 그녀는 화려한 장신구 하나 없이, 오직 흰 소복 차림이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수백 명의 기생들보다도 더 고고하고 청초하여, 주변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습니다. 그녀는 넘어진 아이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를 일으켜주며 말했습니다. “아이야, 놀랐느냐. 괜찮다. 여긴 위험하니, 어서 어미에게로 돌아가거라.” 그녀의 목소리는 위엄과 자애로움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어가의 휘장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던 젊은 임금은,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옥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잣거리의 그 어떤 여인과도 다른, 슬픔과 기품,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강인함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여인이었습니다. 임금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음을 느낀 옥진은, 그를 향해 예를 갖춰 깊이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조용히 가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행차가 모두 지나가고, 궁으로 돌아온 임금은, 좀처럼 옥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즉시 곁에 있던 상선 내시에게 명했습니다. “방금 궐문 앞에서 마주쳤던, 그 흰 소복의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라.” 얼마 뒤, 상선 내시가 돌아와 고했습니다. “전하, 그 여인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의정 대감의 젊은 미망인이라 하옵니다.” 임금의 눈이 흥미롭게 빛났습니다. 그렇게, 한 여인의 비극적인 운명은, 임금과의 단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이제 거대한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궁중, 여인의 판이 시작되다

    임금의 눈에 든 옥진은, 마침내 궁궐의 후궁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녀에게는 '숙원(淑媛)'이라는 종4품의 품계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궁궐은, 영의정의 저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훨씬 더 교활하고 잔인한 암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였습니다. 그녀가 입궁하던 첫날부터, 기존의 후궁들은 옥진을 향해 보이지 않는 칼날을 세웠습니다. 특히 임금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고 있던 소의(昭儀) 박씨는, 옥진의 비범한 아름다움과 기품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녀를 자신의 가장 큰 적으로 간주했습니다. 소의 박씨는 옥진이 입궁한 지 며칠도 되지 않아, 교묘한 함정을 팠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심복 나인을 시켜, 옥진의 처소에 ‘남자의 연서(戀書)’를 몰래 숨겨두게 했습니다. 후궁이 외부의 사내와 내통했다는 죄는, 사약을 받고도 남을 끔찍한 죄였습니다. 며칠 뒤, 소의 박씨는 다른 후궁들과 함께 옥진의 처소에 들이닥쳐, “숙원의 방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핑계로 방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옥진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영의정의 집에서, 수없이 많은 모함과 계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는 연서가 발견되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옵니다. 이 연서의 필체가, 소의 마마의 오라버니이신 박 판관의 것과 어찌 이리도 닮았단 말입니까?” 그녀는 평소 소의 박씨가 오라비와 주고받았던 서신들의 필체를 눈여겨보아 두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그 한마디에, 소의 박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되었습니다. 이 모든 소란을 전해 들은 임금은, 옥진의 지혜로움과 담대함에 다시 한번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날 밤, 임금은 처음으로 옥진의 처소를 찾았습니다. 옥진은 화려하게 치장하는 대신, 단아한 소복 차림으로 왕을 맞았습니다. 임금은 그녀의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면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너는… 다른 여인들과는 다른 듯하구나. 너의 눈에는 웃음보다 슬픔이, 기쁨보다 고뇌가 더 깊이 담겨 있는 듯하다.” 임금의 말에, 옥진은 자신의 기구했던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아버지에게 팔려가 늙은 영의정의 곁에서 보내야 했던 치욕의 시간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의 생리를 엿보아야 했던 밤들을 말입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 어떤 사서(史書)보다도 더 생생하고 아프게, 이 나라의 그늘진 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그녀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고, 그녀에게 연민을 넘어선 존경심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는 옥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과인이 너를… 지켜주겠노라. 이 험한 궁궐에서, 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이다.” 그날 밤, 두 사람의 합궁은, 단순한 후궁의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두 개의 외로운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고, 깊은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임금은 그녀의 몸을 거칠게 탐하는 대신, 그녀의 상처를 보듬듯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안았습니다. 옥진 역시, 늙은 영의정의 탐욕스러운 손길과는 전혀 다른, 자신을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왕의 다정한 손길에, 생애 처음으로 여인으로서의 기쁨과 환희를 느꼈습니다. 땀으로 젖은 두 사람의 몸이 얽혔을 때, 옥진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얽매인 피해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왕의 여자이자,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일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 아버지의 눈물, 딸의 복수

