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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의 태양, 정도전과 이방원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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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고려 말, 혼란한 시대에 새로운 국가를 꿈꾸는 정도전과 아버지의 왕위를 지키려는 이방원의 숙명적 대결을 그린 역사 대서사. 백성을 위한 나라를 세우려는 이상주의자 정도전과 왕권을 지키려는 현실주의자 이방원, 두 사람의 야망과 갈등이 조선 건국의 격변기를 뜨겁게 달군다. 권력, 명분, 가족,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두고 벌어지는 두 태양의 충돌. 조선 건국의 숨겨진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개경 밤거리, 고려 말 혼란한 시대, 정도전과 이성계의 운명적 만남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개경의 밤. 밤하늘에 뜬 차가운 달빛이 좁은 거리를 희미하게 비추고, 멀리서 풍악 소리가 물결처럼 흘러온다. 간간이 횃불만이 어둠을 밝히는 거리, 취한 관리들의 웃음소리와 기생들의 화려한 치마 자락이 바람에 나부낀다. 그 가운데 누더기 옷을 걸친 한 남자가 길가 작은 돌계단에 앉아 희미한 등불 아래 책을 읽고 있다. 그의 이름은 정도전. 남루한 옷차림과 달리 그의 눈빛만은 어둠 속에서도 별처럼 빛나고, 손에 든 책은 닳고 닳아 부스러질 듯하다.

    날카로운 바람이 거리를 훑고 지나가고, 정도전은 추위에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의 입술이 책의 구절을 따라 소리 없이 움직인다. "나라는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때,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관리들이 기생들을 양팔에 끼고 웃으며 지나가다 그를 발견한다.

    "저기 봐라, 과거에 낙방한 선비가 아직도 책을 읽고 있구나. 뭘 그리 읽어? 네 재능으론 평생 벼슬 못할 텐데." 경멸이 섞인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른다. 주변의 다른 관리들도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정도전은 묵묵히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하지 않는다. 책의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기는 그의 손끝에서 세월의 고단함이 읽힌다.

    화가 난 관리가 기생의 팔을 놓고 정도전에게 다가간다. 술 취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봐! 내가 말하면 대답을 해야지! 귀가 먹었나?" 여전히 대답이 없자 관리의 발이 정도전의 책을 향해 거칠게 찬다. 소중히 여기던 책이 허공을 날아 진흙탕에 떨어진다. 정도전의 눈이 처음으로 책에서 떨어져 진흙에 박힌 책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슬픔이 스친다.

    "나리, 책은 죄가 없습니다." 정도전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밤공기를 가른다. 관리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손이 올라간다. "이 무례한 놈이! 네가 감히 관리에게 대들어?" 그 손이 정도전의 얼굴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강인한 손이 관리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는다.

    한 장수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관리와 정도전 사이에 선다. 이성계. 그의 위엄 있는 눈빛이 달빛 아래서도 칼날처럼 빛난다. 등 뒤로 몇몇 무사들이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다. "관리가 백성을 때리는 나라가 어디 있소?" 이성계의 목소리는 낮지만 위압적이다. 관리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입술이 떨린다. "당신이 누구...?" 그리고 이성계를 알아본 순간 공포에 질려 더듬거린다. "이... 이성계 장군님!"

    이성계는 관리의 손을 놓아주고 무릎 꿇은 정도전에게 다가가 진흙에 빠진 책을 주워든다. 조심스레 흙을 털어내며 정도전에게 건넨다. "선비, 그대가 읽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하오." 정도전이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이성계의 눈을 마주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깊게 얽히는 순간, 먼 하늘에서 별이 하나 떨어진다.

    ※ 과거 시험장, 정도전의 파격적인 답안과 좌절된 꿈

    하늘은 맑고 푸르지만 봄바람은 차갑게 불어오는 한양의 과거 시험장. 수백 명의 선비들이 모여 긴장된 표정으로 붓을 들고 있는 넓은 마당에 긴장감이 가득하다. 햇살이 시험지 위로 쏟아지고, 수많은 꿈과 야망이 모인 자리에서 젊은 날의 정도전이 시험지를 응시하며 깊은 숨을 내쉰다. 그의 눈빛에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불꽃이 타오른다.

