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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화살, 꽃으로 피어난 복수

    태그:

    #조선시대, #도술, #신비, #꽃, #저주, #복수, #궁녀, #사랑,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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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녀였던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딸이 스승으로부터 도술을 배워 도화살을 만듭니다. 꽃잎으로 만든 이 신비한 화살에 맞은 사람들은 자신의 죄에 따라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복수를 위해 시작된 도화살의 저주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인과응보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궁녀의 죽음을 목격하는 어린 소녀

    봄이 시작되던 무렵, 창덕궁 후원의 매화나무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열 살 아이였던 아련은 매화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달빛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날따라 유난히 달빛이 밝았습니다. 어머니는 늘 이맘때쯤 아련을 찾아와 안부를 물었지만,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련은 어머니가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올 때면 들고 오던 매화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멀리서 누군가의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죽여라! 저 계집을 당장 잡아라!" 아련은 숨을 죽이고 매화나무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달빛 아래로 하얀 저고리를 입은 여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여인은 바로 아련의 어머니였지요.

    "제가 결백하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니의 절규가 밤하늘을 갈랐습니다. 하지만 뒤쫓아 온 포졸들은 이미 어머니의 도망칠 길을 모두 막아버렸습니다. "감히 중전마마의 화장품에 독을 넣으려 했다는 게 사실이냐, 이 악독한 계집이!" 포졸 중 하나가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아끌었습니다.

    아련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옵니다! 제가 그런 일을... 아악!" 어머니의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칼날이 허공을 갈랐습니다. 하얀 저고리가 붉게 물들어갔습니다.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꽃잎이 어머니의 얼굴 위로 흩날렸습니다. 달빛은 여전히 그 자리를 비추고 있었지만, 아련의 세상은 이미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지요. "이제 증거는 모두 인멸되었다. 시체는 한강에 버려라."

    포졸들이 어머니의 시신을 끌고 가버린 후에도, 아련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매화나무 아래 흩어진 꽃잎들이 붉은 핏자국 위로 조용

    도술사와의 만남과 수련

    깊은 산속 금낭화가 피어있는 작은 암자, 그곳에서 아련은 운명 같은 만남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육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련의 가슴 속 한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지요.

    암자 앞에는 한 노스님이 금낭화 물을 들이고 계셨습니다. "그대는 꽃을 찾아 이곳까지 왔구나." 노스님의 말씀에 아련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이곳에 올 것을 미리 알고 계셨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스님, 저는 단지..." 아련이 말을 잇지 못하자 노스님이 잔잔히 미소 지었습니다. "꽃으로 화살을 만들고 싶은 것이냐, 아니면 화살로 꽃을 피우고 싶은 것이냐?" 노스님의 말씀은 마치 아련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금낭화 물이 든 종이를 펼쳐 보이셨습니다. 그 위에는 마치 피처럼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지요. "꽃은 생명이면서 동시에 죽음이기도 하다. 그대가 찾는 것이 진정 복수라면, 나는 그대에게 도화살의 비법을 전수해주리라."

    아련은 노스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발 가르침을 주십시오. 어머니의 원한을 풀 수 있다면..." 노스님은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원한은 또 다른 원한을 낳을 뿐이다. 그대가 쏘는 도화살은 진실을 밝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명심하거라. 도화살은 쏘는 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느니라."

    그날부터 아련은 노스님의 제자가 되어 도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꽃잎으로 화살을 만드는 법, 화살에 영혼을 불어넣는 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화살을 쏘는 순간의 마음가짐이었지요.

    "도화살은 맞은 자의 죄업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다." 노스님의 마지막 가르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거라.

    첫 번째 도화살 - 탐관오리의 말더듬

    한양 도성, 저잣거리 뒤편의 어둑한 골목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늦은 밤, 탐관오리 박만수는 뒷주머니에 넣은 뇌물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요. 그는 오늘도 가난한 백성들의 재물을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었습니다.

    "이보시오, 포도대장 나리." 어둠 속에서 들려온 소리에 박만수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누구냐!" 그가 소리쳤지만, 보이는 것은 달빛에 비친 그림자뿐이었습니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고, 어디선가 매화 향기가 짙게 퍼져나왔습니다.