    그날 이후, 옥진은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궁궐의 실세로 떠올랐습니다. 그녀는 지혜와 미모를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영의정 댁에서 익힌 정치적 감각으로 임금에게 훌륭한 조언자가 되어주었습니다. 몇 년 뒤, 그녀가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왕자, 즉 원자(元子)를 십시일반하자, 그녀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습니다. 마침내 기존의 왕비가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조정의 모든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옥진을 새로운 국모로 추대했습니다. 그녀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던 날, 옥진은 화려한 대례복을 입고, 수많은 신하들과 궁인들의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녀의 아버지 조만형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제 왕의 장인, 즉 국구(國舅)가 되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조만형은 자신의 사위인 임금에게 인사를 올린 뒤, 딸인 옥진의 처소, 교태전으로 향했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웠습니다. 그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의 친인척들을 모두 요직에 앉혀주고, 자신에게는 영의정보다 더 높은 부원군의 작위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참이었습니다. 교태전에 들어선 그는, 위엄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맞이하는 옥진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중전, 이 아비가 왔소. 이제 당신과 내가 힘을 합쳐, 이 나라를….”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옥진이 차갑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습니다. “아버님, 제게 큰절부터 올리셔야지요. 저는 이제 아버님의 딸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국모이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칼날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습니다. 조만형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허허 웃으며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습니다. 그가 절을 하고 고개를 들자, 옥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예법을 차리시는군요. 제가 국모가 된 기념으로, 아버님께 큰 선물을 하나 내릴까 합니다.” 조만형의 얼굴에 탐욕스러운 기대감이 어렸습니다. 옥진은 곁에 있던 상궁에게 눈짓했습니다.
    상궁이 들고 온 것은, 비단에 싼 관직 임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낡고 해진 저고리와, 싸구려 옥가락지, 그리고 십수 년 전 옥진이 영의정 댁에 팔려 갈 때 받았던 예물의 목록이었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 아버님?”
    조만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옥진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조목조목 말을 이었습니다.
    “저고리 한 벌에, 아버님께서는 군수 자리를 약속받으셨지요. 저 가락지 하나에, 제 눈물을 팔아 논 다섯 마지기를 받으셨고요.
    그리고 이 모든 예물을 받고, 아버님께서는 종2품 참판의 자리를 얻으셨습니다. 딸의 하룻밤은, 얼마에 파셨는지요, 아버님?”
    그녀의 모든 말은 비수가 되어 조만형의 심장에 꽂혔습니다. “네… 네가 어찌….”
    “제가 어찌 아느냐고요? 저는 매일 밤, 그 치욕을 되새기며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벌벌 떨고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귓가에, 악마처럼 속삭였습니다.
    “저는 아버님을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아버님의 모든 관직을 박탈하고, 모든 재산을 몰수하여, 평생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비참하게 살아가도록 만들 것입니다. 당신이 팔아버린 딸이, 이 나라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는 것을, 죽는 날까지 지켜보며 고통받게 해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딸이 당신에게 내리는 가장 큰 은혜이자, 가장 잔혹한 복수입니다.” 조만형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통곡하며 용서를 빌었지만, 옥진의 눈은 얼음장처럼 차가울 뿐이었습니다.

    ※ 스스로 역사가 된 여인, 중전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끝낸 옥진은, 더 이상 과거의 한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권력을, 개인적인 복수가 아닌, 나라와 백성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왕의 가장 현명한 정치적 동반자였습니다. 가뭄이 들면, 자신의 사유재산을 털어 구휼미를 내놓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이들의 사연에 귀 기울여 그 한을 풀어주었습니다. 그녀 자신이 누구보다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과부들의 재가를 허용하고, 궁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정책들을 펼쳐나갔습니다. 처음에는 그녀를 시기하고 음해하려던 신하들조차, 그녀의 지혜와 덕망 앞에 점차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영의정의 첩 출신’이 아닌,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진정한 국모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그녀의 아들인 원자가 늠름한 세자로 성장했고, 임금과의 사랑 또한 더욱 깊고 단단해졌습니다.

    어느 달 밝은 밤, 임금과 옥진은 경회루 연못가를 나란히 거닐고 있었습니다. 임금은 옥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중전, 과인은 가끔 생각하오. 궐문 앞에서 그대를 처음 보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찌 되었을까. 아마 나는, 여전히 간신들의 말에 휘둘리는 외로운 군주로 남아있었을 것이오.” 옥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습니다. “전하, 신첩 또한 마찬가지이옵니다. 전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신첩은 평생을 한에 사무친 원혼으로 구천을 떠돌았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저의 세상을 구원하신 것입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풋풋한 연인을 넘어, 수많은 풍파를 함께 헤쳐온 굳건한 동지애와 서로의 영혼을 향한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처소인 교태전으로 향했습니다. 상궁들을 모두 물리고,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과, 창호지 너머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달빛만이 남았습니다. 임금은 옥진의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뜨거운 열정보다는,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편안하고도 깊은 애정이 담긴 입맞춤이었습니다. 옥진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의 옷고름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풀어졌습니다. 옥진의 머릿속에는, 늙은 영의정의 침상에 누워, 자신의 영혼을 지우려 애썼던 그 치욕의 밤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곁에는, 자신을 한 명의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봐 주고, 자신의 지혜를 존중하며,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임금의 손길은, 그녀의 몸에 남았을지도 모르는 과거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부드럽고 경건했습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옥진의 몸은 부끄러움이 아닌, 사랑받는 여인의 충만한 기쁨으로 달아올랐습니다. “나의 중전… 나의 지기(知己)여….” 그의 잠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습니다. 옥진 역시 그의 단단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속삭였습니다. “나의 전하… 나의 유일한 사내시여….” 그날 밤 그들의 사랑은, 더 이상 서로를 탐하는 격정적인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서로의 영혼을 확인하고, 함께 이겨낸 세월을 축복하며, 앞으로 함께할 미래를 약속하는, 고요하고도 완전한 합일의 의식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겹쳐지고, 느리고 깊은 움직임이 반복될수록, 방 안의 공기는 평온과 신뢰, 그리고 절대적인 안정감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가쁜 숨을 나누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것을 이룬 두 영혼이 내쉬는 깊은 안도의 한숨과도 같았습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창밖으로 스며드는 새벽의 여명을 바라보았습니다. 옥진은 잠시 하늘의 달을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읊조렸습니다. ‘아버님, 보고 계십니까. 당신이 팔아버린 딸이, 이제 한 나라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녀의 삶은, 비극으로 시작되었으나, 그녀 자신의 의지와 지혜로, 마침내 가장 빛나는 승리의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가 된, 위대한 여인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이야기 보따리 시청자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통쾌한 인생 역전극, 재미있게 보셨나요? 한 여인이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우리네 삶도,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 섬뜩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장례식장의 시신이, 갑자기 말을 걸어와 자신의 살인범을 지목했다는데요! 【시신이 말을 걸었다!】 ‘어우야담’이 기록한 기이한 복수담, 다음 시간에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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