    주변의 선비들은 고개를 숙이고 시험관이 내준 주제에 맞는 답안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도전의 옆자리 선비는 땀을 흘리며 붓을 놀리고, 뒤편에서는 누군가 긴장한 기색으로 붓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험관의 목소리가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울려 퍼진다. "백성을 위한 나라는 어떠해야 하는가?"

    정도전의 눈이 빛난다. 그의 붓이 시험지 위에서 춤을 추듯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른 이들이 답안을 구상하느라 머뭇거릴 때, 정도전의 붓끝에서는 이미 격정적인 글이 쏟아져 나온다. 그의 글은 기존 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대담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왕은 하늘의 뜻을 받든 자이나, 하늘의 뜻은 곧 백성의 뜻이니, 백성이 원하지 않는 왕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 나라의 주인은 한 사람이 아닌 모든 백성이며, 권력은 백성에게서 비롯되어 백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정도전의 붓이 종이 위를 질주하며 지나간 자리엔 그의 혁신적인 사상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오랜 가난과 좌절 속에서도 그의 정신만은 날카롭고 예리하다. 그가 쓰는 글은 단순한 답안이 아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청사진이다. 정도전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선비들은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다.

    시간이 흐르고, 시험관들이 답안지를 걷어가기 시작한다. 정도전은 자신의 답안지를 내며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답안지가 시험관들의 손에 전해지고, 그들이 내용을 훑어보는 순간 표정이 굳어진다. 그들의 눈에는 경악과 분노가 뒤섞인다. 시험관 중 한 명이 다른 시험관에게 정도전의 답안을 보여주며 작게 속삭인다. "이건... 불경스러운 내용이 아닌가?"

    며칠 후,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는 날. 정도전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낙방. 그의 꿈은 그렇게 산산이 부서지는 듯했다. 하지만 정도전의 눈빛은 좌절보다는 더 강한 결의로 빛난다. 시험장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더 큰 꿈이 자라고 있다. "제도권 안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면, 밖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화려한 의복을 입은 젊은 왕자 이방원이 여러 시종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지나간다. 그의 자태는 당당하고 위엄이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에는 어딘가 불안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시선이 잠시 허공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긴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도전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자, 이방원은 무심히 그를 바라보다 말을 몰아 지나간다. 그렇게 운명의 실이 조용히 엮이기 시작한다. 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려 하고, 또 한 사람은 그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푸른 하늘 위로 두 마리의 매가 날아오르듯, 그들의 야망은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역사의 물줄기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위화도, 이성계의 회군과 정도전의 혁명 구상

    짙은 안개가 강 위를 뒤덮은 새벽의 위화도. 이성계의 군대가 야영을 하고 있다. 군사들은 피로에 지쳐 있지만, 눈빛만은 결연하다. 장막 안에서 이성계가 지도를 펼쳐놓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그의 곁에는 정도전이 조용히 서 있다. 바람이 장막을 흔들고, 멀리서 말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군사들의 속삭임과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어우러져 불안한 운명의 노래를 만들어낸다.

    이성계의 손이 지도 위 개경을 가리키고, 정도전의 눈빛이 깊어진다. 그들의 대화는 속삭임처럼 작지만, 그 내용은 천지를 뒤흔들 만큼 무겁다. "고려는 이미 썩어버린 나무와 같소. 아무리 가지를 쳐도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오." 정도전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이성계의 얼굴에 고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는 충성을 맹세한 왕을 배신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 큰 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인가.

    새벽이 밝아올수록 안개는 더 짙어지고, 이성계의 마음속 갈등도 깊어진다. 그때 장막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리고, 한 장수가 들어와 무릎을 꿇는다. "장군님, 원나라 사신이 도착했습니다. 왜 아직 북으로 진군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이성계의 눈이 정도전과 마주친다.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순간이다.