    "육 년 전, 궁녀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박만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날 밤, 그가 거짓 증언을 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궁녀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네... 네가 누구냐!" 박만수가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그때 달빛 속에서 한 자루의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화살은 마치 꽃잎처럼 가볍게 날아와 그의 혀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게 뭐, 뭐... 뭐야..." 박만수는 갑자기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거... 거짓말을 하... 한 혀로는 이... 이제 제대로 된 말을 할 수 없을 것이오." 아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살... 살려주시오! 내... 내가 잘못했소! 그... 그때 일은..." 박만수는 이제 한 마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습니다. 그의 혀는 마치 매듭이 지어진 것처럼 뒤틀려 있었고,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는 매화 꽃잎이 떨어져 나왔습니다.

    "이것이 도화살의 심판이오. 당신이 저지른 죄악이 당신의 혀를 옭아맸으니, 이제 백성들을 속이는 거짓말은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오." 아련의 말이 끝나자 바람이 다시 불었고, 매화 향기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한양 거리에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나갔습니다. 탐관오리 박만수가 말더듬이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입에서 매화 꽃잎이 떨어진다는 소문이었지요. 이것은 도화살이 가져온 첫 번째 심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심판은 시작에 불과했지요.

    두 번째 도화살 - 횡포한 아전의 실명

    한양 관아의 아전이었던 김학수는 육 년 전 그날 밤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했던 날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으니까요. 오늘도 그는 죄인을 심문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백성을 문초하고 있었습니다.

    "네 이놈! 아직도 실토할 생각이 없는가!" 김학수는 기둥에 묶인 젊은 상인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그때, 문득 뜰 안에 핀 석산화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꽃이 붉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전 나리, 육 년 전 그날 밤의 일을 기억하시나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김학수는 흠칫 놀랐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는 석산화 향기가 진하게 퍼져있었습니다.

    "뉘시오?" 김학수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심문하던 죄인과 그를 지키던 포졸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지요. 오직 권력자들의 뜻에 따라 거짓된 증거만을 만들어냈습니다." 목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화살이 날아왔습니다. 꽃잎으로 만든 듯한 그 화살은 김학수의 두 눈 사이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으악!" 김학수가 눈을 부여잡고 쓰러졌습니다. 그의 눈앞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안개가 낀 듯 뿌옇더니, 이내 완전한 어둠만이 남았습니다.

    "이제 당신은 더 이상 거짓된 증거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을 외면한 눈은 이제 영원히 어둠 속에 잠길 것이니까요." 아련의 목소리가 멀어져갔습니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고, 포졸들은 바닥에 쓰러진 김학수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두 눈은 멀쩡해 보였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지요. 다만 그의 눈가에서는 붉은 석산화 꽃잎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도화살은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던 자의 눈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한양 거리에는 또 다른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지요. 악명 높은 아전이 갑자기 눈이 멀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세 번째 도화살 - 거짓 증언한 하녀의 발바닥 가시

    궁궐의 별채에서 하녀 생활을 하는 춘덕은 오늘도 자신의 영악함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육 년 전, 그녀는 한 궁녀를 모함하여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요. "거짓말 한 번으로 이렇게 편히 살 수 있다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야." 춘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날 밤, 춘덕은 별채 뒤뜰의 장독대 옆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 장독대 위에는 찔레꽃 한 송이가 놓여있었습니다. "이상하네. 찔레꽃이 이 계절에 피다니." 춘덕이 꽃을 집어 들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거짓 증언으로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로 얻은 것이 고작 이런 생활이었나요?"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춘덕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오직 하얀 달빛뿐이었지요.

    "누... 누구시오?" 춘덕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때 찔레꽃에서 떨어진 가시 하나가 그녀의 발바닥을 찔렀습니다. "아야!" 그리고 곧이어 한 자루의 화살이 그녀의 발밑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순간 춘덕의 발바닥에서 찔레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으악! 이게 무슨..." 그녀는 발바닥의 고통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가시를 뽑아내려 해도, 새로운 가시가 끊임없이 자라나왔습니다.

