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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약했던 왕, 경종의 짧은 재위와 끝나지 않은 당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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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종, #조선, #역사, #장희빈, #영조, #숙종, #사극, #역사드라마, #조선왕조실록, #궁중암투, #당파싸움, #노론, #소론, #선의왕후, #비극, #왕, #조선시대, #역사이야기, #로맨스

     

    후킹멘트 (200자 이내)

    "왕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였다." 어머니 장희빈의 사약과 함께 시작된 그의 악몽. 평생을 병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왕, 경종. 그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왕비와의 애틋하지만 비극적인 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숨통을 조여오는 거대한 정치적 음모가 시작된다.

    디스크립션 (300자 이내)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왕, 경종의 이야기. 어머니 장희빈의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 후사를 낳지 못하는 왕의 고뇌, 그리고 이를 빌미로 왕권을 찬탈하려는 노론 세력의 멈추지 않는 암투. 그의 짧은 재위 기간 동안 벌어진 잔혹하고도 에로틱한 궁중 비사를 지금 만나보세요. #경종 #장희빈 #영조 #조선왕조실록

    ※ 왕위에 올랐으나, 매일 밤 어머니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악몽에 시달리는 경종.

    깊은 밤, 조선의 법궁인 창덕궁의 정전, 그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왕의 침전에는 무거운 침묵과 함께 희미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용상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의 새로운 왕, 경종이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굳게 감은 눈꺼풀은 공포에 질린 채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꿈속에서는 수십 년 전의 그날이, 결코 잊을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그날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렸던 자신, 세자의 신분이었던 그는 굳게 닫힌 방문 앞에서 어머니, 희빈 장씨의 처절한 비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전하! 이럴 수는 없사옵니다! 내가 낳은 아들이 이 나라의 세자이거늘, 어찌 어미인 나를 죽이려 하시나이까!" 뒤이어 들려오는 것은 사약 그릇이 엎어지는 소리, 여인의 발버둥 치는 소리, 그리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늙은 상궁들의 냉혹한 목소리였습니다. 꿈속의 그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어머니를 구할 수도, 이 끔찍한 소리를 외면하고 도망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 못 박힌 채, 어머니의 죽음을 온몸으로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어마마마!" 경종은 마침내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 거세게 뛰고 있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왔지만, 꿈속의 비명 소리는 여전히 그의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는 공포에 질려 거친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바로 그때,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젖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습니다. 그의 곁을 뜬눈으로 지키고 있던 아내, 중전 선의왕후였습니다. "전하, 또 악몽을 꾸셨사옵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경종은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왕의 권위도, 사내의 체면도 모두 무너진 채, 그는 그저 한 명의 상처 입은 사내일 뿐이었습니다. 선의왕후는 그런 그를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그녀의 부드럽고 향기로운 품은, 경종에게 이 지옥 같은 세상의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그녀는 젖은 수건으로 그의 땀을 닦아주고, 떨리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포갰습니다. 그것은 정욕의 입맞춤이 아니었습니다.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하는, 어머니와도 같고 누이와도 같은 애틋한 위로였습니다. 경종은 그런 그녀의 위로에 기대어,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 했습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얇은 속적삼 안으로 파고들었습니다. 부드럽고 따스한 왕비의 살결이 그의 손에 닿자, 그는 잠시나마 자신이 왕이며, 사내라는 사실을 확인받는 듯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갈구했습니다. 후사를 낳아 왕실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노론 대신들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함이 뒤섞인 갈망이었습니다. 그는 왕비의 몸을 격렬하게 탐하려 했지만, 그의 몸은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오랜 병과,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정신적인 충격은 이미 그의 육신마저 쇠하게 만든 뒤였습니다. 시도는 이내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바뀌었고, 그는 왕비의 몸 위에 쓰러지듯 엎드려 절망적인 신음을 흘렸습니다. "중전… 나는… 나는 안 될 것 같소. 이 나라도, 사내 구실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소." 그의 어깨가 절망 속에서 가늘게 떨렸습니다. 선의왕후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 역시 여자였고, 한 나라의 국모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거대한 궁궐 속에서 홀로 고통받는 그가 가여워, 심장이 미어지는 듯했습니다. "아니옵니다, 전하. 신첩에게는 전하께서 계신 것만으로도 족하옵니다." 그녀는 다시 한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번에는 여인이자 아내로서, 그의 절망을 자신의 몸으로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듯, 깊고 관능적인 입맞춤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동이 틀 무렵, 침전의 문밖에서 상선 내시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전하, 조회를 준비하셔야 할 시간이옵니다." 그 목소리는 두 사람을 잔혹한 현실로 되돌려놓았습니다. 이제 그는 다시, 병약하고 상처 입은 왕의 가면을 쓰고, 그를 집어삼키려는 늑대들로 가득한 조정으로 나아가야만 했습니다.