    정도전이 조용히 속삭인다. "지금은 백성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이성계의 얼굴에 결의가 서린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장수들을 불러모은다. "회군하라. 우리는 개경으로 돌아간다." 장수들의 눈에 놀라움이 스치지만, 곧 이해의 빛이 어린다. 그들도 알고 있다. 고려는 더 이상 지킬 가치가 없는 왕조라는 것을.

    안개 속에서 군사들이 말에 올라타고, 깃발들이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성계가 백마에 올라 명령을 내리는 순간, 강 위의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정도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새로운 시대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태양을 향해 위화도의 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강물 소리에 섞여 울려 퍼진다.

    ※ 한양 터, 새 도읍지를 둘러싼 정도전과 이방원의 첫 갈등

    아침 안개가 걷히는 넓은 분지,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정도전이 말에서 내려 천천히 땅을 밟으며 걸어간다. 그의 눈에는 환희와 야망이 교차한다. 뒤따르는 측량사들과 지관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자를 재고 나침반을 확인한다. 정도전은 잠시 멈춰 서서 깊은 숨을 내쉰다. 여기, 그가 꿈꾸던 새로운 나라의 심장이 뛰기 시작할 곳이다.

    "여기가 바로 그 자리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가 되고, 한강이 흘러 물자가 드나들기 좋소. 하늘이 내려준 땅이요." 정도전의 목소리에 감동이 실린다. 그때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이방원이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도착한다. 그는 정도전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는 것이 그리 시급한 일입니까? 개경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이방원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그 안에는 날이 서 있다. 정도전은 잠시 이방원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왕자님, 새 나라는 새 그릇이 필요합니다. 고려의 그림자가 짙은 개경에서는 조선의 햇살이 제대로 빛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방원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산세를 읽고, 계곡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럼 아버님께서는 어디에 계실 예정입니까? 궁은 어디에 지을 것입니까?" 정도전은 북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북악산 아래 터가 태조 전하의 궁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그 주변에 모여 살게 될 것입니다."

    이방원의 눈에 의심이 깃든다. "선생은 정말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말을 끝맺지 않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다. 정도전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이방원을 똑바로 바라본다. "왕자님, 저는 단 하나의 소망만 있습니다.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만드는 것이지요."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불꽃처럼 부딪친다. 이방원이 말을 돌려 떠나가며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던진다. "그 소망이 진실이기를 바랍니다, 정도전 선생." 정도전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양의 땅을 내려다본다. 그의 발아래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 경복궁 건설 현장, 새 나라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열이 시작되는 순간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경복궁 건설 현장. 수천 명의 인부들이 땀을 흘리며 기둥을 세우고, 돌을 나르고, 기와를 올리고 있다. 망치 소리와 톱질 소리, 인부들의 구령 소리가 어우러져 웅장한 교향곡을 이룬다. 정도전이 설계도를 손에 들고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 땀이 흐르지만,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하다. 완성되어가는 궁궐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때마다 그의 가슴은 벅차오른다.

    "선생님, 정전의 기둥이 모두 세워졌습니다." 한 목수가 다가와 보고한다. 정도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좋소. 이제 조선의 심장이 뛰기 시작할 것이오." 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난다. 수많은 날들을 밤새워 그린 설계도가 마침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궁궐이 아니라, 그가 꿈꾸던 이상 국가의 상징이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이방원이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현장에 도착한다. 그는 말에서 내려 천천히 공사 현장을 둘러본다. 정도전과 이방원의 시선이 마주친다.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흐른다. 이방원이 먼저 입을 연다. "정말 웅장한 규모로군요. 이 모든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생각입니까?"