    "당신은 거짓된 발걸음으로 궁을 활보하며 무고한 이를 죽음으로 몰았지요. 이제 그 발로는 한 걸음도 편히 걷지 못할 것입니다." 아련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저는 그저..." 춘덕은 눈물을 흘리며 빌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요. 그녀의 발바닥에서는 끊임없이 찔레가시가 자라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찔레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 번째 도화살은 거짓된 발걸음을 옮긴 하녀의 발을 벌했습니다. 그 후로 춘덕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지요. 그리고 그녀가 지나간 자리마다 찔레꽃이 피어나, 그녀의 죄를 영원히 증명하게 되었답니다.

    네 번째 도화살 - 억울한 누명 쓴 선비의 해방

    푸른 하늘 아래, 양반 선비 최영웅은 창밖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교차했다. 몇 달 전, 그는 부패한 지방관의 횡령 사건을 고발하려다 오히려 역모를 꾸미는 역적으로 낙인찍혔다.

    감옥에서 석 달을 보내는 동안, 최영웅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을 고심했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멀리 있는 스승이자 존경하는 선비 김노인이었다. 김노인은 조정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그의 도움 없이는 누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었다.

    마침내 김노인이 움직였다. 그는 최영웅을 고발한 지방관의 증거들이 조작되었음을 밝혀내고, 최영웅의 고발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조정에서는 해당 지방관을 파직시키고, 최영웅의 누명을 벗겨주었다.

    석방된 최영웅은 감옥 문을 나서며 깊은 여유를 느꼈다. 억울한 누명은 벗겨졌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분노가 남아있었다. 그는 다짐했다. 앞으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위해 싸우겠다고.

    멀리서 부는 바람이 그의 흰 선비복을 나부끼게 하고, 햇빛은 그의 맑은 얼굴을 비추었다. 최영웅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그의 눈빛에는 희망과 결기가 가득했다.

    다섯 번째 도화살 - 진실을 외면한 대감의 환청

    한양 제일의 권세가 민대감의 저택 안뜰,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가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민대감은 매일 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자신의 권세를 자랑스러워했지요. 육 년 전 그가 꾸민 모함으로 한 궁녀가 죽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로 말입니다.

    "연꽃 향이 참으로 좋구나." 민대감이 차를 마시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연못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인의 애원하는 목소리였습니다.

    "누구냐!" 민대감이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대신 연꽃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와 그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 순간, 한 자루의 도화살이 달빛을 가르며 날아왔습니다.

    화살은 민대감의 귀를 스쳐 지나갔고, 그 즉시 그의 귓가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대감님, 저는 결백합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억울합니다!" 수많은 원혼들의 애원하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냐! 그만! 그만두어라!" 민대감은 귀를 틀어막았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커져만 갔지요. 그의 모함으로 죽어간 모든 이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외면했던 진실의 목소리, 이제는 영원히 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달빛 속에서 아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신이 짓밟은 모든 이들의 원한을 매일 밤, 깨어있는 순간마다 들어야 하겠지요."

    민대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그 소리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귀를 틀어막아도, 이불을 뒤집어써도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지요. 특히 달이 뜨는 밤이면 그 소리는 더욱 커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다섯 번째 도화살은 진실을 외면했던 자의 귀를 벌했습니다. 그 후로 민대감은 밤마다 울려퍼지는 원혼들의 소리에 시달려야 했고,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연꽃이 피어나 그의 죄를 증명했다고 합니다. 밤이면 그의 저택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아무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고 하네요.

    여섯 번째 도화살 - 어머니를 모함한 궁녀의 피부병

    창덕궁의 깊숙한 내전, 중전마마의 수라간 옆 처마 밑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궁녀 옥분은 육 년 전 자신이 저지른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궁녀를 모함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은 후, 그녀는 중전마마의 신임을 얻어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까요.

    "진달래차를 올리겠나이다." 옥분은 중전마마를 향해 공손히 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마 끝에 걸린 풍경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렸고, 한 줄기 바람이 차탁자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상하다..." 옥분은 차탁자 위에 떨어진 진달래 꽃잎 하나를 집어들었습니다. 계절이 지난 꽃이 피어있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꽃잎이 마치 피처럼 붉었다는 점이었지요.