    ※ 경종의 병약함과 후사가 없음을 빌미로

    경종이 침전에서 악몽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을 무렵, 도성 한구석에 위치한 한 거대한 저택의 사랑채에서는 검은 욕망이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당대 최고의 권세가이자 노론(老論) 세력의 영수인 영의정 김창집의 집이었습니다. 방 안에는 김창집을 비롯하여, 좌의정 이이명, 영중추부사 이건명 등, 나라의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노론의 핵심 거두들이 모두 모여 있었습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고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새로운 왕의 즉위에 대한 기대감 대신, 불만과 조바심, 그리고 서늘한 계략이 번뜩이고 있었습니다. 김창집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주상의 옥체가 날로 쇠하고 계시다는 소문이 파다하오. 즉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국정을 돌보기는커녕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경기를 일으키신다고 하지 않소." 그의 말에 이이명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아직 국혼을 치른 지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후사에 대한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이는 필시 주상께 경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생산의 능력이 없으신 탓일 겁니다. 그 어미인 희빈 장씨의 악독한 기운이, 세자의 몸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에는 경종의 혈통 자체에 대한 경멸과 저주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은 경종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 앉혀놓은 허수아비에 불과했지요. 그들에게 진짜 왕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숙종의 또 다른 아들이자, 총명하고 건강한 연잉군(훗날 영조)이었습니다. 이건명이 마침내 본론을 꺼냈습니다. "이대로 좌시할 수만은 없소. 왕의 후사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종사를 뒤흔드는 가장 큰 위협이오. 만에 하나 주상께서 갑자기 승하라도 하신다면, 이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오. 더 늦기 전에, 대통(大統)을 이을 후계자를 정해야만 하오."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이 교활하게 빛났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후계자란, 당연히 연잉군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창집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듯 말했습니다. "옳은 말이오. 이제 때가 되었소. 명분은 충분하오. '왕실의 안위와 종묘사직의 안녕을 위해, 현명하신 아우님, 연잉군을 왕세제(王世弟)로 책봉하시어 대통을 굳건히 하소서.' 이보다 더 완벽한 명분이 어디 있겠소?" 왕세제. 왕의 아들이 아닌, 왕의 동생을 다음 후계자로 정하는 제도였습니다. 이는 사실상 살아있는 왕에게, 당신은 후사를 볼 능력이 없으니 다음 왕위는 동생에게 넘기라는 공공연한 압박이자 모욕이었습니다. 또한, 일단 연잉군이 왕세제가 되는 순간, 모든 권력은 자연스럽게 그를 지지하는 자신들, 노론에게로 넘어올 것이 뻔했습니다. 그들은 경종을 지지하는 소론(少論) 세력이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신속하고 거세게 주상을 압박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주상께서는 심약하시고 인정이 많으시니, 우리 충신들이 눈물로 호소하며 종사의 안위를 아뢴다면, 차마 거절하지 못하실 것이오." 그들의 입에서는 '충신'과 '종사'라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커먼 탐욕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들은 병약한 왕의 남은 숨을 재촉하여, 새로운 해를 띄우려는 거대한 역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입니다. 밖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처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그 소리는 방 안에 가득한 독사의 속삭임에 묻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 노론 대신들은 조정을 장악하고, 경종에게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하라는 거센 압박을 가한다.