    정도전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가 이내 부드러워진다. "왕자님, 새 나라의 기틀을 세우는 데는 비용을 아낄 수 없습니다. 이 궁궐은 백년, 천년 후에도 조선의 위엄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방원이 주변의 인부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지친 얼굴, 갈라진 손, 굽은 등. "선생님께서는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든다고 하셨는데, 이 백성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으십니까?"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이 더욱 고조된다. 정도전이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한다. "단기적인 고통이 장기적인 안녕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 궁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상징입니다. 백성이 주인인 나라의 상징이지요." 이방원의 눈에 의심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과연 그런지, 아니면 선생님의 야망을 위한 것인지..."

    그때, 멀리서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린다. 정도전과 이방원이 동시에 그쪽으로 달려간다. 한 기둥이 무너져 몇몇 인부들이 깔린 것이다. 이방원이 주저 없이 뛰어들어 기둥을 들어올리고, 정도전은 다른 인부들과 함께 다친 사람들을 구해낸다. 피와 흙이 뒤섞인 현장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인다.

    구조가 끝나고, 이방원이 다친 인부의 손을 붙잡고 위로한다. "괜찮소? 의원을 곧 부를 것이오." 인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감사합니다, 왕자님." 정도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방원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그가 가진 백성을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 정도전과 이방원이 나란히 서서 경복궁의 윤곽을 바라본다. "왕자님, 우리의 생각은 다를지 모르지만, 목표는 같습니다. 백성을 위한 나라." 정도전의 목소리는 진실되다. 이방원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그렇기를 바랍니다, 선생님."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만,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둘 다 알고 있다. 언젠가 이 불씨가 큰 불길로 번질 것임을.

    ※ 이성계의 침소, 왕위 계승을 둘러싼 부자간의 숨막히는 대립

    깊은 밤, 경복궁의 한 침소. 촛불 하나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이성계가 침상에 누워있고, 그 곁에 정도전과 이방원이 나란히 앉아있다. 이성계의 얼굴은 창백하고 수척해 보인다. 세월의 무게와 나라를 세우는 부담이 그를 짓누른 듯하다. 침소 밖에서는 밤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밤 순찰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아버님, 오늘은 편안히 주무셔야 합니다. 내일은 중요한 조정 회의가 있습니다." 이방원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있다. 이성계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하지만 내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그가 정도전을 바라본다. "경연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가?"

    정도전이 공손하게 대답한다. "전하, 모든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자와 대신들이 참석하여 '효경'에 대해 토론할 예정입니다." 이성계의 눈에 만족의 빛이 어린다. "좋네. 새 나라는 학문과 예의로 다스려져야 하네." 이방원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그의 눈에는 의심과 불안이 교차한다.

    잠시 후, 이성계가 두 사람에게 물어본다. "너희들은 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순간 침소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정도전이 먼저 입을 연다. "전하, 조선은 백성이 주인인 나라가 될 것입니다. 왕이 현명하시고, 신하들이 충성스러우며,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천년만년 이어질 것입니다."

    이방원이 그 말을 이어받는다. "아버님, 조선은 이씨 왕가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왕권이 굳건하고, 백성들이 왕을 중심으로 화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날카롭게 부딪친다. 이성계는 그 긴장감을 느끼는지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본다.

    "둘 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성계의 말이 잠시 끊긴다. 그의 눈에 고뇌가 깃든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내 이후의 일이다. 너희 둘이 서로 조화롭게 일할 수 있을까?" 정도전과 이방원이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전하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성계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이방원이 급히 다가가 그의 등을 두드리고, 정도전이 차를 따라 건넨다. 기침이 멈추고 이성계가 눈을 감는다. "이제 그만 물러가거라. 나는 쉬어야 한다." 두 사람이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선다.

    침소 밖, 달빛이 비치는 회랑에서 정도전과 이방원이 잠시 마주 선다. "왕자님, 우리의 목표는 같습니다. 조선의 번영이지요." 정도전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다. 이방원의 눈이 차갑게 빛난다. "내 목표는 아버님과 이씨 왕가의 안위입니다. 그 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소."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계곡이 생겨난 것 같다. 이방원이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정도전은 홀로 남아 달을 바라본다. 달빛 아래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 한양 교외 밤, 정도전과 이방원의 최후 대결과 비극적 결말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한양 교외의 밤. 초승달이 희미하게 하늘에 걸려있고, 별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다. 정도전이 홀로 말을 타고 산길을 오르고 있다. 그의 얼굴은 심각하고, 눈빛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말발굽 소리만이 적막한 밤의 침묵을 깨뜨린다. 고요한 산속에서 그는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기 위해 이곳에 왔다.