    "언니, 기억하시나요?"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옥분은 흠칫 놀랐습니다. 그 순간 한 자루의 화살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으악!" 옥분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어보았지만, 아무런 상처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거울을 보세요, 언니." 아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옥분은 떨리는 손으로 손거울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꽃잎이 피어나듯 붉은 반점으로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반점은 점점 퍼져나가 진달래꽃 모양을 이루었고, 얼굴 전체를 뒤덮어갔습니다. "안돼... 이럴 순 없어!" 옥분은 필사적으로 얼굴을 문질렀지만, 꽃무늬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거짓으로 남을 모함한 아름다운 얼굴, 이제는 그 죄의 흔적을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아련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습니다. "언니가 뿌린 독이 이제는 언니의 살갗으로 피어나는 꽃이 되었네요."

    그날 이후, 옥분의 얼굴에는 지울 수 없는 진달래꽃 무늬가 새겨졌다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을 해하던 그녀의 얼굴은 이제 누구도 쳐다보기 힘든 모습이 되었지요. 특히 달빛이 비치는 밤이면, 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진달래꽃은 마치 피처럼 붉게 빛났다고 합니다.

    일곱 번째 도화살 - 진실을 알게 된 임금

    경희궁 어목당, 임금이 홀로 밤을 지새우고 있던 그날 밤이었습니다. 육 년 전 궁녀 사건의 진실이 마음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지요. 최근 들어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말더듬이가 된 관리, 눈이 먼 아전, 발에서 가시가 나는 궁녀, 환청에 시달리는 대감, 얼굴에 꽃무늬가 생긴 궁녀까지.

    "과연 그때의 일이 잘못되었던 것인가..." 임금은 탁자 위에 놓인 연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달빛이 구름 사이로 비쳐들어왔고, 어목당 밖 뜰에서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냐?" 임금이 물었습니다. "진실을 보여드리러 왔습니다." 여인의 손에는 한 자루의 화살이 들려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꽃으로 만든 듯했지요.

    "네가... 도화살의 주인이로구나." 임금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이들을 벌한 것이냐?" 아련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전하, 이제 마지막 도화살을 쏘고자 합니다. 이것은 벌이 아닌, 진실을 보여주는 화살이 될 것입니다."

    아련은 활시위를 당겼고, 화살은 달빛을 따라 움직이듯 임금의 앞으로 날아갔습니다. 화살이 스치자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더니, 육 년 전의 장면이 마치 안개 속 그림자처럼 나타났습니다.

    그곳에는 중전의 화장품에 독을 넣으려 했다는 누명을 쓴 궁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모함한 이들의 음모가 하나둘 드러났지요. 거짓 증언을 한 아전, 뇌물을 받은 관리, 거짓을 지어낸 하녀, 모든 것을 지휘한 대감, 질투에 가득 찬 궁녀의 모습까지.

    "아아..." 임금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과인의 눈이 이토록 흐렸던 것이냐." 아련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전하, 이제 진실을 보셨으니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시옵소서."

    달빛이 밝게 비추는 가운데, 임금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 당장 대신들을 불러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도록 하겠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궁녀의 넋을 위로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인의 도리이니라."

    이렇게 일곱 번째 도화살은 묻혀있던 진실을 밝히는 빛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도화살만이 남아있었지요.

    도화살의 마지막 표적 - 뜻밖의 반전

    달빛이 가득한 창덕궁 후원, 그날의 살수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 매화나무 아래였습니다. 진실이 밝혀진 후 일주일째 되는 밤, 아련은 마지막 도화살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련은 매화나무를 바라보며 속삭였습니다. 육 년 전 그날처럼 달빛은 유난히 밝았고, 매화향이 달빛에 어리어 퍼져나갔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사람... 바로 내 자신을 향해 화살을 당기리라." 아련은 떨리는 손으로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멈추거라." 노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스승님..." 아련이 돌아보니 노스님이 달빛 속에 서 계셨습니다. "네가 쏘아야 할 마지막 표적은 너 자신이 아니다."
    "하지만 스승님, 저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도화살을 쏘았습니다. 비록 그들이 죄를 지었다 해도, 제가 심판자가 되어 벌을 내린 것은..." 아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네가 쏜 도화살은 진실을 밝히는 정의의 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도화살은..." 노스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달빛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매화나무 아래에 한 여인의 모습이 어렸습니다.
    "어머니!" 아련이 놀라 소리쳤습니다. 그곳에는 육 년 전 그날 밤의 어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아련아, 이제 그만 하거라. 어미는 네가 이토록 마음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련의 손에서 마지막 도화살이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도화살은 공중에서 빛나더니 수많은 꽃잎으로 흩어졌습니다. 매화, 석산화, 찔레, 연꽃, 진달래... 그동안 아련이 쏘았던 모든 도화살의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도화살의 진정한 표적은 바로 네 마음속 응어리란다. 이제 그 한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어머니의 말씀에 아련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밤, 창덕궁 후원에는 봄이 아닌데도 온갖 꽃이 만발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도화살의 저주를 받은 이들의 벌도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진정한 용서와 화해의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랍니다.