    다음 날, 편전에서 열린 조회. 그곳의 공기는 살얼음판처럼 차갑고 위태로웠습니다. 노론의 계획대로, 영의정 김창집을 필두로 한 수십 명의 노론 대신들이 일제히 부복하여 경종에게 상소를 올렸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비장하고 절절했지만, 그 내용은 왕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와도 같았습니다. "전하! 삼가 아뢰옵니다. 주상의 옥체가 편치 않으시고, 국본(國本)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온 백성의 근심이 태산과도 같사옵니다. 부디 종묘사직과 이 나라의 천년대계를 위하여, 총명하시고 현명하신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하시어, 국본을 바로 세우고 인심을 안정시켜 주시옵소서!" 김창집의 말이 끝나자, 수십 명의 노론 대신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습니다. "왕세제를 책봉하시어 종사를 안정시켜 주시옵소서!" 그 외침은 거대한 파도처럼 편전을 휩쓸었습니다. 경종은 용상에 앉아 있었지만, 그 위세에 눌려 온몸이 종이처럼 떨렸습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충언을 빙자한 협박이자, 살아있는 자신을 부정하는 사망 선고였습니다. 경종을 지지하는 소론의 영수, 좌의정 조태구가 격분하여 앞으로 나섰습니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 주상께서 아직 젊고 강건하신데, 어찌 벌써부터 후사를 논한단 말입니까! 이는 전하에 대한 심각한 불충이요, 예법에도 어긋나는 일이옵니다!" 소론 대신들 역시 조태구의 뒤를 따라 노론의 주청을 강력하게 반대했습니다. 편전은 순식간에 노론과 소론의 고성이 오가는 싸움터로 변했습니다. "이것이 어찌 불충이란 말이오! 국본을 안정시키는 것이야말로 신하 된 자의 가장 큰 충심이거늘!" "아직 주상의 춘추 한창이신데 왕세제를 논하는 것은, 주상께 불길한 일이 생기기만을 바라는 역심이 아니고 무엇이오!" 양측의 싸움 속에서, 경종은 그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숙종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신하들을 제압할 힘이 없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공포, 그리고 무력감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저들은 나를 왕으로 보지 않는구나. 그저 연잉군을 위한 징검다리로만 여기는구나. 내 어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저들이, 이제는 그 아들인 나마저 죽이려 하는구나.' 그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구멍에서는 가느다란 신음 소리만 새어 나올 뿐이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조회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하지만 노론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연일 상소를 올리고, 심지어는 대궐 M앞에 엎드려 곡을 하며 왕을 압박했습니다. 도성은 온통 왕세제 책봉 문제로 들끓었고, 민심은 흉흉해졌습니다. 경종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궁지에 몰렸습니다. 그날 밤, 그는 텅 빈 대전에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중전 선의왕후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지키고 있었지요. "전하, 옥체를 상하게 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중전… 나는… 어찌하면 좋겠소. 저들은 나를 겁박하고, 내 동생을 내 자리에 앉히려 하오. 내가 힘이 없고, 내가… 그대에게 아들을 안겨주지 못하는 무능한 사내이기 때문이오." 그는 자책하며 괴로워했습니다. 선의왕후는 그런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습니다. "아니옵니다, 전하. 모든 것이 신첩의 부덕한 소치이옵니다." 그녀는 남편을 위로하려 했지만, 그녀 역시 이 거대한 정치적 압박 앞에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았습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돛단배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결국, 며칠을 버티던 경종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는 더 이상 이 압박을 견뎌낼 힘이 없었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한다는 교지를 쓰는 붓을 들었습니다.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글자는, 마치 자신의 피로 쓰는 유서와도 같았습니다.

    ※ 왕세제 책봉에 성공한 노론은 경종의 병을 핑계로 연잉군의 대리청정까지 관철시킨다.