    정도전이 산 정상에 도달하여 말에서 내린다. 그곳에서 한양의 불빛이 마치 별처럼 빛나는 모습이 보인다. 그가 깊은 숨을 내쉬며 도시를 내려다본다. 그의 꿈이, 그의 이상이 구현된 도시. 하지만 그의 마음은 무겁다. 최근 이방원과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이성계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선생님께서 여기 계실 줄 알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정도전이 놀라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이방원이 나타난다. 그 역시 말을 타고 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달빛 아래 맞닿는다. 이방원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려 있다. "왕자님, 이런 밤중에 무슨 일로..." 정도전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흩어진다.

    이방원이 천천히 다가와 정도전의 옆에 선다. 두 사람이 나란히 한양을 내려다본다. "아버님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의원들은..." 이방원의 목소리가 잠시 떨린다.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 합니다." 정도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렇군요. 전하께서는 조선의 기틀을 다지셨습니다. 이제는 후대가 그 뜻을 이어받아야 할 때입니다."

    이방원이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한다. "선생님의 '후대'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방석입니까, 아니면..." 정도전이 이방원을 똑바로 바라본다. "왕자님, 저는 단지 조선의 미래를 생각할 뿐입니다. 개인의 야망이나 권력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방원의 눈에 의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정말 그렇습니까? 방석을 세자로 세우려는 계획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정도전의 침묵이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어오며 두 사람의 옷자락을 흩날린다. 이방원이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 지혜와 학식, 그리고 백성을 향한 마음을.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한다. "내 아버지와 형제들, 그리고 이씨 왕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도전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왕자님,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태어난 신분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나라를 꿈꿉니다. 반면 왕자님은..." 이방원이 그의 말을 자른다. "저는 단지 우리 가문과 왕권을 지키려 할 뿐입니다.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입니까?"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깊게 내려앉는다. 달빛이 그들의 얼굴을 비추며, 각자의 결의와 고뇌를 드러낸다. 정도전이 다시 입을 연다. "왕자님, 우리 둘 다 조선을 위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단지 그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이 차이가 꼭 갈등으로 이어져야 할까요?" 이방원의 얼굴에 순간 망설임이 스치지만, 이내 단호함으로 바뀐다.

    "선생님, 두 개의 태양은 하늘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결국 하나는 져야 합니다." 이방원의 말에 정도전의 눈이 슬픔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렇다면, 그 날이 오면 역사가 우리를 판단할 것입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한양의 불빛으로 향한다. 그들이 함께 세운 도시, 하지만 결국 둘 중 하나만이 차지하게 될 도시.

    밤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어와 두 사람의 말이 불안하게 울음소리를 낸다. 이방원이 말고삐를 잡으며 일어선다.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버님께서 기다리실 것입니다." 정도전도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끄덕인다. "저도 곧 돌아가겠습니다." 이방원이 말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뒤돌아본다. "선생님, 때때로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혹은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말을 끝맺지 못한 채 그는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정도전은 홀로 남아 이방원이 사라진 어둠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비친 한양의 불빛이 마치 운명의 별자리처럼 빛나고 있다. "결국, 두 개의 태양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그의 목소리가 밤바람에 실려 멀리 사라져간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두개의 태양 - 정도전과 이방원' 상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선 건국의 격동기를 살았던 두 위대한 인물, 정도전과 이방원의 이상과 야망, 그리고 그들의 숙명적인 대결은 다음 화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성계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왕위 계승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정도전의 개혁 정책이 전통 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조선의 미래를 좌우할 그들의 마지막 대결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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