    용서와 구원의 순간

    이튿날 아침, 한양 도성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말을 더듬던 박만수의 입에서 매화꽃이 지고, 그의 말이 거짓 없이 또렷해졌다고 합니다. 눈이 멀었던 김학수의 눈에서 석산화 꽃잎이 떨어지고, 그의 시력이 돌아왔지요. 발바닥에 가시가 돋았던 춘덕의 발에서는 찔레꽃이 피어나다 말고 사그라들었습니다.

    환청에 시달리던 민대감의 귓가에 맺혔던 연꽃이 흩어지고, 진달래꽃 무늬가 새겨졌던 옥분의 얼굴도 맑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깊은 뉘우침이 남아있었지요.

    창덕궁 후원에는 여전히 밤새 피어난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아련은 매화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이제야 제가 진정으로 깨달았습니다. 도화살은 벌이 아닌 깨달음을 주는 것이었네요."

    그때 노스님이 다가오셨습니다. "인과응보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 네가 한 일은 단지 그들이 자신의 죄를 깨닫게 하는 것이었을 뿐이다." 노스님의 말씀에 아련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때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화살을 맞았던 이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꽃이 들려있었습니다. 박만수의 매화, 김학수의 석산화, 춘덕의 찔레, 민대감의 연꽃, 옥분의 진달래...

    "아가씨..." 그들은 한마디씩 용서를 구했습니다. "우리가 저지른 죄... 이제야 진심으로 뉘우칩니다." 그들의 눈에는 진정한 참회의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아련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제 저도 더 이상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듯이, 용서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니까요."

    그들이 가져온 꽃은 매화나무 아래에 조용히 놓여졌고, 이내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꽃나무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화살이 맺은 한의 매듭은 용서의 꽃으로 피어나 해원의 결실을 맺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날 이후, 창덕궁 후원의 매화나무 아래에서는 계절에 관계없이 다섯 가지 꽃이 함께 피어난다고 합니다.

    도화살이 꽃으로 피어나는 봄날

    이듬해 봄, 창덕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궁녀의 누명이 벗겨지고, 그녀의 명예가 회복되었지요. 임금은 그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매화나무 아래에 작은 사당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달빛이 비치면, 다섯 가지 꽃이 번갈아 피어난다는 것이었지요. 매화, 석산화, 찔레, 연꽃, 진달래가 계절에 관계없이 하나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도화살을 맞았던 이들도 크게 달라졌다고 하네요. 박만수는 백성들의 억울함을 듣고 기록하는 관리가 되었고, 김학수는 진실만을 보고 기록하는 아전이 되었습니다. 춘덕은 고아들을 돌보는 관아의 유모가 되었으며, 민대감은 자신의 재산을 희사하여 억울한 이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고 합니다.

    옥분은 궁을 나와 스님이 되어 중생들을 돕는 삶을 살았다고 하지요. 그리고 아련... 도화살의 주인이었던 아련은 노스님의 제자가 되어 도술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만드는 화살은 더 이상 벌을 내리는 도구가 아닌, 아픈 이들을 치유하는 약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달 밝은 밤이면, 창덕궁 후원에서 하얀 한복을 입은 여인이 매화나무 아래를 거닐며 꽃을 피운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꽃들은 이제 더 이상 슬픔과 한의 상징이 아닌, 용서와 치유의 꽃으로 피어난다고 하네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진정한 복수는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것이며,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용서의 마음에서 피어난다고. 도화살의 전설은 이렇게 한과 용서, 벌과 구원의 이야기로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누군가 크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면 창덕궁 후원의 다섯 가지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 그 이의 마음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도화살은 이제 더 이상 아픔을 주는 화살이 아닌,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꽃이 되어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도화살, 꽃으로 피어난 복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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