    결국 경종은 노론의 압박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한다는 교지가 반포되던 날, 경종의 편에 섰던 소론 신하들은 망국의 신하처럼 통곡했고, 노론의 저택에서는 밤새도록 승리의 축배가 오갔습니다. 연잉군은 이제 공식적인 차기 왕위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권력에 굶주린 맹수들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왕세제 책봉에 성공하여 날개를 단 노론 세력은, 이제 왕의 남은 권력마저 송두리째 빼앗으려는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주상의 옥체가 위중하시니, 정무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왕세제인 연잉군이 왕을 대신하여 정사를 돌보는 ‘대리청정(代理聽政)’을 주청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경종을 살아있는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경종은 분노에 온몸을 떨었습니다. 그는 한밤중에 연잉군을 자신의 침전으로 은밀히 불렀습니다. 두 형제는 서늘한 달빛 아래 마주 섰습니다. 경종의 눈에는 원망과 배신감이, 연잉군의 눈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평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네가 정녕 이럴 수 있느냐." 경종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들의 욕심이 너를 왕으로 만들고, 이 형을 용상에서 끌어내리려 하는데, 너는 어찌하여 저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춤을 춘단 말이냐!" 연잉군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공손했으나, 그 안에는 교묘한 가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형님, 어찌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신은 그저 여러 원로대신들의 충심을 받들어, 위태로운 종사를 안정시키고자 할 뿐이옵니다. 이 모든 것이 형님과 이 나라를 위한 길이라 믿고 있사옵니다." 그의 대답은 완벽한 위선이었습니다. 경종은 그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지만, 그를 꾸짖을 힘도, 명분도 없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아들이 없고, 저들에게는 건강하고 총명한 왕세제가 있었습니다. 이미 승패는 정해진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대리청정을 허락하는 교지가 또다시 내려졌습니다. 그날 이후, 경종의 대전에는 신하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모든 상소와 정무 보고는 왕세제인 연잉군의 처소로 향했습니다. 경종은 텅 빈 궁궐에 유폐된 죄수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는 창밖으로 연잉군의 처소에 불이 환하게 켜지고, 신하들이 줄을 이어 그를 아뢰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의 유일한 벗은 이제 술과, 자신의 아픔을 말없이 끌어안아주는 중전 선의왕후뿐이었습니다. 그는 밤마다 왕비의 품에 안겨,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왕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내 동생의 자리를 잠시 데워주고 있는, 이름뿐인 허수아비일 뿐이야." 왕비는 그런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함께 울어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슬픔이, 텅 빈 대전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왕의 권력은 그렇게, 소리 없이 동생에게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 경종의 편에 선 소론 세력이 마침내 반격에 나선다.

    권력의 정점에 오른 노론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경종을 왕으로 대우하지 않았고, 공공연하게 연잉군을 다음 왕처럼 떠받들었습니다. 이들의 오만함이 극에 달했을 무렵,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역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소론의 강경파였던 목호룡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경종에게 충격적인 고변을 올린 것입니다. 그 내용은 '노론의 핵심 세력이 왕을 시해하고, 왕세제를 추대하여 역모를 꾸미려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목호룡은 역모에 가담했던 인물들의 이름과 구체적인 계획까지 상세하게 적시했습니다. 이 고변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궁지에 몰려 있던 소론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고, 경종에게는 다시없을 반격의 기회였습니다. 허수아비 왕으로 전락하여 절망에 빠져 있던 경종의 눈에, 비로소 분노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능멸하고,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던 자들을 단죄할 명분이 생긴 것입니다. 그는 수십 년간 자신을 짓눌러왔던 트라우마와 무력감을 떨쳐내려는 듯, 서슬 퍼런 목소리로 명했습니다. "당장 역모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추포하여, 국청을 열고 그 죄를 엄히 물어라!" 왕의 분노는 봇물 터지듯 폭발했습니다. 왕명을 등에 업은 소론 세력은 즉시 대대적인 숙청에 나섰습니다. 이른바 '신임옥사(辛壬獄事)'라 불리는 피바람의 시작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천하를 호령하던 노론의 영수 김창집, 이이명, 이건명, 조태채 등 4대신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노론 관료들과 그 가족들이 줄줄이 의금부로 끌려갔습니다. 국청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렸고, 그곳에서는 모진 고문과 처절한 비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네 이놈,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누가 너에게 왕을 시해하라 명하였느냐!" "억울하옵니다! 이는 모두 소론의 간신들이 꾸며낸 무고이옵니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복수극 앞에서, 그들의 항변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종은 매일같이 올라오는 국문 보고서를 읽으며, 자신의 적들이 하나씩 제거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듯했습니다. 그의 병약하고 유약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그 자리에는 어머니 장희빈의 잔혹함과 아버지 숙종의 냉혹함을 빼닮은 군주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노론 4대신은 모두 사약을 받았고, 그들의 가문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한양은 피비린내로 진동했고, 사람들은 살아있는 왕의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마침내 모든 정적을 제거한 경종은, 텅 빈 편전의 용상에 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승리는 너무나도 많은 피를 부른, 처절하고도 공허한 승리였습니다.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고, 조정은 반쪽짜리가 되었으며, 왕세제가 된 아우 연잉군과의 사이에는 다시는 건널 수 없는 피의 강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되찾은 듯했지만, 실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 잠시 평화를 되찾는 듯했으나, 경종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된다.

    피의 숙청, 신임옥사가 끝난 후, 궁궐에는 잠시 위태로운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경종은 자신을 억압하던 노론 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그러나 정적들을 제거한 통쾌함도 잠시, 그의 건강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가뜩이나 약했던 그의 몸을 좀먹어 들어간 것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전에 누워 지냈고, 잦은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습니다. 어의들은 밤낮으로 그의 곁을 지키며 온갖 약재를 썼지만, 그의 병세는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병상에 누워 신음하던 경종에게, 왕세제인 연잉군이 찾아왔습니다. 신임옥사 이후 두 형제의 사이는 극도로 악화되었지만, 연잉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형의 안위를 살폈습니다. "형님, 입맛이 없으시다는 소식을 들었사옵니다. 소제가 형님을 위해 입맛을 돋울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였사오니, 부디 조금이라도 드시고 기운을 차리시옵소서." 그가 가져온 것은, 경종이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라는 간장게장과 홍시였습니다. 그러나 어의들은 기겁하며 이를 말렸습니다. "아니 되옵니다, 세제 저하! 게장과 홍시는 성질이 차가워, 지금 전하의 옥체에는 독이나 마찬가지이옵니다!" 하지만 연잉군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의원은 병만 알지,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법이오. 입맛을 잃은 이에게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곧 약이 되는 법이니, 이는 형제를 위하는 나의 정성이오." 경종은 두 사람의 실랑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의심과 체념이 교차했습니다. ‘저것이 정녕 나를 위한 정성이란 말인가. 아니면,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신호란 말인가.’ 그는 어쩌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다. 아우의 정성인데, 어찌 거절하겠느냐. 상을 들여오너라." 결국 어의들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종은 연잉군이 직접 발라주는 게살을 몇 점 받아먹고, 뒤이어 달콤한 홍시를 맛보았습니다. 그날 밤, 왕비 선의왕후는 남편의 곁을 지키며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전하, 정녕 괜찮으시겠사옵니까. 소첩의 마음이 어찌 이리 불안한지 모르겠습니다." 경종은 그런 왕비의 손을 힘없이 잡았습니다. "괜찮소, 중전. 나는… 이제 괜찮소. 그저… 조금 피곤할 뿐이오." 그는 왕비의 품에 기대어 잠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새벽녘, 경종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는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을 호소했고, 이내 검붉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궁궐은 발칵 뒤집혔고, 어의들이 달려와 침을 놓고 약을 썼지만, 그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끝내 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재위 4년, 그의 나이 서른일곱이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의문투성이였습니다. 왕이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하필이면 상극이라는 게장과 홍시였다는 점, 그리고 그 음식을 올린 사람이 바로 다음 왕위를 이을 동생 연잉군이었다는 점. 이 모든 정황은 거대한 의혹을 낳았습니다. 경종의 비극적인 죽음은, 그렇게 조선 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독살설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어머니의 비극으로 시작되어, 자신의 비극으로 끝난 왕 경종. 그의 짧은 삶은 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무자비한 당파 싸움이 한 나라의 왕을 어떻게 파멸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거대한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조선 왕실 최대의 미스터리, '경종 독살설'의 진실을 파헤쳐 봅니다. 그는 정말 동생 영조가 올린 게장과 감 때문에 죽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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